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승용차와 달리 SUV가 디젤 판매량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그 이유는 승용차의 경우 과거 우리나라에서 환경 등의 이유로 디젤엔진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SUV는 그러한 규제가 없었다. 그리고 SUV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짐 많이 싣는 다목적 자동차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디젤엔진 때문에 생기는 진동이나 소음도 운전자들이 당연하게 여겼다.

IMF를 전후한 시점에서 7인승 LPG 미니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연료비가 싼 LPG를 연료로 쓰는 SUV 모델도 출시되기도 했지만 연비가 좋지 않고 낮은 최대토크로 인해 중 저속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LPG 엔진이 액체 또는 기체 상태로 인젝터를 통해 분사하는 시스템으로 진보했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싸서 금전적으로 메리트가 없는 것도 이유가 있다. 그래서 LPG를 연료로 쓰는 SUV 모델은 국내에서 출시되지 않고 있다.

반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SUV는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현대 기아자동차의 경우 투싼IX, 스포티지R, 그리고 베라크루즈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판매되고 있으며 르노삼성은 QM5 가솔린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기자는 르노삼성 QM5 모델을 시승하게 되었다.

국산 SUV 모델 중에서 가솔린 판매비율이 가장 높은 QM5

그런데 많이 판매되는 디젤 엔진을 탑재한 QM5가 아닌 상대적으로 흔치 않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QM5의 경우 타사의 국산 SUV와 비교해 보면 가솔린 모델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지금까지 글을 읽은 독자라면 가솔린 엔진 탑재한 SUV 사는 사람들도 있나?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연료비가 디젤보다 비싸고 연비 안 좋은 가솔린 SUV를 구매하는 건 미친 짓이다. 라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가솔린 SUV 수요는 꾸준한 편이다. 물론 디젤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초라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투싼IX는 가솔린 판매량이 디젤 대비 8% 정도에 불과하다. 261마력의 고성능 가솔린 모델인 스포티지R 가솔린 모델 판매비율은 디젤 대비 13% 수준으로 투싼IX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디젤 모델 판매량이 월등히 높다.

반면 QM5는 투싼IX, 스포티지R에 비하면 가솔린 판매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작년 4월에 출시한 QM5 2.0L 가솔린 모델의 판매량은 작년 4월 출시 후 11월까지 813대가 판매되었다. 비율로 따지면 작년 QM5 전체 모델 판매량의 약 22% 수준이다. QM5 구매자 10명 중에서 최소 2명 이상 구매자가 가솔린 모델을 구매한 셈이다.

QM5 가솔린 같은 트림의 디젤 보다 400만원 더 싸다.

사실 단순히 스펙만 보면 QM5 가솔린은 눈에 띄는 큰 메리트가 없다. 특히 동력성능은 2.0L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SUV 중에서 최고출력 143마력 최대토크 20.1kg.m으로 출력과 토크가 가장 낮다.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0.6km/l로 투싼IX, 스포티지R 가솔린 보다 우위에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

동력성능만 따지면 크게 메리트가 없는 QM5 가솔린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바로 같은 트림의 디젤보다 무려 400만원이나 저렴하다는 점이다. QM5 가솔린 모델은 SE, LE 트림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솔린 SE 트림은 2,250만원, LE 트림은 2,485만원 이다. 디젤은 여기서 딱 400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디젤이 가솔린보다 훨씬 더 비싼 이유는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대비 높은 압축비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가솔린 엔진보다 더 튼튼하게 제작되고 가솔린 엔진에 없는 터빈과 초 고압 인젝터, 인터쿨러 등 많은 부품이 적용되어 원가가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위 사진이 요즘 디젤엔진에 적용되는 초 고압 인젝터인데 가솔린 엔진 인젝터 대비 상당히 비싼 편이다.

일시불이 아닌 할부로 자동차를 구매해야 한다면 400만원 이라는 차이는 꽤 크다. 단순히 한 달에 내는 금액이 더 증가되지 않고 금액이 커지면서 이자도 더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1년 주행거리가 짧고 단거리 주행 위주라면 굳이 400만원 비싼 디젤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1년에 2만km를 주행하고 휘발유 1L 가격이 1,900원, 경유 1L 가격이 1,700원 이라고 가정하면 10.6km/l 복합연비 인증을 받은 QM5 가솔린 모델의 1년 연료비는 약 360만원이 필요하다. 반면 13.2km/l 복합연비 인증을 받은 QM5 디젤의 1년 연료비는 약 260만원이다.

위 계산을 토대로 1년 연료비는 디젤이 100만원 더 저렴하지만 가솔린 모델보다 400만원 더 비싼 디젤 신차 가격을 상쇄 하려면 적어도 4년 8만km를 주행해야 한다. 주행거리가 많고 신차 구입 후 오래 타려면 QM5 디젤을 주행거리가 짧고 구입 후 3년 이내에 되팔아야 한다면 가솔린이 낫다고 볼 수 있다.

2007년 하반기 혜성처럼 등장한 QM5의 추억

QM5는 2007년 하반기에 등장했다. 그리고 2011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모델이다. 신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인, 익스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글은 생략 하겠다. 다만 이 모델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억을 이 시승기에 간단히 풀어 보겠다.

2007년 하반기에 QM5 출시한 뒤 영업소에서 처음 QM5 시승할 때 그 당시 다른 SUV에서 느낄 수 없었던 승용차 수준의 정교하면서 빠른 스티어링휠 감각, 빠르고 매끄럽게 변속하는 6단 자동변속기가 인상적이었다.

동력성능과 스티어링휠 반응성 면에서 획기적인 면모를 보였던 QM5는 이후 170마력 2.5L 가솔린 모델도 출시를 했고 이 모델도 시승한 적이 있었는데 무단변속기(CVT)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가속력 또한 의외로 빨라 0-100km/h까지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현재 시승하는 2.0L 모델은 엔진 배기량과 출력이 낮아서 인지 11-12초대 정도 걸린다.

동력성능도 성능이지만 QM5는 가혹한 와인딩 주행에서도 베이퍼 록, 페이드 현상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국산차 브랜드의 중형 급 SUV로 와인딩 주행하다가 페이드 현상으로 무서운 경험을 했던 것과 대조적 이었다. 사실 르노삼성은 QM5 뿐만 아니라 지금 판매되는 대부분 자동차 모델의 브레이크 성능이 가혹한 주행에서도 크게 떨어진 적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높은 시트포지션 탁 트인 전면시야

정말 오랜만에 운전해 보았던 QM5 그것도 2011년 이후 페이스리프트 된 모델은 처음으로 시승해 보게 되었다. 앞모습이 약간 바뀐 점 빼고는 예전에 시승한 QM5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QM5는 출시된 지 6년이 지났다.

최근 구형 모델을 단종하고 신형 모델을 내세우는 모델 체인지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비록 2011년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상품성을 높였지만 모든 것이 바뀐 풀 모델체인지가 아니기 때문에 2007년 하반기 처음 출시 때 시승한 QM5와 큰 차이가 없다.

운전석 시트에 착석하니 시트 포지션이 상당히 높다. 2007년 처음 시승할 때는 높은 시트 포지션이 어색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어색하다. 2008년 이후 타사 브랜드에서 중 소형 SUV를 출시 하면서 차체 전고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더불어 시트 포지션이 거의 승용차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 글을 쓰는 기자는 개인적으로 시트포지션이 낮은 자동차를 선호하긴 하지만 반대로 시트포지션이 높으면 키가 작은 운전자들이 억지로 시트 높이를 높이지 않아도 전면시야가 잘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QM5는 시트포지션이 높으며 키가 작은 여성분들이 운전하기에 알맞다.

산뜻하고 매끄러운 주행감각

가솔린 모델 계기판은 디젤과 거의 동일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6000rpm까지만 표기된 디젤 모델과 달리 엔진 회전수를 알려주는 타코미터가 8000rpm까지 표기되어 있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디젤 모델대비 진동과 소음이 적다. 이것이 가솔린 SUV의 매력이다. 가솔린 SUV 선택하는 운전자들 중에서 디젤 특유의 진동과 소음을 싫어해서 가솔린 SUV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운전석에 탑승 후 사이드미러를 보면 사이드미러 사각지대에 다른 차량이 있으면 경고등을 점멸하여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BSW(Blind Spot Warning)경고등이 있다. 차선 변경할 때 고개를 좌우로 돌리지 않고도 사이드미러 사각지대에 다른 차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 기능은 볼보 등 일부 수입차 모델 그리고 국산 대형세단 일부 모델에 이 기능이 적용되어 있지만 국산 SUV에 적용된 것은 QM5가 처음이다.

출발할 때 느낌도 가솔린 SUV특징을 그대로 전달한다. 다만 QM5 가솔린 공차중량이 1570kg인데 최고출력 143마력, 최대토크 20.1kg.m최대토크가 디젤에 비해 낮기 때문에 빠른 가속력을 원한다면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아줘야 하는데 즉각적인 반응은 아니다. 순간 가속력은 분명히 토크가 높은 디젤과 비교하면 열세이다.

스티어링휠 감각은 이전에 시승했던 QM5 디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티어링휠 반응이 빠르면서도 정교한 편이다. 전륜구동 이지만 디젤 엔진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워서 그런지 언더스티어는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실용성을 중시한 SUV 특성 때문에 서스펜션의 상하 스트로크가 긴 편이어서 와인딩 주행할 때 좌우 롤링은 큰 편이다.

기대 이상의 높은 시내연비를 보여준 QM5 가솔린

가솔린 SUV 구매 비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디젤보다 낮은 연비 그리고 디젤보다 약 200원 더 비싼 가솔린 때문이다. 디젤과 가솔린 모델 가격 차이가 400만원 난다고 하지만 가솔린의 낮은 연비와 비싼 연료비는 운전자가 운전할 때마다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시내구간을 포함한 일반도로에서의 연비와 고속도로 주행할 때 연비가 어떤지 측정을 했다. 아래 영상이 트립으로만 연비 측정했기 때문에 트립 연비가 100% 정확히 맞지는 않으며 다만 연비가 어느 정도 나오는지 대략 참고할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경기도 하남시에서 서울 강남일대를 거쳐 가산동까지 주행한 시내도로 구간 트립연비가 리터당 11.3km/l로 기대 이상이다. 반면 경기도 하남시에서 대전까지 고속도로 주행 연비는 리터당 11km/l에 불과하다.

이러한 연비 결과는 QM5 가솔린 모델 구매 목적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QM5 가솔린은 단거리 주행이 많은 운전자들에게 적합하다. 시트포지션이 높고 스티어링휠을 가볍게 돌릴 수 있기 때문에 가정주부가 아이를 통학하거나 마트에 가서 쇼핑할 때 유용한 모델이라 생각된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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