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회째를 맞는 ‘2013 서울오토살롱’에 다녀왔습니다. 이틀동안 몇몇 부스에서 받은 자료와 사진을 정리했는데도 막막합니다. 새로운 것이나 이목을 끌만한 '꺼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관계자들은 '자동차 업계에 일반인 관심이 부족하다'고 볼멘소리도 하는데, 상황이 이 정도라면 오토살롱 오겠다는 사람들에게 차라리 그 돈으로 가까운 영화관이라도 가라고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 2013 서울오토살롱에 참가한 한 업체는 롤스로이스, BMW 등의 올드카를 전시해 주목받았다.

2007년부터 오토살롱을 취재했으니 벌써 오토살롱만 7번째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양적인 규모도 비슷하고 질적으로도 전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튜닝 산업 규모를 볼 때 이 정도면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체 이걸 왜 하고 있나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11년 동안 지속됐다면 저변도 확대됐어야 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어야 하는데 모든 것이 그대로니까요. 

▲ 2010 서울오토살롱 현장.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반면 한국의 대표하는 자동차쇼라는 '서울모터쇼'는 어떨까요? 이러쿵저러쿵 말은 많아도 규모는 눈에 띄게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 변변한 자동차가 없다고는 해도 브랜드 참여도 높아지고 '아시아 프리미어'라면서 신차를 모터쇼에 맞춰 내놓는 일도 많으니 점차 세계적인 모터쇼로 발전해가는 과도기라고 생각됩니다. 적어도 노력은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비해 서울오토살롱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뭐가 나오는지 관람객들이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관람객은 적고 모델들은 많으니 차라리 사진동호회의 대표적 출사장소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레이싱모델의 팬미팅 현장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중고생들이 '야한 누나'를 스마트폰에 담는 곳이라는 점도 혀를 차게 만듭니다.

몇년째 계속되는 세차쇼, 머슬카 특별관 등도 이름만 거창하지 별다른 감흥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매년 똑같고 색다른 시도가 없으니 관람객들 반응도 냉담하기만 합니다.

▲ 한적한 머슬카 특별관. 처음 머슬카 특별관이 오토살롱에 선보였을땐 인기가 좋았다.

◆ 오토살롱, 일본에선 모터쇼 능가하는 전시회

지난 1월, 일본 도쿄오토살롱을 찾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 엄청난 규모와 열기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한때 세계 4대 모터쇼에도 이름을 올렸던 도쿄모터쇼가 규모를 축소해 오다이바의 ‘빅사이트’에서 열린 것에 비해 도쿄오토살롱은 일본 최대 규모 전시장인 마쿠하리메세를 꽉 채웠습니다. 우리나라 전시장 규모에 비유해보자면, 서울모터쇼를 코엑스에서 서울오토살롱은 킨텍스에서 열리는 것 같다고 할 수 있겠죠. 

▲ 2013 도쿄오토살롱 현장. 서울오토살롱의 5배는 족히 넘는 규모다.

도쿄오토살롱 여러 전시홀의 메인 부스는 일본 메이저 브랜드가 자리합니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은 자신의 모터스포츠 및 튜닝 브랜드를 발 벗고 홍보합니다. 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더 젊게 가져가고 마니아층도 형성합니다.

▲ 도쿄에서 진정한 야수가 된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를 만났었다.

완성차 업체에 뒤처지지 않도록 중소업체도 갖은 노력을 다합니다. 더욱 특별하고 세심한 제품을 내놓아 관객들 눈길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도쿄오토살롱은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전시회였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모터쇼가 차 한대를 전시하는것이라면, 오토살롱은 차 한대에 들어가는 각종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모두 팔고 전시하는 것이니 더 많은 업체들과 제품이 등장할 수 있겠죠.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산업은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했습니다. 

▲ 기본적으로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차에 더 해박하고 관심이 많긴 하다.

올해 서울오토살롱은 그 어느 때보다 썰렁했습니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많은 중소업체가 불참해 전시장은 텅텅 비었습니다. 효과가 크다면 무리해서라도 참여할텐데, 비용대비 효과가 너무 모험적이기 때문에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다는 업체도 많았습니다.

▲ 한산한 서울오토살롱 현장. 여기에 레이싱모델이 등장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관람객을 집중시키기 위해 레이싱모델을 세우는 업체도 있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고 관객들의 관심도 제품이 아닌 레이싱모델에게만 쏠리니 의도했던 성과도 거두기 힘들다고 합니다.

한 참가업체 관계자는 “노출수위가 높은 레이싱모델을 세워두면 확실히 사람을 많이 몰린다”면서 “그렇다고 제품을 알리는 효과는 거두기 어렵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델들 사진에 회사명이나 제품 로고가 보이는걸 기대하는 정도지만 이것도 포기하기 힘들다”고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전시회는 원래 부익부빈익빈”이라며 “그나마 돈 많은 업체들은 규모도 크고 좋은 위치에 레이싱모델도 많이 세워 놓는데 제품력이나 아이디어로만 승부하는 작은 업체는 변방으로 밀려 오히려 사람들에게 외면받는다”고 말했습니다.

▲ 레이싱모델도 없고 메인부스도 아니지만 타이어 프린팅 업체는 관람객들에게 꽤 인기가 좋았다.

◆ 전시문화와 관람문화, 모두 개선돼야

서울오토살롱은 정신이 없습니다. 전시장을 어떻게 둘러봐야 할지 당최 감이 오질 않습니다. 정해진 전시 공간을 입찰하는 만큼 업체는 분류 없이 뒤섞여 있습니다. 동선이 너무 복잡해 제품간 비교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 언제 또 페라리 458 이탈리아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을런지. 하지만 차보단 사람이 먼저다.

또 공간을 채우기 위해 참가 업체의 전시차를 한데 모아 전시하기도 합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의 멋진 차가 모여 있긴 하지만 어떤 업체에서 어떤 부분을 손 봤는지 그래서 차가 어떻게 좋아졌는지 관람객은 알 길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슈퍼카 주차장일 뿐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지 못합니다.

▲ 남아도는 전시공간은 슈퍼카 주차장으로 활용됐다.

레이싱모델 촬영을 위해 통로를 막는 일도 허다합니다. 레이싱모델을 앞에 두고 펼쳐지는 열띤 취재(?) 경쟁 때문에 정작 주인공은 외면당하기도 합니다. 일본 도쿄오토살롱이나 미국의 세마쇼에도 당연히 레이싱모델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요소입니다. 모델이 관람에 방해를 주는 일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이래저래 방해요소도 많고, 뭘 봐야하는지 자체가 혼동 되다보니 자연스레 오토살롱의 재미가 떨어지게 됩니다.

▲ 수많은 모터쇼를 다녀봤지만 레이싱모델 촬영 때문에 통로가 막힌 적은 처음이다.

언제까지 정부나 완성차 업체를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는 시장에 완성차 업체가 발을 들여 놓을리 만무하고 정부의 관심도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 세차쇼도 이젠 지겹다. 화끈하려면 더 화끈하든가.

이번 서울오토살롱은 우리나라 튜닝산업과 문화의 현주소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만 같아 아쉽고 실망감이 컸습니다. 이제 서울오토살롱에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합니다. 야한 옷, 선정적인 몸짓으로 한두번 관심을 끌 수는 있겠으나 의미 없는 관객 동원일 뿐입니다. 관람객 숫자를 늘리는 것 보다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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