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겉모습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현대 사회를 비판하면서 외모 지상주의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두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성을 유혹하는 것은 사람보다 동물이 먼저 시작한 일이다. 동물은 암컷보다 수컷이 화려하다. 수컷 사자에겐 멋진 갈퀴가 있고, 숫꿩 장끼의 머리 깃털은 암꿩 까투리와 달리 천연색의 화려한 자태를 보인다. 컨트리맨 JCW는 이성을 유혹하는 화려한 수컷을 닮았다.
 

◆ 써칭에 적합한 모델
남자에게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쪽 빼면, 수컷이 된다. 수컷은 본능적으로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매일 밤 유흥가를 배회한다. 심박수에 가까운 강한 비트의 일렉트로닉 음악을 크게 틀고, 빅 싸이즈 후드티를 머리에 반쯤 걸친다. 짙은 틴팅이 된 창문은 모두 올려 닫고, 썬루프만 살짝 열어 음악이 흘러 나오도록 둔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포착되면 의도적으로 눈을 마주친다. 이런 상황에 적합한 차를 골라보자.
 
낮은 스포츠카는 그녀를 올려다 봐야 한다. 키라도 크면 얼굴을 볼 수 없다. 탈락. 오픈카는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끈다. 두 바퀴만 돌면 사람들은 당신의 눈썹까지 기억할 것이다. 탈락. 대형 SUV가 주는 중압감은 정글의 덩치 큰 사자를 닮았다. 하지만, 골목에서 움직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탈락.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세단, 아빠 차. 탈락. 컨트리맨 JCW, 적당한 사이즈의 차체와 그녀의 시선과 수평을 유지할 수 있는 눈높이, 경운기 소리 없는 엔진음과 일반 미니와 다른 JCW 뱃지라면 금상첨화다. 합격.
 
 
◆ 과감한 디테일의 JCW
 
BMW에 M 디비전이 있다면, 미니에는 JCW 라인이 있다. 존 쿠퍼웍스(John Cooper Works)를 의미하는 JCW는 어떤 모델이던 미니 라인업의 최상급 스포츠모델을 의미한다. 성능이 업그레이드 된 것은 기본이고, 시각적인 디테일에서 JCW는 JCW가 아닌 모델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블랙컬러를 기본으로 칠리 레드라고 명명된 붉은색의 데칼은 JCW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짙은 펄의 블랙 컬러와 메탈릭 한 느낌의 레드 컬러의 조합은 강인하면서 못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일등공신이다.
 
전면부와 후면부에는 일반형 모델과 디자인이 완전히 다른 범퍼가 달려있다. 전면 범퍼는 안개등 옆으로 인테이크 홀이 디자인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에어로 립 스포일러도 보인다. 후면 범퍼는 듀얼 머플러를 범퍼의 상하 중간 높이에 품고 있다. 후드에 볼록 나온 디테일도 일반형 모델과 다른 부분이다. 외관 곳곳에 JCW뱃지를 달고 있지만, 크기가 작고 시각적으로 눈에 띠는 형상이 아니어서 신경써서 확인하지 않는다면 알아채기 어렵다.
 
측면에서 시선을 사로 잡는 것은 단연 19인치 휠이다. 검은색으로 마감되고 레이저 커팅된 디자인은 촘촘한 스포크와 함께 스포티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편평비 40의 타이어는 실제 주행성능에서도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양산형 모델이라기 보다는 모터쇼에서 나갈 쇼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미니 중에서는 가장 크고 높은 차체를 가졌지만, 비율이 좋기 때문에 껑충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특히, 짧은 프론트 오버행으로 인해서 후륜구동 스포츠모델의 분위기도 풍긴다.
 
◆ 클럽 분위기의 실내
 
미니 컨트리맨의 실내를 디자인하고 양산까지 이르게 만든 디자이너는 평생 미니를 잊지 못할 것 이다. 출시한지 시간이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유니크하고 위트 있다. 앞으로도 이런 디자인을 품은 양산차는 미니 이외에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실내는 원과 타원이 아닌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복잡하지 않은데, 원의 크기와 위치, 곡률을 적절하게 배합해서 통일된 분위기를 끌어내고 있다. 플라스틱 소재가 고급스러운 것도 디자인을 살리는 역할을 돕고 있다.
 
독서등과 도어 손잡이, 그리고 도어포켓에 있는 보라빛 포인트 조명은 강렬한 칠리레드와 짙은 블랙 컬러의 내장재와 함께 클럽 인테리어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비주얼 부스트라고 불리는 센터페시아의 정보표시창과 이를 둘러싼 체온계 느낌의 속도계는 과감하다. 볼펜 뚜껑 같이 생긴 비주얼 부스트 조작 컨트롤러는 재밌다. 토글 스위치는 조작감과 디자인 모두 만족스럽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온다면, 꼭 미니의 인테리어를 모티프로 만들기 바란다.
 
컨트리맨 JCW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주었던 부분은 사운드 시스템이었다. 평소 차 안에서 음악 보다는 엔진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번만은 예외였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최대볼륨으로 키우고 선루프만 살짝 틸팅 시키고 달렸다. 턱을 앞뒤로 흔들고 엉덩이는 들썩댔다. 막귀라서 사운드의 질감은 평가하기 어렵지만,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심장이 마구 뛰어댔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음악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이런 들썩임을 감추기 위한 수단일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JCW 모델만의 배기음
컨트리맨의 고성능 버전인 JCW는 미니의 모터스포츠 혈통을 강조한 라인업이다. 1.6리터 4기통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바탕으로 최대출력 218마력을 6,000rpm에서, 최대토크 28.6kg·m를 1,900~5,000rpm에서 발생시킨다. 킥 다운 스위치로 만들어 내는 오버부스트 발생시에는 30.6kg·m를 2,100~4,500rpm까지 20초간 발휘한다. 수치상으로 미니의 모든 라인업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실제 주행에서도 2,000rpm을 전후로 밀어주는 느낌이 좋다.
 
가솔린 모델은 가속 질감이 디젤과는 확연히 다르다. 보다 경쾌하고 자극적이고 빠르다. JCW 모델에서는 배기 튜닝을 통해서 보다 강조된 배기음을 경험할 수 있다. 가속시에 전달되는 부밍음과 엔진음, 그리고 배기음의 조화는 JCW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크게 들려오는 엔진음보다 배기음을 조금 더 강조하면 더 짜릿할 것 같다. 고속주행에서 138km/h까지 끌고 나가는 3단의 느낌이 특히 좋다.
 
 
◆ 높은 고속주행 안정감
성능이 강화된 브레이크는 강한 브레이킹 시 메탈함유량이 높은 레이싱용 브레이크 패드의 느낌을 전해준다. 제동시의 차체 거동은 안정적이고 믿음직스럽다. 더욱 단단해진 서스펜션은 운전자의 몸이 부끄러운 상하운동을 하지 않을 최대치의 단단함으로 세팅되어 있다. 중속에서 다소 튕기지만, 고속으로 올라가면 약간의 부드러움도 보여준다. 고속주행시의 안정감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미니의 라인업에서 가장 뛰어나 보인다.
 
4륜구동 시스템의 적용으로 와인딩 로드에서 코너 탈출시 보다 빠르게 가속페달을 전개할 수 있다. 커진 몸집과 해치백 모델보다 높은 무게 중심은 짜릿함을 덜었고, 4륜 시스템으로 안정감을 더했다. 가속 페달을 전개하며 돌아나가는 오르막 코너에서 한계상황을 넘어서면 언더스티어가 오버스티어로 급격히 변하는 거동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정도 공간을 확보한 모델 중에서는 단연 최상급의 운전재미를 선물한다. 
 
6천만원을 살짝 넘어서는 미니의 최상급 모델인 컨트리맨 JCW 모델의 가격대에는 많은 모델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JCW는 가격비교의 리스트에는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컨트리맨 JCW는 꼭 이 모델을 구입해야 하는 고객만이 고민없이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비교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수컷의 향기를 내뿜고 싶다면 짙은 머스크향의 향수보다는 컨트리맨 JCW가 더 필요할 것이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goodspeed@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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