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SUV 이미지는 4륜 구동이 탑재되었고 높은 지상고와 각진 차체, 험로 주행에 적합한 작은 휠과 편평비가 큰 타이어, 왜건형 스타일......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자동차를 사륜구동 자동차, 혹은 지프차 라고 불렀다.

현대정공 갤로퍼, 쌍용자동차 무쏘가 판매된 1990년대 시절만 해도 SUV(Sport Utility Vehicle)라는 명칭을 거의 쓰지 않았던 걸로 이 글을 쓰는 기자는 기억한다. 2000년대 이후 매끈한 포장도로에서도 승용차에 버금가는 수준의 승차감을 확보한 모델이 출시되면서 비로소 SUV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그런데 BMW는 1999년 BMW의 첫 SUV모델인 X5를 출시하면서 SUV가 아닌 SAV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SAV는 Sport Activity Vehicle 약자이며 BMW의 첫 SAV X5 모델은 온 오프로드 주행이 모두 가능한 SUV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하여 승용차와 비슷한 수준의 주행성 아니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러한 BMW X5가 올해 3세대 모델을 출시했으며 11월 5일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며 3세대 X5는 다른 BMW 모델처럼 8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으로 적용되었다. 그리고 직렬 6기통 3.0L 디젤엔진도 기본 적용되며 X5 트림은 최고출력 258마력 30d, 그리고 최고출력 381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내는 50d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BMW 뉴 X5 시승은 단독 시승이 아닌 BMW JOY Driving Experience 행사가 열릴 때 시승한 거라 성능과 주행성 위주로 시승 소감을 작성했다. 시승 코스는 여수부터 남해에 이르는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구간이 모두 섞인 코스였다. 이날 준비된 시승차는 모두 X5 30d 모델이며 아쉽게도 50d 모델은 시승차가 없는 관계로 시승해 볼 수 없었다.

8단 자동변속기가 기본 적용된 3세대 BMW X5

BMW는 자동차 메이커 중에서 유일하게 엔트리급 1시리즈부터 대형세단 7시리즈까지 모든 모델 라인업에 8단 자동변속기 기본적용 되거나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8단 자동변속기를 소형 자동차 모델에도 기본 혹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는 BMW가 유일할 것이다.

8단 변속기는 6단이나 7단 변속기보다 단수가 많기 때문에 각단 기어비를 더욱 촘촘하게 설정할 수 있으면서도 고속주행 시 보다 더 넓은 기어비로 연비향상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는 자동변속기보다 수동변속기를 선호하고 자동변속기를 일일이 수동처럼 변속하는걸 좋아한다. 그런데 X5를 포함한 최근 BMW 모델들이 8단으로 변속기가 바뀌면서 손으로 계속 변속하는 게 귀찮아졌다.

아무리 수동변속을 선호하더라도 자주 변속을 하게 되니 변속 하면서 운전하는 재미 보다 그저 귀찮기만 했다. 타사의 다른 모델은 100km/h까지 가속할 때 5번이나 6번만 쉬프트업 하면 끝이지만 BMW X5를 포함한 요 근래 출시된 모델들은 타사보다 2번을 더 쉬프트업 해야 하니까 말이다. 확실한 것은 단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능이나 연비는 좋아지지만 수동변속을 좋아하는 운전자는 점점 귀찮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SAV? 그게 도대체 뭐냐?

BMW X5를 포함한 SAV 모델들은 오프로드에서 원활한 주행도 가능하면서 온로드에서 타사 SUV와 비교 시 온로드 주행에 더 적합하도록 개발되었다. SAV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 X5는 1세대 부터 최근 출시된 3세대까지 오프로드에 적합한 로우(LOW)기어, 센터 디퍼런셜락 같은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X5는 처음 출시될 때부터 타사 SUV와 다르게 따라서 험로 주행에 용이한 프레임바디가 아닌 승용차와 비슷한 모노코크 방식으로 설계되었으며 시트포지션을 승용차처럼 낮출 수 있어 승용차 운전하는 감각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나쁘게 말하면 사실상 지상고가 조금 더 높은 키 큰 왜건 승용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의 도로포장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BMW의 선택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솔직히 로우 기어가 있는 SUV 가지고 있다고 해도 로우 기어를 쓰면서 주행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유연하고 편안한 성격이 가미된 뉴 X5

BMW 에서 중시하는 주행성에 대해 먼저 언급한다면 뉴 X5 주행성은 전세대보다 더 안락하고 부드러웠다. 전세대 X5만 해도 운전자 즉 오너 중심의 성향이 더 짙었다면 이번 X5는 오너 중심이 아닌 운전자 이외 자동차에 탄 탑승자의 편안함에 중점을 두었다. 즉 승차감 향상을 위해서 서스펜션 셋팅이 좀더 부드러워 졌다는 것이다.

반대로 BMW가 예전부터 추구했던 스포츠 드라이빙 성격은 많이 희석된 셈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BMW는 스포츠주행에 적합한 딱딱한 서스펜션, 무겁게 느껴지고 민감한 반응의 스티어링휠 시스템이 돋보였던 브랜드였다. 그러한 BMW가 서스펜션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스티어링휠 반응도 덜 민감해지면서 스포츠주행 보다는 대중성이 보다 더 많이 가미되었다.

BMW는 모든 모델에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연비향상에 도움을 주는 에코 프로 모드부터 모든 운전자들이 무난하게 주행할 수 있는 컴포트 모드, 그리고 서스펜션 감쇄력을 단단하게 설정하고 스티어링휠 피드백이 빨라지고 무거워지는 스포츠 모드 그리고 제어장치를 비활성화 하는 스포츠플러스 모드 등 4가지 드라이빙 모드를 제공한다.

에코 프로 모드로 설정 후 고속 및 와인딩 주행을 한 소감

뉴 X5 30d 모델을 11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시승했는데 11월 5일에는 스포츠 모드에서 주행성능이 어떤지 알고 싶어서 주로 스포츠 모드로 설정 후 주행하였다. 그 결과 뉴 X5 30d 스포츠 모드는 컴포트 혹은 에코 프로 모드 대비해서 서스펜션 감쇄력이 조금 더 단단해지긴 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그리고 이튿날 6일 시승준비를 하다가 연비가 가장 잘나오고 서스펜션 감쇄력이 부드러운 에코 프로 모드에서 고속,  와인딩 주행 등 가혹한 주행을 할 때 연비 그리고 주행안전성은 어떨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다음날 X5 30d 시승은 출발하기 전 에코 프로 모드로 주행설정을 바꾸었다. 그리고 위 사진과 같이 주행 후 평균연비를 구하기 위해 트립을 모두 리셋 하였다. 그리고 대열에 맞춰 운행하기 시작했다.

경상남도 남해는 구불구불한 와인딩 코스가 많다. 따라서 스포츠주행을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서스펜션 감쇄력이 단단해지는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것이다. 그래야 코너 돌 때 좌우 롤링과 상하 바운싱이 더 억제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기자는 에코 프로 모드를 그대로 유지했다.

확실히 에코 프로 모드가 스포츠 모드보다 서스펜션이 더 부드러운 탓인지 와인딩 주행에서 스포츠 모드 대비 좌우 롤링과 상하 바운싱을 더 허용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불안한 느낌은 없었다. 와인딩 로드 뿐만 아니라 고속주행 그리고 굴곡과 요철이 많은 일반도로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주행안전성이 좋았다.

에코 프로 모드에서 와인딩 고속주행을 해도 기대 이상의 주행안전성을 보여주는데 서스펜션 감쇄력이 더 단단해지는 스포츠 모드에서의 주행안전성은? 뭐 말 안 해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위 사진은 남해군 숙소에서 출발하여 여수 시내의 목적지 도착 후 찍은 트립 사진이다. 연비는 100km 주행 시 10.8L의 연료를 사용했다고 나오는데 우리나라 연비 표기법으로 계산하면 리터당 9.3km/l 이다. 트립컴퓨터에 표시된 평균연비가 100% 정확하진 않지만 3.0L 디젤엔진 그리고 공차중량이 2톤이 훌쩍 넘으며 거기에 급 가속, 급 제동, 잦은 풀 스로틀 주행환경을 감안하면 이런 연비결과가 나쁘진 않다고 본다.

단점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전고가 높은 SUV 디자인이라 그런지 고속주행 시 풍절음이 의외로 크게 들렸다. 그 외에는 딱히 다른 단점은 없었는데 BMW JOY Driving Experience 행사 때 시승한 거라 다른 BMW 모델과 번갈아 탔기 때문에 향후 X5를 단독으로 오래 시승한다면 남해에서 시승할 때 찾지 못했던 뉴 X5의 장점과 단점이 더 나올 것이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우면서도 고속 주행안전성이 오히려 향상된 뉴 X5

뉴 X5는 이렇 듯 조수석이나 뒷좌석 탑승자들을 위해서 더 편안해 지면서도 주행안전성은 더 좋아졌다. 오히려 고속 주행안전성은 이전 세대보다 더 좋으면 더 좋지 떨어지진 않는다고 생각된다.

그 동안 부드러운 서스펜션 = 불안한 주행안전성 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뉴 X5는 그러한 고정관념을 타파했다. 요즘 국산 자동차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자동차 모델들 서스펜션이 단단해졌는데 일부 국산차 모델들은 서스펜션이 단단해 졌으면서도 여전히 주행안전성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꼭 높은 주행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해답을 BMW X5가 제시해 주었다. 이 해답을 국산 자동차 브랜드들이 잘 참고해서 앞으로 출시 예정인 신차에 잘 적용했으면 한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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