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신형 아반떼 1.6 디젤…'현대차를 구하라'

[시승기] 신형 아반떼 1.6 디젤…'현대차를 구하라'

발행일 2013-08-21 13:17:18 전승용 기자

현대차가 몸이 바짝 달아오르긴 했다. 가솔린 모델만으로도 월 1만대 가까이 판매되는 아반떼에 디젤 라인업을 추가했다. 5000만원 이상의 고급 세단 시장이 이미 수입 브랜드에게 잠식당한 상황에서 최근 독일 디젤차의 성공 가도는 부러움인 동시에 뼛속까지 스며든 위기다.

아반떼 디젤의 성공 여부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현대차는 이미 아반떼HD 등에 디젤 모델을 판매했지만, 그 존재 여부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당시에는 국내 소비자들이 디젤 세단을 선호하지 않았다는 변명거리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게다가 최근 엑센트, i30, i40 등 현대차 디젤 모델의 판매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i30가 폭스바겐 골프보다 적게 팔렸다는 것은 현대차에 큰 충격일 듯싶다. 아반떼 디젤에게는 이를 반전시켜야 할 막중한 임무가 있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

현대차는 아반떼 디젤의 판매 비중을 전체 20% 수준으로 잡았는데, 이는 i40 75%를 비롯해 i30 55%, 엑센트 35%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또, 새로운 디젤차 수요를 끌어온다는 목표가 아니라, 기존 아반떼 수요를 가솔린과 디젤로 나눈다는 다소 소극적인 자세다. 그러나 아반떼의 전체 판매량을 고려하면 월 1600~2000대 수준이어서, 볼륨 자체가 그리 작은 것은 아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약 160km를 주행하며 현대차 더 뉴 아반떼 1.6 디젤을 시승했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

◆ 비쌀까 조심조심 …'가솔린 모델에 있는 최고급 트림 제외'

현대차는 아반떼 디젤을 내놓으며 가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덕분에 디젤 모델에는 가솔린 모델에 있는 최상위 트림인 '프리미엄'이 제외됐다. 기본적인 차 가격에서 디젤 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200만원 가량 비싼데, 여기에 최고급 트림과 풀옵션을 선택하면 2600만원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는 사양을 조절해 디젤 풀옵션의 가격을 2350만원으로 낮췄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의 실내

그러나 이로 인해 현대차가 더 뉴 아반떼를 출시하며 대대적으로 광고했던 어드밴스드 주차조향 보조시스템 등을 이용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직접 가솔린 모델을 타고 주차 보조시스템을 시험해봤는데, 작동 편의성과 안전성이 모두 뛰어났다. 특히, 평행주차와 직각주차가 모두 지원되고, 평행출차 기능까지 지원한다는 점은 매우 놀랍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가격대를 맞추려다 보니 일부 사양이 제외됐다면서 추후 고객들의 선호도와 시장 상황을 살핀 후 디젤 모델에도 확대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 성능 위주의 엔진 세팅…'하체가 더 단단했으면'

전체적인 주행 성능은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i30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 측은 i30보다 토크를 2.0kg·m 올리는 등 주행 성능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썼다고 밝혔지만, 실제 주행 중 이를 인식하기는 어렵다. 수동 모델의 최대토크는 기존과 동일한 26.5kg·m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

시승코스가 워낙 잘 뚫려있는 고속도로다 보니 128마력의 최고출력과 28.5kg·m의 최대토크를 모조리 짜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낮은 회전수부터 최대토크가 무리 없이 발휘돼 저속에서의 가속감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또, 기어비가 1~4단까지 촘촘하게 배치돼 중고속에서도 쉽게 속도가 올려 일반적인 주행에서 성능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다. 다만, 고속으로 접어들수록 점차 버거워지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는 엔진의 한계일 뿐 배기량 대비 성능은 동급 모델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의 실내

아반떼 디젤에는 핸들의 무게감을 3단계(컴포트, 노멀, 스포트)로 조절하는 플렉스 스티어가 제외됐는데, 기본 설정은 스포트에 가까운 듯 다른 현대차에 비해 묵직해 마음에 들었다. 현대차의 속도감응형스티어링(MDPS)이 썩 믿음직스럽진 않지만, 예상보다 고속에서의 핸들링과 직진 안정성은 뛰어났다. 다만, 주행 중 차가 통통 튀는 느낌이어서 서스펜션 세팅을 조금 더 단단하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의 계기판

하지만 어느 정도 속도를 유지하며 코너를 돌 때는 뒤가 따로 도는 느낌이어서 불안했다. 아무래도 디젤 엔진을 장착하다 보니 가솔린 모델보다 약 100kg가량 무거운데, 이 무게가 모두 전면부에 집중돼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인듯하다. 이 역시 하체가 조금만 더 단단하게 받쳐주면 개선될 수 있는 것이어서 아쉽다. 현대차 측은 아반떼 디젤의 서스펜션을 보완했다고 밝혔으나 썩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리한 코너링을 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 소음·진동 잘 잡았네…'가솔린 엔진 수준의 정숙성'

i30를 시승할 때는 소음·진동이 너무 커 불만이 많았는데, 아반떼 디젤에서는 눈에 띄게 개선돼 만족스럽다. 공회전 상태에서 카랑카랑했던 엔진음도 낮은 중저음으로 바뀌었고, 가끔씩 시트를 타고 올라오며 짜증나게 했던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급가속을 해도 엔진음이 크게 귀를 거슬리지 않았다. 도저히 국산 4기통 디젤 엔진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노면 소음과 풍절음의 실내 유입도 크게 줄어들었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의 엔진룸

현대차 측은 아반떼 디젤에는 엔진 실린더 블록 커버, 오일팬 커버, 카펫 흡음 코팅, 밀착형 엔진 커버 등이 적용돼 소음·진동이 크게 개선됐다며, 공회전 소음을 제외하한 진동, 가속소음, 노면소음 등은 가솔린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밝혔다. 이 정도의 자신감이라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해도 될 듯하다.

◆ 표시 연비 웃도는 주행 연비…골프와 비교는 '글쎄'

아반떼 디젤의 표시 연비는 16.2km/l로 i30와 동일하다. 토크를 올리는 세팅 때문에 손실된 연비를 ISG(정차 시 자동으로 엔진을 끄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다시 엔진을 켜는 시스템)가 메꿔준 듯하다. 총 160km가량을 시승하는 동안 아반떼 디젤의 연비는 15.7km/l가 나왔다. 비록 표시 연비보다는 부족하게 나왔지만, 급가속·급제동을 반복하는 무리한 주행 상황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편이다. 만약 조금 더 신경 써서 주행을 했다면 표시 연비는 쉽게 뛰어넘을 수 있을듯하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의 헤드램프

아무래도 아반떼 디젤은 폭스바겐 골프와 직·간접적으로 비교된다. 시승 행사에 참가한 많은 기자들은 골프와 아반떼를 비교하는 질문에 열을 올렸다. 특히, 디젤차를 구입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연비 문제는 가장 큰 이슈였다. 

질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골프 1.6 TDI가 아반떼 디젤보다 무게도 80kg가량 많이 나가는데 연비는 왜 2.7km/l나 좋은가?'였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골프에는 블루모션이라는 에너지 회생 기술 등 연비를 우선한 세팅이 적용됐지만, 아반떼 디젤은 주행 성능 위주로 세팅된 차"라며 "동력 성능을 비교하면 아반떼가 출력은 20마력, 토크는 3.0kg·m 우수하다"고 밝혔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

◆ 아반떼 디젤 추가…자발적 노력? 어쩔 수 없는 선택?

현대차 측은 아반떼에 디젤을 추가한 것에 대해 지금까지 꾸준히 추구했던 '시장세분화'와 '고객 맞춤 서비스'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아반떼 쿠페와 쏘나타 터보, 제네시스 다이내믹 에디션 등 다양한 파생 모델을 출시했던 것과 같이 틈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수입 디젤차 판매량에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출시했다는 인상은 지우기 힘들다. 그만큼 고급 세단 위주로 움직였던 수입차 시장이 최근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까지 내려와 국산 소형차와도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수입 디젤차의 성장은 현대차가 쉽게 감당하기 힘든 흐름이다. 

이에 현대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아반떼를 꺼내들었다. 아반떼는 국내에서 14년 연속 준중형차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도 연간 100만대 가까이 판매되는 현대차의 자존심이다. 아반떼 디젤의 성공 여부는 현대차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얼만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 현대차 아반떼 디젤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페라리, 849 테스타로사 국내 공개..가격은 7억원대

페라리, 849 테스타로사 국내 공개..가격은 7억원대

페라리가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양산 모델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슈퍼 스포츠카 849 테스타로사(849 Testarossa)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페라리는 14일 서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SF90 스트라달레를 잇는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 849 테스타로사를 선보였다. 페라리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849 테스타로사는 성능과 일상적인 편안함의 균형을 맞춘 스포츠 카(Sports car)와 달리, 매 순간 성능의 한계에 도전하고 차량의 극한을 시험하려는 드라이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제네시스 G80·GV80 프로모션, 월 40만원대 제공

제네시스 G80·GV80 프로모션, 월 40만원대 제공

제네시스 브랜드가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함께 G80, GV80 특별 혜택을 적용한 ‘8040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14일 밝혔다. 제네시스는 ‘8040 프로모션’을 통해 G80, GV80(GV80 쿠페 포함) 등 두 차종의 2.5 터보 모델 1천대를 한정해 월 4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G80, GV80를 구매하는 경우 고객들은 200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차량 가격의 일부를 일정 기간 동안 유예하고, 유예 기간 동안 잔금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기아, ‘미래형 PBV 생산 허브’ 구축..EVO 플랜트 준공

기아, ‘미래형 PBV 생산 허브’ 구축..EVO 플랜트 준공

기아가 PBV 전용 공장인 ‘화성 EVO Plant(이보 플랜트)’로 연 25만대 규모의 미래형 PBV 생산 허브 구축에 나선다. 기아는 14일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 위치한 오토랜드(AutoLand) 화성에서 ‘EVO Plant East’ 준공식 및 ‘EVO Plant West’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문신학 산업통상부 1차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명근 화성시장 등 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송호성 기아 사장, 성 김 현대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벤츠 미래 전략 간담회, 2027년까지 신차 40종 출시

벤츠 미래 전략 간담회, 2027년까지 신차 40종 출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14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의장 겸 CEO 올라 칼레니우스가 참석한 ‘메르세데스-벤츠 미래 전략 간담회(Mercedes-Benz Future Strategy Conference)’를 개최하고, 2026년부터 한국 시장에 선보일 신차들을 공개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마티아스 바이틀 대표이사와 함께 이번 행사에 참석해, 디 올-뉴 일렉트릭 GLC, 디 올-뉴 일렉트릭 CLA, 콘셉트 AMG GT XX, 비전 V 등 브랜드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시승기] 아이오닉9, 532km 주행하는 6천만원대 전기차

[시승기] 아이오닉9, 532km 주행하는 6천만원대 전기차

현대차 아이오닉9 HTRAC2 6인승을 시승했다. 아이오닉9은 현대차가 가장 최신 선보인 전기차이자 최신 파워 유닛 기술이 반영된 신차로, 110.3kWh의 대용량 NCM 배터리팩과 3열의 공간을 확보하고도 2WD 시작가격은 6715만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구성임을 부정할 수 없다.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에서 아이오닉9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현대차는 2021년 E-GMP를 공개하고 E-GMP가 적용된 아이오닉5를 출시했다. E-GMP는 배터리, 전기모터, 섀시 구조 등 전기차

국산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푸조, 폴리곤 콘셉트 공개..2027년 양산차에 적용

푸조, 폴리곤 콘셉트 공개..2027년 양산차에 적용

푸조는 12일(현지시각) 미래 주행의 즐거움을 새롭게 제시하는 차세대 콘셉트카 ‘폴리곤 콘셉트(POLYGON CONCEPT)’를 공개했다. ‘하이퍼스퀘어’ 조향 시스템과 ‘스티어-바이-와이어’ 전자식 조향 기술, 새로운 아이-콕핏이 선사하는 민첩함과 무한한 개인화, 지속가능성 혁신을 보여준다. 푸조는 지난 4일 폴리곤 콘셉트의 첫 외관 이미지를 공개하고, 글로벌 게임 포트나이트 내 가상 섬 폴리곤 시티를 통해 티징 캠페인을 진행하며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혼다, ‘2026년형 뉴 CR-V 하이브리드’ 출시..5280만원

혼다, ‘2026년형 뉴 CR-V 하이브리드’ 출시..5280만원

혼다코리아가 CR-V 하이브리드의 2026년형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 출시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신차는 6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고객 니즈를 반영해 사용자 중심의 안전 및 편의사양을 업그레이드했다. 가격은 2WD 5280만원, 4WD 5580만원(VAT 포함, 개소세 인하분)이다. CR-V는 혼다 SUV 라인업을 대표하는 모델로, 30년간 SUV 시장의 기준을 세워온 글로벌 베스트셀링 SUV다. 1995년 처음 출시되어 ‘도심형 SUV(Urban SUV)’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으며, 이후 150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슈퍼 트로페오’ 공개, 하이브리드 제외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슈퍼 트로페오’ 공개, 하이브리드 제외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가 이탈리아 미사노 월드 서킷 마르코 시몬첼리에서 열린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월드 파이널(Lamborghini Super Trofeo World Finals)’ 현장에서 신형 원-메이크 레이스카 ‘테메라리오 슈퍼 트로페오(Temerario Super Trofeo)’를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해당 모델은 2027년 시즌부터 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에서 열리는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챔피언십에 공식 출전할 예정이다. 테메라리오 슈퍼 트로페오는 ‘우라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현대차, 서울어린이대공원에 ‘현대자동차 정원’ 개장

현대차, 서울어린이대공원에 ‘현대자동차 정원’ 개장

현대차는 지난 12일 서울어린이대공원 정문 광장(서울 광진구 소재)에서 ‘2025 현대자동차 정원 개장식’을 개최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노후한 정문 광장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진 ‘현대자동차 정원’은 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행사에는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정유석 부사장, 국내지원사업부장 윤효준 상무, 국내사업지원실장 김경조 상무, 서울시 곽관용 정무수석, 서울시의회 김

업계소식이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