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알티마,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은 미국 시장에서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며 함께 성장해왔다. 거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높은 판매량을 위해 세 브랜드는 자신만의 브랜드 특징을 강조하기 보단 무난하고 스트레스가 적은 차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래서 세 모델은 디자인의 차이 빼고는 주행성능이나 편의사양 등은 엇비슷하다. 그럼에도 각각의 마니아층은 확실해 웬만해선 다른 브랜드로 쉽게 넘어가지 않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 일본 중형차 트리오 중에서 가장 늦게 국내에 출시된 닛산 신형 알티마

미미한 차이를 끄집어내기엔 3박4일의 시승기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1년여간 신형 캠리를 소유했던 경험과 여러번 어코드를 시승했던 기억을 되살려 닛산 신형 알티마의 시승기를 적어본다.

시승한 모델은 2.5리터 가솔린, 판매가격은 3370만원이다.

◆ 세련된 디자인, 인피니티를 빼닮다

신형 알티마의 디자인은 무난함과 스포티함을 적절하게 조합한 것이 큰 특징이다. 이전 세대 모델의 실루엣이 남아있어 거부감이 크지 않다. 캠리는 디자인을 완전히 새롭게 바꿨는데 알티마는 기존 디자인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새롭게 가다듬었다. 또 인피니티의 유려한 디자인의 영향도 받았다.

▲ 헤드램프, 라이에디터 그릴의 기묘한 조각이 서로 딱 들어맞는다.

전체적으로 모난 곳 없이 부드럽게 디자인됐지만 굵은 선과 세부적인 꾸밈으로 입체감도 강조됐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가장자리가 봉긋 솟은 보닛이나 독창적인 디자인의 헤드램프, 또 그와 딱 맞물리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해 불륨감도 크게 느껴진다.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테일램프의 디자인에서도 알티마 특유의 개성이 발휘되고 2.5리터 모델이지만 듀얼 머플러로 멋을 냈다.

▲ 테일램프의 디자인이나 선을 통해 전체적인 디자인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마주하면 세부적인 디자인보다 넓고 낮게 보이는 차체가 더 인상적이다. 실제 크기는 경쟁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유독 안정적이고 역동적으로 보인다.

▲ 입체적인 느낌은 묘하게 시선을 사로 잡는다.

실내는 잘 숙성됐다. 조작 편의성과 실용성을 높이면서도 은은한 멋을 낸다. 캠리에 비해선 조금 더 현대적이고 어코드에 비해선 차분하다.

▲ 세련되면서도 차분한 실내 디자인. 곡선을 많이 사용한 것은 인피니티의 영향이 크다.

계기반의 구성이나 그래픽은 단연 으뜸이고 조작 편의성도 나무랄 것이 없다. 조작의 어려움은 없고 모든 버튼은 예상한 곳에 위치했다. 네 개의 컵홀더와 넉넉한 글로브박스 공간 등 편의성도 높다.

▲ 대중차에선 쉽게 보기 힘든 수준의 계기반.

역시 실내 곳곳에서도 인피니티의 느낌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한단계 고급스러워졌다고 할 수 있다.

◆ 스트레스 적은 주행성능, 개성보단 실리 추구

2000년대 초반부터 닛산은 알티마에 역동적인 캐릭터를 부여했다. 부드러운 캠리와 차별화두기 위해 조금 더 단단함 주행성능을 추구했고 날렵한 디자인과 정교한 핸들링으로 미국 시장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6단 수동변속기가 장착된 모델을 선보이는가 하면 최근에도 V8 엔진이 장착된 레이스카를 공개하기도 했다.

▲ 2.5리터 직렬 4기통 엔진과 CVT 조합으로 최고출력은 180마력, 쵀대토크는 24.5kg.m다.

신형 알티마의 주행성능도 여전히 단단하다. 대중적인 세단치곤 핸들링이 비범하다. 기대치가 조금 낮았기 때문도 있지만 분명 캠리보다는 더 유연하고 안정적이다. 캠리는 커다란 박스가 움직이는 것처럼 둔한데 알티마는 그보다 잽싸고 앞머리도 더 잘 돌아간다.

CVT(무단변속기)가 지루하다는 것도 이젠 옛말이다. 닛산의 최신 CVT는 똑똑해졌다. 소형차에 장착되는 CVT를 생각하면 안된다. 정속주행에서는 최대한 낮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다가도 급가속시에는 엔진회전수를 최고출력이 발휘되는 부근까지 끌어올린다. 일반적인 변속기에 비해 반응이 신속한 편은 아니지만 급가속에도 힘을 잘 전달한다. 또 속도를 올리는 과정에서도 엔진회전수를 끌어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마치 일반 변속기 같은 느낌도 전달한다.

▲ 기어노브 좌측에 마련된 스포트 모드 버튼.

기어노브에는 스포트 모드 버튼이 마련됐다. 스티어링휠이나 서스펜션의 변화는 없고 엔진회전수가 2000~3000rpm 가량 상승하는 게 전부다. 주행에서 빠른 반응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횟수보다 엔진브레이크 대용으로 쓰는 빈도가 더 높았다.

▲ 폭발력은 없지만 꾸준하고 넉넉한 주행성능을 갖췄다.

2.5리터 가솔린 엔진은 일상생활에서 부족함이 없다.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최고출력은 10마력 늘었고 차체 중량은 20kg 줄었으니 호쾌한 주행성능을 느낄 수 있다. 단 시속 100km가 넘어가는 시점부터 가속이 눈에 띄게 더디고 가벼운 스티어링휠로 불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연비는 경쟁모델 중에서 가장 좋다. 리터당 12.8km. 현대차 쏘나타나 그랜저에 비해서도 좋다.

◆ 저중력 시트, 보스 오디오…고급 편의사양도 갖춰

이목을 끄는 요소는 또 있다. 이름도 거창한 ‘저중력 시트’. 영어로는 ‘Zero Gravity Seat’로 직역하면 무중력 시트다. 무중력 공간에서처럼 신체 특정부위에 무리가 없이 편안하게 받친다는 의미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제론 매우 단순하다. 무게가 많이 실리는 부분은 푹신하게 만들고 덜 쏠리는 부분은 단단하게 만드는 것. 확실히 편안함이 강조된 시트긴 하지만 놀랄만한 수준은 아니다. 차라리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어쨌든 차량 가격을 생각했을 땐 분에 넘치는 편의사양이다.

▲ 나사(NASA)의 연구를 응용해 개발한 저중력 시트.

편의사양이 넘치는 국산차에 비해 개수는 조금 부족하지만 꼭 필요한 편의사양은 빠짐없이 적용돼 질적으론 아쉬울 것이 없다. 가격도 상당히 공격적이다. 캠리와 동일한 가격이며 그랜저 3.0 모델의 일부트림보다 싸다.

▲ '슈퍼대디를 위한 차'가 되기 위해선, 먼저 알티마 스스로가 슈퍼대디가 돼야 한다.

큐브의 인기가 한풀 꺾인 현시점에서 알티마의 어깨가 무겁다. 알티마 스스로가 한국닛산의 ‘슈퍼대디’가 돼야할 상황이다. 각종 언론에서의 호평은 결코 연민이나 과장이 아니다. 뛰어난 상품성은 동급 최고다.

패밀리세단이라는 기본 목적에 충실하고 상품성도 갖췄으니 일단은 슈퍼대디가 되기 위한 준비는 완벽해 보인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