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닝이라는 단어는 아마 자동차나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이상은 들었을 것이다. 튜닝은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전자는 낡거나 노후된 물건을 새것처럼 다시 보수하는 걸 말하며 후자는 원래 있던 물건을 개조하여 성능을 끌어올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자동차 튜닝은 대체로 후자에 속하며 튜닝을 하는 사람이나 업체를 튜너라고 일컫는다.

자동차 튜닝은 작은 경차부터 500마력이 훌쩍 넘는 수퍼카 까지 어떤 자동차든 튜닝할 수 있다. 개성 있는 외관을 위해 차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부터 엔진을 개조하거나 내장재를 교체 및 바꾸는 것까지 다양하다.

독일이나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은 일찍부터 자동차 튜닝이 발달되어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의 경우 각각 브라부스(BRABUS), 슈니처(SCHNITZER), 압트(ABT) 등의 튜너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압트(ABT)에서 튜닝된 아우디 R8 V10, 아우디 A6 튜닝카이다. 튜닝카답게 순정 상태와 다른 에어로파츠 및 휠, 타이어가 적용되어 있으며 R8 V10 모델의 순정엔진최고출력인 525마력을 600마력까지 끌어올리는 등 총 1억원 상당의 튜닝이 된 차량이다.

그리고 함께 시승한 아우디 A6 3.0TDI는 ECU 맵핑으로 최고출력을 상승하였으며 에어로파츠와 배기시스템 그리고 휠 타이어와 서스펜션 튜닝으로 차고를 낮추어 약 1800만원 정도의 튜닝이 되었다.

아승오토모티브 그룹이 아우디, 폭스바겐을 전문으로 튜닝을 하는 압트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국내 독점 판권을 부여 받았다. 아승오토모티브 그룹은 9월 12일 압트 코리아 설립을 알리는 미디어 발표회를 가졌다. 그리고 압트 코리아 미디어 발표회 직전에 운 좋게도 압트에서 튜닝한 아우디 R8 V10, 아우디 A6 3.0TDI 튜닝카를 시승해 볼 수 있었다.

600마력으로 튜닝된 수퍼카 R8의 가속력은 빠르다 못해 두려운 수준

시승한 R8 V10의 총 튜닝비용은 1억원 정도 라고 한다.

아우디 R8은 순정 상태에서도 최고출력이 525마력에 0-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4초 미만 이었는데 압트에서 튜닝된 아우디 R8 V10은 최고출력이 600마력까지 끌어올렸다.

참고로 아마 아우디 R8을 소유했거나 R8에 관심 있는 자동차매니아라면 지금 아우디 R8 최고출력이 550마력인데 525마력? 이라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 이유는 아우디가 올해 상반기에 신형R8 V10을 출시하면서 외관 뿐만 아니라 엔진출력이 상승하였고 미션도 6단 싱글클러치에서 7단 듀얼클러치로 교체되었다.

따라서 이번에 시승한 R8 V10 튜닝카는 그전에 출시된 구형 모델이다. 

수퍼카는 오직 달리기만을 위해 존재한다. 0.1초의 시간도 줄이기 위해 가벼우면서도 강성이나 방열이 뛰어난 카본이나 세라믹 알루미늄 합금 등을 아낌없이 적용한다. 그래서 인테리어도 단촐한 편이며 편의사양도 많지 않다.

기자가 시승한 아우디 R8 V10의 핸들을 잡고 돌려보니 옛날 파워스티어링 기능이 없는 자동차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매우 무겁다. 그러나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야 시속 200km/h이상을 쉽게 넘나드는 고속주행 시에도 안전성을 보장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가속력 측정을 해보고 싶었지만 이날 비가 내린 관계로 측정을 하지 못했다. 대신 시속 40-60km/h 주행상태에서 가속력을 측정하는 롤링 스타트 방식으로 R8 V10 튜닝카 가속력을 테스트 해보았다.

이렇게 측정한 이유는 비가 온 상태에서는 노면이 젖어있기 때문에 정지한 상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꾹 밟아 스타트하면 자칫 자동차가 트랙션을 잃고 차선이나 코스를 이탈해 사고가 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시승한 R8 V10은 사륜구동이라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겠지만 말이다.

누구나 꿈꾸는 수퍼카를 타고 마음껏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서 신나게 주행하고 싶은 욕망이 있겠지만 수퍼카는 성능이 매우 뛰어난 만큼 함부로 운전하면 사고로 이어지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가능성이 높다. 수퍼카는 우리가 흔히 보는 자동차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번에 시승한 최고출력 600마력 R8 V10 튜닝카의 가속력은 짜릿하다 못해 두려웠다. 거기에 배기튜닝이 가미되어 우렁찬 배기음이 운전하는 기자를 더욱 흥분시켰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꾹 밟을 때마다 스티어링휠 칼럼에 붙은 패들쉬프트를 계속 바쁘게 변속해줘야 하고 변속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시승하면서 정말 아쉬웠던 것은 시승 장소가 공공도로여서 테스트 시 제한이 많았다는 점이다. 거기에 비까지 내렸으니...... 맑은 날 서킷에서 시승해 보고 싶은 욕망이 간절했다.

시승차가 6단 싱글클러치 미션이 적용되어서 순정상태에서는 변속 시 꿀렁꿀렁한 느낌이 강하다고 하는데 압트에서 튜닝을 하면서 변속 프로그램도 변경하여 순정 특유의 꿀렁꿀렁한 느낌을 줄였다고 한다.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은 순정상태이며 서스펜션은 별도로 튜닝을 하여 차고를 2cm 낮출 수 있다고 하지만 과속방지턱과 요철 등이 많은 우리나라 도로 환경을 고려하여 서스펜션은 순정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압트 튜닝이 가미된 아우디 R8 튜닝카는 가벼우면서도 강성이 뛰어난 카본 재질이 적용된 에어로파츠가 적용되었는데 고속주행 시 공기흐름이 더욱 원활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다만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인데 프런트 스커트 하나 가격만 해도 약 1200만원이나 한다. 경차 한대 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수준이다.

가솔린 엔진처럼 부드러우면서 반응이 빨라진 압트 AS6

다음은 압트 튜닝이 가미된 아우디 A6 3.0TDI 튜닝카를 시승해 보았다. 시승한 A6 튜닝카는 압트에서 AS6 라는 모델명을 별도로 부여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짧게 AS6 라는 모델명을 쓰도록 하겠다.

AS6는 최고출력을 순정보다 높여주는 압트의 파워킷, 공기역학을 고려하고 익스테리어 돋보이게 하는 에어로파츠, A6 3.0TDI 전용 디젤 배기시스템, 20인치 휠 타이어, 다운스프링 서스펜션, 플로어 매트를 포함해서 총 튜닝비용이 약 18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순정 상태에서의 최고출력은 245마력 여기에 엔진출력을 간단하게 올려주는 압트의 파워킷이 적용되면서 최고출력을 310마력까지 끌어올린 튜닝카이다.

AS6의 에어로파츠는 아우디 R8에 적용된 카본으로 제작된 에어로파츠와 달리 훨씬 저렴한 PU재질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가격적인 부담은 R8과 비교 시 훨씬 적은 편이다.

본격적으로 시승을 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사운드 자체가 우렁찬 수퍼카 R8을 시승하다가 A6 시동을 걸어보니 디젤임에도 가솔린처럼 상당히 조용했다. 진동도 거의 없는 편이다. 작년에 순정 A6 3.0TDI 모델을 시승했었는데 그냥 시동만 걸면 순정 A6나 튜닝된 AS6나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주행할 때 느낌은 사뭇 다르다. AS6는 순정 A6 3.0 TDI 에 비해 엔진반응이 더 빠르고 더 자연스럽다. 그냥 모르고 탄다면 어 이차 가솔린이네? 라고 느낄 정도로 매우 부드럽다. 거기에 변속할 때 느낌도 더욱 부드러워졌다. 확실히 무엇이 달라졌다 라고 콕 집을 수는 없지만 순정 A6 3.0TDI 모델과 비교 시 변속이 부드러워졌고 주행 중 기어 단수를 낮추는 쉬프트다운을 할 때에도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낮은 단으로 변속이 되었다.

압트 코리아 에서는 다른 칩 튜닝 프로그램과 달리 연료 분사압력, 터빈의 부스트압은 물론 자동변속기 변속로직까지 직접 제어한다고 밝혔다.

특히 2000rpm 이하에서 승용 디젤차는 여지없이 가속이 지연되는 터보래그 즉 가속이 순간적으로 지연되는 현상이 있다. 이건 터빈의 베인을 단계적으로 움직이는 VGT가 적용되어도 여전하다.

그러나 AS6는 저회전에서 터보래그를 느낄 수 없었고 수동모드에서 1500rpm 이하 낮은 회전에서도 힘찬 가속을 할 수 있었으며 자동변속기를 보다 더 부드럽게 변속하도록 셋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단단해지면서 차고를 낮춘 서스펜션과 접지면적이 255mm나 되는 넓은 타이어는 비가 내리는 빗길에서도 접지력을 잃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승차감과 적절한 타협을 이루었다.

튜닝카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인정 받기를......

압트에서 튜닝한 아우디 R8 V10, 아우디 AS6를 시승하면서 시승차 자체의 느낌보다는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에서 튜닝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가? 라는 고민을 해보았다.

우리나라는 자체 국산자동차 브랜드가 있으며 생산규모 또한 세계 5위 이지만 자동차 튜닝을 포함한 자동차 문화 수준은 세계 5위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자동차 튜닝을 포함한 관련 산업은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튜닝산업이 크지 못하는 이유는 자동차 튜닝에 대한 규제가 높기도 하지만 순정 자동차 아니면 불법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강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중고차 시장에서 튜닝카의 가치가 낮은 편이다.

예를 들어 같은 연식의 같은 모델인 중고차 두대를 비교 시 그 중 한대가 천만원 정도 튜닝했다고 해도 실제 중고차 가격은 순정대비 가격이 약간 높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되는게 현실이다.

다행히 정부에서 자동차 튜닝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나서고 있으며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가 발족하는 등 자동차 튜닝산업이 앞으로 커질 듯 하다. 그리고 튜닝산업이 커질려면 서킷에서 마음껏 주행할 수 있는 모터스포츠 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