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상품성으로 수입 해치백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폭스바겐 골프도 결국 단종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아쉬울건 없다. 모든 면에서 더 강력해진 신형 7세대 골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전 골프도 탄탄한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으로 만족도가 높았는데, 모든 면에서 큰 폭으로 향상 됐다니 기대도 크다. 7세대를 타기 전, 신모델에 달라진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떠나는 6세대를 다시 불러 마지막으로 시승해보기로 했다.  

▲ 폭스바겐 6세대 골프가 화려한 영광을 뒤로 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 6세대 VS 7세대…선택은 역시 골프 2.0 TDI

6세대 골프 전 모델 중 가장 탐이 나는 모델은 역시 GTI였고, 가장 매력적인 모델은 1.4 TSI였지만, 막상 차를 구입한다고 가정한다면 선택은 단연 2.0 TDI였다. 가격과 주행 성능, 연비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이보다 더 완벽한 해치백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러 디젤 모델 중에서 2.0 TDI를 선택할 이유도 있다. 골프 2.0 TDI는 1.6 TDI 블루모션보다 단 200만원 비싸지만 동력 성능은 월등히 우수해 부족함 없고 재미있는 주행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또 표시연비가 16.2km/l여서 상대적으로 조금 떨어지지만, 장거리를 달리거나 정속 주행할 때는 리터당 20km를 우습게 넘기는 점 때문에 효율성 면에서도 만족스럽다. 한 단계 높은 디젤 모델인 2.0 GTD가 주행은 더 재미있지만, 이 차는 800만원이나 더 줘야 한다니, 2.0 TDI가 최적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 폭스바겐 7세대 골프는 더욱 완벽한 해치백으로 다시 태어났다

7세대 골프도 2.0 TDI가 가장 매력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연비와 성능이 모두 업그레이드됐음에도 가격은 오히려 낮아졌기 때문이다. 7세대 골프 2.0 TDI의 표시연비는 기존 16.2km/l에서 16.7km/l로 향상됐다. 또, 엔진 개선을 통해 최고출력을 140마력에서 150마력으로 10마력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가격은 기존(3310만원)보다 20만원 내린 3290만원으로 책정해 경쟁력도 높였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오는 9월에 편의사양을 추가한 2.0 TDI 프리미엄 모델(3690만원)도 출시할 예정이다. 

◆ 역시 기본기 뛰어난 골프 VS 화려한 기술까지 익혔다

6세대 골프를 최근 시승한게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다. 다시 시승해보는 6세대 골프.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과연 차체의 안정감이 극단적으로 우수하게 여겨졌고 서스펜션의 든든함이나 핸들의 조작감이 매력적이었다. 더구나 휠베이스가 적당히 짧고 뒤가 잘린 해치백 스타일이어서 핸들의 움직임에 맞춰 차체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초반 가속은 매우 부드러운데, 저속에서의 기어를 촘촘하게 해 낮은 rpm에서부터 넉넉한 토크를 이용하도록 설정했기 때문이다. 힘이 끊기는 느낌 없이 안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다. 서스펜션의 조절 정도도 만족스러워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거의 없다.

▲ 7세대 골프 2.0 TDI 모델은 블루모션테크놀러지가 추가됐음에도 최고출력이 10마력 향상됐다

고속 영역에 들어서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치 롤러코스터 내리막을 달려 내려가는 듯 짜릿한 가속감이 느껴진다. 하체가 매우 단단해 아슬아슬한 속도로 코너를 진입해도 별 일 아니라는 듯 능숙하게 빠져 나온다. 운전 실력이 늘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특히, 6단 DSG 변속기는 원활한 기어 변속을 통해 140마력의 최고출력과 32.6kg·m의 엔진 성능을 모조리 끌어내며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속도를 낸다. 여기에 주행 모드를 S(스포트)로 놓으면, 변속 타이밍을 최대한 늦추며 rpm을 최대로 사용해 더욱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하다.

▲ 7세대 골프 2.0 TDI 모델의 엔진룸

7세대 골프는 엔진 개선, 외관 디자인 변화, 차체 경량화 등을 통해 이전 모델에 비해 주행 성능을 더욱 끌어올렸다. 2.0 TDI 모델의 경우 6단 DSG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1.6 TDI 등에 사용되는 7단 DSG가 아직 32.6kg·m의 토크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고출력이 10마력 올라갔으며, 최고속도는 9km/h, 제로백은 0.7초 단축되는 등 1.6 TDI와 비교해 눈에 띄는 성능 향상이 있었다. 

또, 루프 스포일러, 공기역학적 라디에이터 그릴, 언더패널, 15mm 낮아진 서스펜션 등으로 공기저항계수를 0.27Cd까지 낮췄으며, 엔진과 서스펜션 등에 알루미늄을 대거 사용해 무게는 44kg 줄였다. 여기에 에코(Eco), 스포트(Sport), 노멀(Normal), 개인설정(Individual) 등 주행모드를 설정하는 기능도 새롭게 추가됐다.

◆ 실내가 아쉬웠다 VS 이제는 달라졌다

정신을 차리고 실내를 돌아보니 역시 아쉽다. 실용적이긴 하지만 너무 소박해 보인다. 3천만원짜리 수입차라면 실내도 자랑꺼리 돼야 하는데, 이 정도면 누가 들어와서 볼까 걱정 될 정도다. 사실상 폭스바겐 그룹의 저가 브랜드 세아트(SEAT)와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그동안 매번 골프를 탈때면 실내를 좀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했다. 

다행히 7세대에선 좀 더 나은 디자인이 적용돼 이러한 아쉬움은 줄어들 듯 하다. 실내 공간도 좀 더 넓어졌다. 

7세대 골프는 폭스바겐 그룹의 새로운 플랫폼인 MQB를 통해 제작됐다. 당연히 이전 모델에 비해 크기는 커지고 실내공간은 늘었다. 7세대 골프의 크기는 4255×1799×1452mm(전장×전폭×전고)로, 이전 모델에 비해 길이 56mm, 너비 12mm가 늘었고 높이는 28mm 낮아졌다. 휠베이스는 2637mm로 59mm 늘었다.

전체적인 실내 디자인은 운전자 중심으로 기울어진 새로운 레이아웃을 기본으로, 스포티하면서 공격적으로 변했다. 국산차에 비하면 여전히 간결하지만 기존 모델과 비교하면 매우 화려하다.

▲ 7세대 골프의 실내. 운전자를 향해 기울어진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센터페시아가 운전자 쪽으로 크게 기울어졌다는 점인데, 각종 조작 버튼들의 위치와 조작 방법이 직관적이어서 주행 중 운전자가 더욱 편하게 이용 가능하다. 실용성 높은 해치백 모델이지만 여전히 차의 기본인 '달리기'에 충실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듯 하다.

오는 9월 출시되는 2.0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 모델에는 8인치 멀티컬러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결합된 '디스커버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장착돼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DMB·TPEG, 2개의 SD 카드슬롯, 싱글 CD·DVD 플레이어, 주크박스, 아이팟 연결 케이블, 블루투스 등의 멀티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다. 

◆ 압도적 1위 해치백 VS 치열한 전쟁터의 해치백

다시 타본 6세대 골프는 프리미엄 해치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차였다. 골프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우리 머리속의 해치백은 프라이드나 티코, 혹은 젠트라X 같은 소형차와 경차 위주였는데 골프는 해치백임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세단보다 넓은 실내공간에 훨씬 재미있는 운전감각을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독일차의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하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효과도 톡톡히 봤고, 가격이 결코 싸지 않지만 미니와 함께 수입 프리미엄 해치백 시장을 양분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압도적인 인기가 7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궁금하다. 

새로운 7세대 골프는 6세대에 비해 디자인이나 실내 공간이 개선된 건 물론이고, 폭스바겐 최초로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착됐으며, 7개 에어백, 앞좌석 경추 보호 헤드레스트, 전자식 디퍼렌셜 록, 오토 홀드, 피로 경보 시스템, 전·후방 파크 파일럿, 플랫 타이어 경고 시스템, 유아용 시트 고정장치, 스타트-스톱 기능 등이 적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꽤 많이 낮춰졌다. 1.6 TDI 블루모션의 경우 기존보다 120만원 낮아진 2990만원, 2.0 TDI 블루모션은 기존보다 20만원 낮아진 3290만원으로 결정했다.

폭스바겐코리아에 따르면 새로운 플랫폼인 MQB가 원가 절감에 도움을 줬고, 한-EU FTA로 관세가 낮아졌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무엇보다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 폭스바겐의 새로운 플랫폼인 MQB를 사용해 만들어진 7세대 골프

우선 아래로는 지난해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한 현대차 신형 i30와 곧 등장할 기아차 K3 해치백이 1000만원이나 싼 가격에 포진해있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모델 BMW 1시리즈 해치백은 이미 판매를 시작했고, 올해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도 출시할 예정이어서 부담이 크다. 

7세대 골프 제품에 대한 평가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아 상품성에는 부족함이 없을터다. 하지만 골프 6세대를 판매하면서도 가장 큰 문제점은 상품 자체가 아니라 딜러와 마케팅이었다. 폭스바겐의 AS와 딜러망에 대해 불만이 쌓인 소비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구매-유지-재판매로 이어지는 소비자들의 '차량 소유 경험' 그 자체를 만족 시키는 것이 폭스바겐코리아가 해야 할 일이다. 이제 치열한 경쟁시장에 접어든 만큼 다양한 노력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1위 해치백'이라는 아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는 '골프' 자체가 아니라 폭스바겐코리아가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달린 듯 하다.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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