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단단한 '하체'가 중요하듯, 자동차에도 하체에 해당하는 서스펜션이 중요하다.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이 차체나 탑승자에게 전달되지 않게 흡수해주는 일종의 충격 완화 장치로, 자동차의 승차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지난 5일, 현대차에 공급되는 서스펜션을 생산하는 만도 익산공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서스펜션의 핵심 구성품인 쇽업소버(Shock-Absorber, 충격흡수장치)를 비롯해 에어 서스펜션, 모노 튜브 댐퍼 등이 생산된다. 

▲ 만도 익산공장

한라그룹 자동차 사업 분야의 대표 회사인 만도는 지난 1970년 국내 최초로 서스펜션 핵심 부품인 쇽업소버의 국산화에 성공해 1975년 현대차 첫 모델인 포니에 장착했다. 이후 40여년 동안 현대차를 비롯해 닛산, GM, 르노 등 다양한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에 서스펜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만도는 국내에 익산공장을 포함 성남(R&D 센터) 평택(브레이크 사업부) 원주(조향 사업부) 등 4개 사업장을 두고 있다. 이 중 익산공장 서스펜션 사업부는 쇽업소버를 비롯해 유압 스토핑 댐퍼(HSD), 자가차고조절장치, 전자제어서스펜션 등을 생산하고 있다. 

▲ 만도 익산공장에서 쇽업소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작년, 만도의 서스펜션 부문 글로벌 매출은 9707억원으로, 지난 2009년과 비교해 3년만에 2배가량 성장했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 북경현대 공장 등 현대차의 현지화 전략과 함께 세계 각지에 생산 공장을 세우고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에 노력해온 결과다. 만도는 현재 세계에 8개 공장에서 연간 5100만본(약 1300만대) 규모의 서스펜션 생산능력을 갖췄다.

▲ 만도 익산공장 생산시설

만도 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세계 시장에서 만도의 위치는 쇽업소버 업체 중 4위 수준이다. 기술력은 이미 세계 2~3위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아직 매출규모 및 첨단 제품 비중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또, 전체 생산량의 90% 가량이 첨단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한 일반형 제품이고,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비중이 60% 이상인 시장 구조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경쟁 상대로는 독일 업체인 제트에프작스(ZF-Sachs)를 지목했다. 매출규모 측면에서는 1위가 아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독일차 브랜드와 유기적인 협력 아래 첨단 제품을 꾸준히 공급하며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도 측은 제트에프작스와의 기술 격차를 2~3년 수준으로 보고 있다.

▲ 만도 익산공장 생산라인

이에 만도는 중국 등 다양한 해외 시장 개척과 다양한 첨단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세계 TOP3 부품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만도는 이미 자사의 최대 부품 공급처인 현대차와의 동반 해외 진출을 통해 미국, 중국, 인도, 터키, 브라질, 폴란드 등 세계각지에 총 7개의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북경현대에 부품을 공급중인 만도북경 공장은 연간 300만대 규모의 서스펜션 생산 여력이 있으며, 현대차 미국 공장에 부품을 공급중인 만도 앨라바마 공장도 연간 150만대 규모의 서스펜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또, 지난 2010년 설립된 만도 브라질 공장과 2011년 설립된 폴란드 공장을 통해 브라질 및 유럽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 만도 익산공장 생산라인

첨단 제품 개발 속도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우선 일반형 제품을 기본으로 전자제어 방식을 적용해 가격 상승을 억제하면서도 품질을 향상시키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주파수와 압력 조절을 구현하는 주파수 반응식 댐퍼, 짐을 많이 실어도 내부펌프가 작동해 항상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는 자가차고조절장치, 험로나 과속방지턱 등 움직임을 제어하는 유압스토핑댐퍼(HSD) 등이 이미 현대차 싼타페 등 양산 차종에 적용됐거나 개량형이 도입될 예정이다.

▲ 만도에서 개발한 쇽업소버. 좌측부터 셀프 레벨라이저, 경량 서스펜션 스트럿, 고내구성 댐퍼

또, 최근에는 노면의 상황과 차량의 움직임을 각종 센서로 판단해 감쇠력을 조절, 상황에 맞는 진동 흡수성능을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스마트 댐핑 컨트롤(SDC)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현재 제네시스에 장착해 주행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중 BMW만 갖고 있는 기술로,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제네시스에 탑재될 예정이다.

만도 측 관계자는 "SDC와 같은 첨단 제품군은 부가가치가 높고 차의 성능 향상도 뛰어나지만 현재의 시장 구조 상 경쟁 업체들에 비해 기반이 취약해 당장 양산해 적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준중형, 중형급 차종에도 SDC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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