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몸이 바짝 달아오르긴 했다. 가솔린 모델만으로도 월 1만대 가까이 판매되는 아반떼에 디젤 라인업을 추가했다. 5000만원 이상의 고급 세단 시장이 이미 수입 브랜드에게 잠식당한 상황에서 최근 독일 디젤차의 성공 가도는 부러움인 동시에 뼛속까지 스며든 위기다.

아반떼 디젤의 성공 여부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현대차는 이미 아반떼HD 등에 디젤 모델을 판매했지만, 그 존재 여부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당시에는 국내 소비자들이 디젤 세단을 선호하지 않았다는 변명거리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게다가 최근 엑센트, i30, i40 등 현대차 디젤 모델의 판매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i30가 폭스바겐 골프보다 적게 팔렸다는 것은 현대차에 큰 충격일 듯싶다. 아반떼 디젤에게는 이를 반전시켜야 할 막중한 임무가 있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

현대차는 아반떼 디젤의 판매 비중을 전체 20% 수준으로 잡았는데, 이는 i40 75%를 비롯해 i30 55%, 엑센트 35%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또, 새로운 디젤차 수요를 끌어온다는 목표가 아니라, 기존 아반떼 수요를 가솔린과 디젤로 나눈다는 다소 소극적인 자세다. 그러나 아반떼의 전체 판매량을 고려하면 월 1600~2000대 수준이어서, 볼륨 자체가 그리 작은 것은 아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약 160km를 주행하며 현대차 더 뉴 아반떼 1.6 디젤을 시승했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

◆ 비쌀까 조심조심 …'가솔린 모델에 있는 최고급 트림 제외'

현대차는 아반떼 디젤을 내놓으며 가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덕분에 디젤 모델에는 가솔린 모델에 있는 최상위 트림인 '프리미엄'이 제외됐다. 기본적인 차 가격에서 디젤 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200만원 가량 비싼데, 여기에 최고급 트림과 풀옵션을 선택하면 2600만원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는 사양을 조절해 디젤 풀옵션의 가격을 2350만원으로 낮췄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의 실내

그러나 이로 인해 현대차가 더 뉴 아반떼를 출시하며 대대적으로 광고했던 어드밴스드 주차조향 보조시스템 등을 이용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직접 가솔린 모델을 타고 주차 보조시스템을 시험해봤는데, 작동 편의성과 안전성이 모두 뛰어났다. 특히, 평행주차와 직각주차가 모두 지원되고, 평행출차 기능까지 지원한다는 점은 매우 놀랍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가격대를 맞추려다 보니 일부 사양이 제외됐다면서 추후 고객들의 선호도와 시장 상황을 살핀 후 디젤 모델에도 확대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 성능 위주의 엔진 세팅…'하체가 더 단단했으면'

전체적인 주행 성능은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i30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 측은 i30보다 토크를 2.0kg·m 올리는 등 주행 성능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썼다고 밝혔지만, 실제 주행 중 이를 인식하기는 어렵다. 수동 모델의 최대토크는 기존과 동일한 26.5kg·m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

시승코스가 워낙 잘 뚫려있는 고속도로다 보니 128마력의 최고출력과 28.5kg·m의 최대토크를 모조리 짜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낮은 회전수부터 최대토크가 무리 없이 발휘돼 저속에서의 가속감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또, 기어비가 1~4단까지 촘촘하게 배치돼 중고속에서도 쉽게 속도가 올려 일반적인 주행에서 성능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다. 다만, 고속으로 접어들수록 점차 버거워지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는 엔진의 한계일 뿐 배기량 대비 성능은 동급 모델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의 실내

아반떼 디젤에는 핸들의 무게감을 3단계(컴포트, 노멀, 스포트)로 조절하는 플렉스 스티어가 제외됐는데, 기본 설정은 스포트에 가까운 듯 다른 현대차에 비해 묵직해 마음에 들었다. 현대차의 속도감응형스티어링(MDPS)이 썩 믿음직스럽진 않지만, 예상보다 고속에서의 핸들링과 직진 안정성은 뛰어났다. 다만, 주행 중 차가 통통 튀는 느낌이어서 서스펜션 세팅을 조금 더 단단하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의 계기판

하지만 어느 정도 속도를 유지하며 코너를 돌 때는 뒤가 따로 도는 느낌이어서 불안했다. 아무래도 디젤 엔진을 장착하다 보니 가솔린 모델보다 약 100kg가량 무거운데, 이 무게가 모두 전면부에 집중돼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인듯하다. 이 역시 하체가 조금만 더 단단하게 받쳐주면 개선될 수 있는 것이어서 아쉽다. 현대차 측은 아반떼 디젤의 서스펜션을 보완했다고 밝혔으나 썩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리한 코너링을 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 소음·진동 잘 잡았네…'가솔린 엔진 수준의 정숙성'

i30를 시승할 때는 소음·진동이 너무 커 불만이 많았는데, 아반떼 디젤에서는 눈에 띄게 개선돼 만족스럽다. 공회전 상태에서 카랑카랑했던 엔진음도 낮은 중저음으로 바뀌었고, 가끔씩 시트를 타고 올라오며 짜증나게 했던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급가속을 해도 엔진음이 크게 귀를 거슬리지 않았다. 도저히 국산 4기통 디젤 엔진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노면 소음과 풍절음의 실내 유입도 크게 줄어들었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의 엔진룸

현대차 측은 아반떼 디젤에는 엔진 실린더 블록 커버, 오일팬 커버, 카펫 흡음 코팅, 밀착형 엔진 커버 등이 적용돼 소음·진동이 크게 개선됐다며, 공회전 소음을 제외하한 진동, 가속소음, 노면소음 등은 가솔린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밝혔다. 이 정도의 자신감이라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해도 될 듯하다.

◆ 표시 연비 웃도는 주행 연비…골프와 비교는 '글쎄'

아반떼 디젤의 표시 연비는 16.2km/l로 i30와 동일하다. 토크를 올리는 세팅 때문에 손실된 연비를 ISG(정차 시 자동으로 엔진을 끄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다시 엔진을 켜는 시스템)가 메꿔준 듯하다. 총 160km가량을 시승하는 동안 아반떼 디젤의 연비는 15.7km/l가 나왔다. 비록 표시 연비보다는 부족하게 나왔지만, 급가속·급제동을 반복하는 무리한 주행 상황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편이다. 만약 조금 더 신경 써서 주행을 했다면 표시 연비는 쉽게 뛰어넘을 수 있을듯하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의 헤드램프

아무래도 아반떼 디젤은 폭스바겐 골프와 직·간접적으로 비교된다. 시승 행사에 참가한 많은 기자들은 골프와 아반떼를 비교하는 질문에 열을 올렸다. 특히, 디젤차를 구입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연비 문제는 가장 큰 이슈였다. 

질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골프 1.6 TDI가 아반떼 디젤보다 무게도 80kg가량 많이 나가는데 연비는 왜 2.7km/l나 좋은가?'였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골프에는 블루모션이라는 에너지 회생 기술 등 연비를 우선한 세팅이 적용됐지만, 아반떼 디젤은 주행 성능 위주로 세팅된 차"라며 "동력 성능을 비교하면 아반떼가 출력은 20마력, 토크는 3.0kg·m 우수하다"고 밝혔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

◆ 아반떼 디젤 추가…자발적 노력? 어쩔 수 없는 선택?

현대차 측은 아반떼에 디젤을 추가한 것에 대해 지금까지 꾸준히 추구했던 '시장세분화'와 '고객 맞춤 서비스'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아반떼 쿠페와 쏘나타 터보, 제네시스 다이내믹 에디션 등 다양한 파생 모델을 출시했던 것과 같이 틈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수입 디젤차 판매량에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출시했다는 인상은 지우기 힘들다. 그만큼 고급 세단 위주로 움직였던 수입차 시장이 최근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까지 내려와 국산 소형차와도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수입 디젤차의 성장은 현대차가 쉽게 감당하기 힘든 흐름이다. 

이에 현대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아반떼를 꺼내들었다. 아반떼는 국내에서 14년 연속 준중형차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도 연간 100만대 가까이 판매되는 현대차의 자존심이다. 아반떼 디젤의 성공 여부는 현대차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얼만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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