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 럭셔리라인 시승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 럭셔리라인이라는 모델명에는 BMW에서 이 모델에 담고자하는 컨셉트가 그대로 담겨있다. 3시리즈의 다이내믹함과 그란투리스모의 편안함 그리고 여유, 럭셔리라인의 고급스러움을  3GT에 온전히 녹아들게 만들었다. Made by BMW.
 
3GT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자 하는 BMW의 두 번째 시험작이다.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는 출시 직후 보다 시간이 흐른 현재시점에서 더 인기가 많다. 은근한 그만의 매력을 구매자들이 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3GT 역시 시장에서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다소 필요해 보인다.
 
예쁜 여자를 여자를 마주쳤을 때, 남자의 시선은 고정된다. 작은 얼굴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희고 맑은 피부, 날씬하면서 적당히 볼륨감 있는 몸매의 그녀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이런 여자에게는 남자가 끊이질 않는다. 피곤함과 기다림은 기본적인 덕목이다.
 
하지만, 진정한 기쁨은 진흙 속의 진주를 발견했을 때 배가 된다. 나쁘지 않은 외모라고 평소 생각됐지만, 특별한 관심은 가지 않았던 그녀. 펑퍼짐한 옷 차림과 옅은 화장, 그리고 안경 속에 가려져 알아채지 못했던 매력을 하나하나 발견하게 된다면, 당신은 이내 중독될 것임에 틀림없다.
 
◆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첫 인상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는 이렇다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외관 디자인을 갖고 있다. 앞모습에서 3시리즈임을 알아차리고, 가까이 다가섰을 때 눈 높이에서 크게 내려가지 않는 루프라인을 보면서 SUV인가 싶다가도 루프에서 트렁크리드로 완만하게 떨어지는 라인은 쿠페 모델을 떠올린다. BMW 라인업 중에서 호프마이스터킥이 가장 완곡하게 표현된 모델이기도 하다. 
 
패스트백 스타일의 후면부는 과거 쥬지아로가 디자인 했던 모델들을 떠오르게 한다. 루프에서 트렁크리드까지의 라인을 보고 있으면, 스포티보다는 우아한 느낌이 든다. 3GT의 외형 디자인은 한 눈에 반할 모양새가 아니다. 스포츠카를 떠올리는 낮고 넓은 디자인이 아니면서, 한 덩치 하는 SUV의 중압감도 없다. 첫 인상은 무덤덤했다. 
 
하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서 여러가지 각도에서 살펴보면서 이 차의 디자인에 매료되었다. 봉긋하게 올라온 뒷 휀더의 라인과 마주하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실루엣은 이 모델의 백미다. 짙은 블루 컬러에서 포인트를 주는 측면 윈드쉴드를 둘러싼 크롬몰딩은 포르쉐 997 타르가를 연상시킨다. 리어램프의 사이즈와 형상, 밋밋한 뒷범퍼의 디자인만 손봐도 이 모델의 포스는 4배 강해질 것이다.
 
◆ 공간에서의 강점
3GT 모델의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특별한 부분이 없다. BMW 식구임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시승한 모델은 럭셔리 라인모델로 브라운 컬러의 내장이 잘 어울린다. 라인급 모델은 일반모델과 달리 시트소재로 천연가죽을 사용하고 있어서 촉감이 비교적 좋다. 야간에 볼 수 있는 도어패널의 간접조명 무드등은 급을 넘어서는 고급스러움을 보여준다.
 
전동식 트렁크를 들어올리면, 넓은 적재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알루미늄 레일로 마감되어 있어 고급스럽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준다. 착탈식으로 소음을 유발할 수 있는 러기지 스크린과 폴딩식 뒷 시트는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다. 만족스러웠다.
 
신형 3시리즈(F30) 세단의 실내공간은 실내 길이부분에서 5시리즈에 근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3GT는 롱 휠베이스 모델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무릎공간에 여유가 많다. 뒷 시트는 4:2:4로 선택적으로 폴딩이 가능하다. 파노라마 썬루프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시트포지션은 세단과 SUV의 중간 높이로 탑승이 편했다.
 
◆ 스포츠 디젤과 ZF 8단의 궁합은 굿
불과 몇 해 전에는 BMW에서 520d에 장착한 4기통 엔진과 8단 변속기의 조합은 놀라운 혁신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이 조합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BMW모델의 가장 일반적인 조합이 되었다. 스포츠 디젤이라고 불리는 이 엔진은 회전이 부드럽고, 터빈이 동작하는 회전대가 매우 낮다. 제원상 비슷해 보이는 타사의 엔진과 느낌이 다르다.
 
100km/h에 도달했을 때, 이미 4단에 들어가 있는 촘촘한 기어비는 가볍게 차를 견인하는 핵심이다. 시프트 업이 빠르고 부드러우면서 직결감이 좋다. 이 정도로 세팅이 잘 된 오토 트랜스미션이라면, 듀얼 클러치 자동화 변속기보다 이쪽을 선택하고 싶다. 중고속에서 가속 페달을 놓으면 항속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저속에서 페달을 놓으면 저단 기어로 바뀌면서 퓨얼컷을 유도한다.
 
◆ 저항감 적은 주행특성과 고속주행 안정성
최근 이피션시 다이내믹이 채용된 BMW 모델을 살펴보면, 차의 구름저항이 거의 없는 느낌이 든다. 3GT 역시 다르지 않다. 연비향상 타이어도 아니고, 고속에서 기어가 중립으로 바뀌는 세일링 모드가 선택된 모델도 아니지만, 잘 굴러간다. 낮은 회전수를 유지하는 엔진과 변속기는 정지된 느낌이다. BMW는 각종 저항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낮은 저항감각은 숫자로 확인하지 않아도 높은 연비를 가늠하게 했다. 제한 속도 70~80km/h 구간에서 과격한 주행과 짧은 정속주행을 혼합한 연비는 꾸준히 14km/ℓ 초중반에 수렴한다. 정속주행시 연비는 20km/ℓ를 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100~110km/h 구간에서 초고속 주행과 짧은 정속주행을 혼합한 연비는 12km/ℓ를 기록한다. 400km를 주행한 후에도 연료게이지는 아직 반이나 남아있다고 가리킨다.
 
고속주행에서 단단하게 조여지는 핸들의 감각은 나쁘지 않다. 꾸준한 보타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중고속에 도달하는 동안의 속도가 빠르고 안정감이 높아서 60km/h에서 150km/h까지 과속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BMW가 나긋나긋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과속을 부축이고,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한계속도에 다가서는 초고속주행에서는 안정감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견이지만, 최근 경량화로 인해 안정감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중고속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3GT는 18인치 휠과 17인치 휠에서 오는 안정감의 차이가 컸다. 가급적 18인치를 추천한다.
 
3GT가 세단보다 좀 더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길어진 휠베이스와 비교적 부드럽게 느껴지는 하체가 더욱 그런 느낌을 준다. 하지만, 한계상황에 가까워질수록 부드러움 속의 단단함이 드러난다. 기본적인 탄탄함을 버리지 않았다.
 
3GT는 융합을 통해서 스타일, 공간, 연비, 주행성을 대체로 만족시키고 있다. 혹자는 이도저도 아니라고 부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100m달리기 1등해 본 선수가 200m에서도 3등한 것과 100m에서도 3등인데 200m에서도 3등한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BMW는 3GT라는 선수를 통해서 전 종목 준우승을 노리는 것 같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goodspeed@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