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소형차 1 시리즈는 기자가 3년 전 처음 타본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해치백 모델도 판매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2도어 쿠페 모델만 판매되었다. 정확한 모델명은 120d 쿠페였으며 현재도 판매되고 있다.

얼핏 보면 그냥 문짝 2개인 소형차처럼 생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작은 스포츠카처럼 보였던 120d 쿠페의 동력성능은 상당히 놀라웠었다. 엔진 자체 최고출력만 보면 BMW에 필적하는 타사 메이커의 디젤엔진도 존재 했지만 체구가 작은 소형차에 177마력 이라는 고출력 엔진을 탑재한 모델은 그 당시 BMW가 유일 했다. 120d 쿠페는 V6 3.0L 이상 가솔린엔진을 탑재한 대형세단 수준의 가속력을 느낄 수 있었던 모델 이었다.

그리고 2012년 하반기 최고출력 177마력에서 184마력으로 더 높아지고 최대토크가 35.7kg.m 에서 38.8kg.m까지 끌어올린 1 시리즈 5도어 해치백 모델이 출시되었으며 얼마 전 이 모델을 시승해 볼 수 있었다. 쿠페가 아닌 5도어 해치백 모델이며 그러면서도 1시리즈 쿠페 보다 공차중량이 조금 더 가볍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의 이름도 120d이며 다만 쿠페가 아닌 5도어 해치백 모델인 점이 다르다.다운사이징 엔진 열풍으로 요즘 작은 차체에 배기량이 큰 엔진을 장착한 소형차를 보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BMW 1시리즈는 엔진 배기량을 줄이지 않더라도 높은 연비를 실현했다. 120d 5도어 해치백 모델의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리터당 18.5km/l 최고출력이 낮은 118d는 리터당 18.7km/l나 된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120d모델 엔진 배기량이 2.0L 임에도 배기량이 낮은 1.6L - 1.8L 국산, 수입 소형 급 모델과 연비를 비교하면 연비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BMW는 가장 작은 1시리즈에서 조차 전륜구동 대신 연비가 불리하고 실내공간 좁은 후륜구동 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보통 전륜구동이 후륜구동보다 연비가 유리하다고 하는데 왜 유리한 걸까? 후륜구동의 경우 리어 타이어에 구동력을 전달하기 위해 드라이브 샤프트가 미션에서 리어 타이어 사이에 있는 리어 디퍼런셜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데 반해 전륜구동은 전륜에 한정된 엔진룸에 구동축과 미션까지 탑재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미션 크기가 작은 편이다.

따라서 같은 사이즈 차체라고 가정해 보면 전륜이 후륜보다 무게가 더 가볍다. 거기에 드라이브 샤프트와 리어 디퍼런셜을 통해 구동력을 전달하는 후륜구동과 달리 전륜구동은 미션에 연결된 샤프트가 직접 구동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구동력 손실도 미세하지만 조금 더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BMW 1 시리즈는 이러한 후륜구동의 단점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후륜구동의 장점인 5:5에 근접한 무게배분 전륜구동 고성능 모델에 흔히 나타나는 토크 스티어 현상이 없어 보다 더 스포츠 주행에 유리하다. 거기에 뒷좌석 승차감도 후륜구동이 전륜구동보다 우월하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우면서도 주행안전성이 의외로 뛰어난 편

BMW는 과거 10여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모델이 딱딱한 서스펜션, 무겁고 민감하게 느껴지는 스티어링휠 시스템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이다. 이 시기의 독일 브랜드가 대부분 그렇지만 유난히 BMW가 이런 특징이 두드러졌는데 BMW는 달리는 즐거움을 극대화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점차 부드러운 승차감과 여유 있는 스티어링휠 반응성을 선호하면서 BMW를 포함한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의 서스펜션, 스티어링휠, 페달 등의 셋업이 점차 국산차와 유사하게 바뀌었다. 한때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BMW 528i의 경우(4기통 터보엔진 이전에 나온 구형모델) 서스펜션이 BMW가 맞나? 싶을 만큼 너무 부드러워 내가 국산차를 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20d 해치백 모델도 서스펜션 감쇄력을 부드럽게 셋업한 편이며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지나가도 서스펜션에서 충격을 많이 흡수해 승차감이 좋다. 그럼에도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급격하게 돌릴 때 좌우 롤링이 심하지는 않은데 감쇄력을 부드럽게 셋업한 대신 쇽업 쇼버의 상하 스트로크를 짧게 셋업한 덕택이다. 뒷좌석에도 사람이 탈 수 있는 5도어 해치백 모델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상적인 서스펜션 셋업이다.

이런 서스펜션 셋업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도 큰 불안감을 느낄 수는 없었다. 시속 180km/h 까지는 주행안전성이 괜찮았으며 그 이상 속도를 올리면 불안해 진다. 200km/h 이상에서는 상당히 불안해 지는데 그래도 BMW 1 시리즈 수준의 주행안전성이면 타사의 같은 크기 소형 해치백 모델과 비교해서 높은 수준이다.

스티어링휠 그립감은 약간 거친 편이며 스티어링휠 굵기가 타사 브랜드보다 굵은 편이다. 두툼 하면서 약간 거친 스티어링휠 그립감 덕분에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빠르게 돌려도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는다. 스티어링휠 반응은 의외로 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티어링휠을 좌우 휙휙 돌릴 때 뒤늦게 차체가 따라올 정도로 스티어링휠 유격이 크진 않다.

힘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184마력 2.0L 디젤엔진

시승한 120d 모델의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38.8kg.m이다. BMW 모델 중에서 가장 가볍고 작은 1 시리즈에 탑재되면 0-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겨우 7.1초 라고 한다. 제원상 수치만 따지면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성능이다. 엔진도 대단하지만 1.4톤이 안 되는 가벼운 공차중량, 각 단 기어비가 촘촘하면서도 정속 주행할 때 최대한 낮게 엔진 회전수를 유지해 주는 8단 자동변속기 또한 1 시리즈의 가속성능을 크게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1시리즈 해치백은 정지 상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끝까지 밟아 급 가속 할 때 40km/h에서 2단, 60km/h에서 3단, 90km/h에서 4단, 115km/h에서 5단, 150km/h에서 6단으로 순식간에 변속이 이루어지며 맹렬하게 가속을 한다. 촘촘한 기어비 덕분에 단수가 고단으로 바뀌어도 가속력이 크게 사그라지지 않으며 190km/h에서 7단으로 변속되는데 그 이후의 가속력도 크게 줄지 않고 끈기 있게 속도가 올라간다.

위에서 언급한 BMW 120d의 변속 시점은 스포츠플러스 모드 설정 후 D 레인지에 놓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끝까지 밟은 결과이다. BMW의 또 다른 장점은 수동 모드로 설정하면 엔진 회전수를 더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운전자가 직접 수동으로 기어 레버를 직접 아래쪽으로 당겨 다음 단으로 변속을 하게 되면 최대 5300rpm까지 엔진 회전수를 올릴 수 있다. 다만 4500rpm 이후 힘이 떨어지고 5000rpm 부근에서는 엔진 회전수 올라가는 수준이 크게 둔화되기 때문에 엔진 회전수를 4500rpm 이상 엔진 회전수를 올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1 시리즈 뿐만 아니라 모델 및 엔진 종류를 막론하고 급 가속 상황에서 타사 디젤엔진보다 엔진 회전수를 더 높게 쓸 수 있어 굳이 수동으로 운전자가 기어 레버를 조작할 필요가 없다. 타사 디젤엔진이 보통 4000rpm 내외에서 다음 단으로 변속되는데 반해 BMW는 120d를 포함한 대부분 디젤엔진을 탑재한 모델들이 4500rpm 근처까지 올라간 뒤 다음 단으로 변속된다.

타 메이커보다 엔진 회전수를 높게 쓸 수 있는 비결이 바로 ZF에서 가져온 8단 자동변속기인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BMW 전 모델에 기본 적용 되었다.(M3 등 일부 고성능모델 제외)

120d 해치백 모델에 탑재된 8단 자동변속기는 두 단의 기어가 추가되면서 타사의 6단 자동변속기와 비교할 때 기어비 간격이 더 촘촘하면서도 마지막 항속주행용인 8단 톱 기어비는 6단 자동변속기보다 기어비를 더 낮춰 고속도로 주행에서 보다 더 낮은 항속주행을 보장해 준다.

놀라운 점은 120d 해치백 모델의 성능도 출중하지만 연비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공인연비가 복합 기준으로 리터당 18.5km/l 인데 시속 80km/h로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하면 리터당 26km/l, 시속 100km/h 에서는 리터당 23 - 24km/l, 시속 120km/l 에서는 리터당 20km/l 내외의 연비를 보여준다.

위의 연비가 실제 연비는 아니고 온 보드 모니터에서 측정한 트립 연비니 실제 연비는 조금 다르겠지만 트립이라도 이런 연비는 정말 대단하다고 볼 수 있겠다. 1.6L 디젤엔진을 장착한 국산 소형 및 준중형 디젤 승용차는 물론이고 공인연비가 BMW 120d보다 높은 수입 디젤 승용차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작은 고추가 매워야 하는 조건 작은 차체 + 큰 엔진

BMW는 특이하게 1.6L 디젤엔진을 장착한 1 시리즈 모델이 있음에도 2.0L보다 작은 디젤엔진을 국내에서 수입 판매되지 않는다. BMW산하 소형 브랜드로 잘 알려진 미니에 탑재되는 디젤엔진도 1.6L가 없고 2.0L 한 가지만 장착된다. 대신 최고출력은 BMW 1 시리즈보다 낮은 122마력부터 143마력을 내는 엔진만 탑재된다.

타 메이커와 달리 2.0L 미만 저 배기량 디젤 엔진 라인업이 있으면서도 국내에 수입 안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정도 연비면 굳이 1.6L 디젤엔진을 수입 판매할 필요가 없을 듯 싶다. 국산이나 수입차 브랜드에서 생산한 1.6L 디젤승용 모델을 여러 번 시승해 봤는데 BMW 120d에 비해서 연비가 크게 앞서지 못하거나 일부는 오히려 연비가 더 떨어지기도 했다.

120d 해치백은 평일에는 출퇴근 주말에는 서킷이나 와인딩 주행용으로 쓰기에 적당하다. 뒷좌석에 리어 에어벤트가 있고 120d 쿠페 보다는 여유공간이 조금 더 넓지만 뒷좌석은 단거리 탑승용도이지 장거리 탑승용은 아니다.

이번 시승기에서는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글이 빠졌는데 그 이유는 1 시리즈의 경우 사용 목적이 분명하고 동급 소형차 중에서 유일하게 후륜이라는 점(벤츠 A 클래스도 전륜이다), 184마력이라는 큰 힘을 내는 2.0L 디젤엔진이 탑재된 점은 이 차의 용도가 어떠한 지 알 수 있으며 거기에 BMW의 패밀리룩 디자인은 1 시리즈 포함해서 대부분 모델을 봐도 일관성 있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디자인에 관해 쓸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이 모델은 많은 주행거리를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 시키면서도 와인딩, 서킷주행을 좋아하는 운전자라면 정말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