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언제나 그랬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사람들이 환호할만한 것을 양손 가득 쥐고 나타났다. 시대를 앞섰고 유행을 선도했다. 그것이 가격이든 성능이든 골프는 언제나 기대 이상의 모습을 선사했고 소형차의 개념을 새로 정립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서민들의 포르쉐' 골프 GTI로 소형 스포츠카 혁명을 주도하는가 하면 친환경 디젤 엔진과 DSG 변속기로 다운사이징 유행을 이끌었다. 뛰어난 주행성능과 우수한 연비 등은 경쟁 업체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수많은 업체에서 '타도 골프'를 외치며 신차를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골프에게 위협을 준 차는 없다. 디자인이나 성능이나 그들의 시도는 전혀 신선하지 않았다. 이제야 꽁무늬를 따라잡는가 싶으면 골프는 이미 저멀리 가 있다.

▲ 폭스바겐 7세대 신형 골프

이제 폭스바겐은 7세대로 진화한 신형 골프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차세대 플랫폼으로 인한 원가절감과 새로운 원자재 활용 등으로 차량 가격을 낮추는 대신 첨단기술을 대거 적용했고 고급스런 소재도 대폭 첨가했다. 신형 골프는 소형차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충분할 정도로 진화했다. 폭스바겐이 40년전 GTI를 통해 스포츠카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면 이번엔 신형 골프를 통해 프리미엄차의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 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올해 5천대를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경상남도 거제 인근에서 폭스바겐 골프 1.6 TDI 블루모션과 2.0 TDI 블루모션을 번갈아 가며 시승했다. 가격은 각각 2990만원, 3290만원이다.

◆ 더욱 완벽해진 디자인, "더 낮고, 더 넓고, 더 길게"

골프의 디자인을 얘기할때 해치백 디자인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골프가 해치백의 교과서로 군림하고 있지만 골프 이전부터 다양한 해치백이 존재했다. 유럽인들은 애당초 해치백의 장점과 실용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해치백 디자인을 선호했다. 하지만 골프 이전에 그 누구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조르제토-주지아로가 디자인한 1세대 골프는 다른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며 해치백 디자인의 표본이 됐다.

▲ 디자인은 더욱 당당해졌다. 귀여움이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남성미가 강조되면서 더욱 단단한 느낌을 보여준다.

신형 골프는 이러한 1세대 골프와 1997년 출시된 4세대 골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유인 즉슨, 7세대 신형 골프를 디자인한 폭스바겐의 젊은 디자이너 필립-뢰머스(Philipp Römers)가 가장 처음 본 차가 1세대 골프고 그가 처음 소유했던 차가 4세대 골프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전세대에 걸친 골프 특유의 정체성도 담겨있다. 가령 활시위가 당겨진 활처럼 굽어진 C필러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수됐다. 현시대의 요구를 담으면서도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골프의 디자인이다.

필립-뢰머스는 신형 골프의 디자인에서 '프리미엄 비율'을 언급한다. 그가 말하는 프리미엄 비율이란 오버행이 짧고 보닛이 길다. 필러는 급격히 누웠고 운전석을 최대한 뒤로 밀어냈다. 마치 후륜구동 세단의 레이아웃과 비슷하다. 이런 기본 비율을 바탕으로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차체는 넓고 낮아졌다. 또 차체 길이도 더 길어졌다. 차체를 휘감는 선은 더욱 명확해져 어느 곳에서 보든 당당함이 느껴진다.

▲ 뒷모습의 디자인도 크게 변했다.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한층 뚜렷해진 보닛의 캐릭터 라인은 안쪽으로 밀려들어와 자연스럽게 앞팬더가 강조됐다. 툭 튀어나온듯 선명한 앞팬더가 스포티함을 한층 높였고 넓은 차체를 부각시키기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의 위치를 낮췄다. 또 그릴 하단은 크롬으로 치장돼 시각적인 효과도 추가됐다. 차체 주변을 휘감는 선은 더욱 명확해졌다. 이전 세대 모델에서 느낄 수 있었던 두루뭉실함은 찾아볼 수 없다. 날카로워졌고 캐릭터가 뚜렷해졌다. 뒷모습에서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당당함이 느껴진다. 헤드램프의 디자인이 날카로워지면서 새침한 느낌도 든다.

▲ 2.0 TDI 블루모션에 적용된 LED 주간주행등.

시승했던 1.6 TDI와 2.0 TDI의 외관 디자인 차이는 크지 않다. LED 주간주행등이나 머플러 등을 제외하면 거진 똑같다. 추후 R라인 모델이나 GTI, GTD 등이 판매되면 더 다양한 디자인의 골프를 만날 수도 있겠다.

◆ 한층 넓어진 공간에 고급스러움을 더 하다

외관 디자인이 한층 스포티해진 만큼 실내서도 운전자 중심적인 설계가 이뤄졌다. 가장 큰 변화는 센터페시아가 운전자 쪽으로 기운 것. 이는 차의 성격을 대변해준다. 운전자가 운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운전자에게 더 아늑한 느낌을 선사한다. 달리기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돕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 1.6 TDI 블루모션의 실내. 2.0 TDI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실내에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넓어진 공간과 골프 역사상 최고의 고급스러움이다. 차세대 MQB 플랫폼 적용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실질적인 혜택을 볼 부분은 실내 공간이다. 휠베이스는 2637mm(독일기준)로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59mm나 길어졌다. 그 덕에 뒷좌석 다리 공간도 더욱 넉넉해졌고 트렁크 공간은 30리터가 늘었다. 뒷좌석 등받이 각도는 적당히 누웠고 엉덩이가 닿는 부분 역시 편안한 승차감을 위해 끝부분으로 갈수록 살짝 높아진다. 센터터널이 경쟁모델에 비해 다소 높은 것은 흠이지만 뒷좌석 공간에서는 만족감이 크다. 차체 높이가 다소 낮아졌지만 센터페시아부터 시트 등의 위치가 전체적으로 뒤로 밀렸고 시트포지션 자체도 낮아져 머리 공간의 부족함도 없다.

▲ 골프의 뒷좌석 공간. 휠베이스가 길어지고 시트 배치가 새로워지면서 공간은 더욱 넉넉해졌다.

센터페시아는 이전 세대 모델과 비슷한 레이아웃이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모든 것이 새롭게 바뀌었다. 차급이 한단계 상승한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기존 골프가 갖고 있던 간결함이나 직관적인 장점을 잘 간직하고 있다. 스티어링휠은 하단 부분이 싹뚝 잘려있는 D컷 스타일이다.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각종 메뉴 버튼의 디자인도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졌다. 계기반 중앙의 정보창은 더욱 커져 시원스런 느낌을 준다. 방향지시등, 와이퍼 작동 레버도 새롭게 디자인됐다.

▲ 고급스러움은 두어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분이다. 세부적인 마감도 뛰어나다.

실내 곳곳을 하이그로시 블랙 패널을 사용해 마감했다. 적당한 광택이 살아나 세련됨이 부각됐고 각 부위의 테두리를 크롬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하지만 곳곳에서는 원가절감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스티어링휠이나 기어노브를 제외하면 가죽이 사용된 부분을 찾기 힘들다. 실내에 적용된 직물은 너무 저렴해보이고 촉감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런 것들이 저렴한 가격을 형성할 수 있었던 한 이유지만 아직 국내 소비자들은 수입차에서 완벽함을 기대하니 실망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겠다.

▲ 골프로 인해 새로워질 폭스바겐의 다른 차량이 기대될 정도로 실내 디자인은 무척이나 우수하다.

◆ 경제성이 강조된 1.6 TDI, 엔트리 모델도 역시 골프

신형 골프에 적용되는1.6 TDI 엔진은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성능은 기존과 동일하다. 1.6 TDI 모델은 신형 골프 중에서 느껴지는 주행성능의 변화가 가장 적다. MQB 플랫폼으로 차종에 따라 최대 100kg 가량 무게가 절감됐지만 1.6 TDI 모델은 무게가 20kg 밖에 줄지 않았다. 20kg을 줄인 것도 큰 성과지만 파워트레인의 변화도 없기 때문에 이전 세대 모델과 연료효율도 비슷하다. 성능면에서는 진화가 가장 더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 1.6리터 TDI 엔진.

하지만 도로를 달릴때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역시 골프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엔진은 1.6리터에 불과하지만 경쾌하다. 변속도 부드럽고 빠르게 이어지기 때문에 가속이 주춤하지 않는다. 국내 도로 환경에서는 전혀 부족할 것이 없다. 차체 중심이 낮아졌고 공기저항도 줄어 고속 안정감도 더욱 개선됐다. 도심에서는 2.0 TDI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 파워트레인은 효율적으로 바퀴의 힘을 도로에 전달한다. 부족함 없이 원하는 만큼 달려나갈 수 있다.

핸들링은 차급을 훨씬 넘어서지만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딱히 뛰어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신형 골프 1.6 TDI에는 기존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 대신 토션빔이 장착됐다. 토션빔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은 한동안 골프에 토션빔을 주력 서스펜션으로 사용한 적도 있다. 또 유럽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숙성된 토션빔은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 1.6 TDI 모델에는 후륜 서스펜션으로 토션빔이 적용됐다.

하지만 막상 멀티링크가 적용된 2.0 TDI와 비교했을때 불안한 기색이 있다. 요철을 지날 때나 과속방지턱을 넘어설 땐 과하게 튕긴다는 느낌도 든다. 차량 뒷부분이 통통 튀니 고속으로 코너를 지날 땐 뒤가 쉽게 미끄러지기도 한다. 코너링의 예리함은 있지만 자칫 실수하면 사고로 이어지기도 쉽상이다.

◆ 2.0 TDI, 더욱 탄탄해진 주행성능

최신 2.0 TDI 엔진은 기존 엔진이 비해 최고출력이 10마력 상승했다. 최고출력은 150마력, 최대토크는 32.6kg·m다. 다른 구조는 기존 모델과 거의 동일하고 공차중량은 44kg이 감소됐다.

폭스바겐은 제원의 수치를 정확하게 느끼게 해준다. 작은 체구에 32.6kg·m의 최대토크는 차고 넘친다. 가속페달을 밟음과 동시에 약간의 휠스핀이 발생할 정도의 폭발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호쾌한 가속력은 전구간에서 계속된다. 고속으로 달리는 순간에도 힘이 남는다. 최고출력이 높아짐에 따라 최고속도도 높아져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것으로 보인다.

▲ 주행모드 설정이 가능해졌다. 예상외로 차의 성격이 크게 바뀐다.

신형 골프에는 골프 최초로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이 적용됐다. 에코, 노멀, 스포트, 인디비주얼 등 총 4가지 주행 모드 설정이 가능하다. 각 모드에 따라 스티어링휠의 무게감이나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이 달라진다. 예상외로 모드에 따른 주행 성격이 크게 바뀐다. 하지만 서스펜션의 변화가 없는 점은 아쉽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이 빠진 기분이다.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은 한번 설정해 놓으면 시동을 껐다켜도 기존에 설정해 놓은 모드가 유지된다. 소형차에 주행 모드 설정 시스템이 장착된 것은 감지덕지지만 조금 더 완성도가 높아지면 좋겠다.

▲ 성능이 개선된 점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바뀌지 않은 구조도 더욱 숙성도가 높아졌다.

코너링은 일품이다. 스포츠카 부럽지 않다. 이전 세대 모델도 그랬지만 골프의 핸들링은 탈때마다 감탄을 내뱉게 한다. 코너를 돌아 나간다기 보다 확 꺾어서 빠져나간다. 운전자의 시선과 스티어링휠의 회전, 바퀴의 움직임이 일체감을 이룬다. 차체가 버티는 한계도 높다보니 마음놓고 코너를 달릴 수 있다. 무거운 디젤 엔진의 특성상 차량 앞쪽에 무게가 실리지만 신형 골프는 길어진 차체 덕분에 밸런스가 훨씬 좋아졌다. 스티어링휠과 변속기의 거리가 가까워진 점도 운전의 재미를 높이는 요소다.

◆ 친절해진 골프, 프리미엄의 대중화를 이끈다

골프에 처음 앉아 실내를 둘러보면 몇가지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오토홀드 버튼이 기어노브 주변에 위치했다. 또 폭스바겐 차에서 보기 힘든 USB 단자도 눈에 띈다. 넓은 글로브 박스에는 쿨링 시스템이 적용됐고 앞좌석 시트 밑부분에는 비밀 수납공간도 자리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이 장착되지 않았고 후방카메라도 없다. 대신 차량 주변의 장애물을 감지하는 파크파일럿은 더욱 섬세해졌다. 스마트폰을 블루투스 시스템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점도 신형 골프에 추가된 기능이다.

▲ 더욱 세밀해진 파크파일럿.

안전사양으론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MultiCollision Brake, MCB)가 최초로 적용됐다. 이 시스템은 에어백의 센서가 1차 충돌을 감지 하면 작동된다. 사고 후 2차 충돌을 막히 위해 차에 제동을 걸어주는 시스템이다.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는 차량 속도가 시속 10km에 다다를 때까지 제동을 건다. 이밖에 피로 감지 시스템, 7개의 에어백, 전자식 디퍼렌셜 락(XDS), 언덕 밀림 방지 시스템(HHC), 전자식 주행 안정화 컨트롤(ESC) 등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 USB 단자와 썬루프, 기어노브,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오토홀드 기능,(좌측 상단에서 시계방향으로)

골프는 폭스바겐을 넘어서 아우디, 벤틀리, 포르쉐 등이 속한 폭스바겐그룹을 대표하는 차다. 그래서 당대 최고의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골프의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은 사활을 건다. 그들의 설계와 기술력은 너무나 치밀하고 탄탄하다. 이제는 그위에 프리미엄이란 새옷까지 걸쳤다. '프리미엄의 대중화'란 사명을 띄고 태어난 신형 골프의 새로운 도전이 지금 시작됐다.

▲ 신형 골프 출시로 인해 다른 브랜드는 더 바빠졌다. 서둘러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골프의 발끝을 따라가기도 벅찰 정도로 골프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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