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시트로엥 차량에는 '변속 충격'이란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수동을 기반으로 한 자동 변속기가 장착돼 다른 브랜드 차량과는 달리 움찔 거리는 듯한 충격이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변속기는 연비를 향상시키고, 운전을 재밌게 만드는 매력적인 능력자다.

푸조에서는 'MCP', 시트로엥에서는 'EGS'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는 이 변속기는 지난 2001년 처음 선보였는데, 한 마디로 클러치 없이 수동으로 변속되는 자동 변속기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푸조·시트로엥 1.6리터 이하의 디젤 모델에는 모두 이 변속기가 장착됐다.

▲ EGS가 장착된 시트로엥 DS4

◆ 수동 변속기 능가하는 최강 연비…실속있는 '능력자'

MCP(또는 EGS) 변속기의 가장 큰 장점은 연비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푸조·시트로엥 수입사인 한불모터스에 따르면 이 변속기는 같은 단수의 6단 수동 변속기보다도 8%가량 연비가 우수하다. 전자제어유닛(ECU)이 엔진의 회전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최적의 변속 타이밍을 찾아내기 때문에 토크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엔진의 힘이 기어박스에 통하지 않고 바로 휠로 전달되는 '다이렉트 드라이브'방식이 적용돼 자동 변속기에서 발생하는 5~15%의 연료 손실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변속기 크기도 작고 가벼워 그만큼의 연비 향상 효과도 있다. 

▲ 푸조·시트로엥 차량에 장착되는 MCP(또는 EGS)

실제로 푸조 208 1.4 e-HDi의 표시 연비는 21.1km/l로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든 차량(수동 모델 포함)을 통틀어 가장 연비가 뛰어나다(에너지관리공단 기준). 또, 시트로엥 DS3 1.4 e-HDi와 DS3 1.6 e-HDi, 푸조 208 1.6 e-HDi, 푸조 508 1.6 e-HDi 등도 모두 18.4~20.2km/l로 연비가 매우 우수하다. 

◆ 운전이 재밌는 수동 변속 스타일…클러치 필요 없는 '능력자'  

MCP(또는 EGS) 변속기에 익숙해지면 일반 자동 변속기보다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변속기는 표면적으로는 자동 변속기지만, 수동 변속기와 유사한 과정으로 조작된다. 엔진 ECU에서 변속 타이밍을 잡으면 클러치 엑츄에이터가 작동되고, 기어가 바뀌는 방식이다. 토크컨버터가 없기 때문에 직결감이 우수하며, 운전자가 원할 경우 마음대로 수동 조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MCP(또는 EGS)의 구동 원리

또, MCP(또는 EGS) 변속기 장착 모델에는 패들시프가 적용돼 변속의 재미와 부드러운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자동 모드(D)로 주행을 할 때도 패들시프트로 변속이 가능한데, 차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전자장비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동으로 변속된다. 반면 수동 모드(M)인 경우에는 전자장비가 최소한으로 개입돼 운전자의 재량에 의해 변속된다. 능숙한 운전자들은 스포트 모드를 이용해 높은 RPM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재밌게 주행할 수 있다. 

이 변속기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들은 브레이크를 떼면 차가 조금씩 전진하는 크리핑(Creeping) 기능과 변속기 레버에 P모드가 없는 것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오히려 자신만의 변속 타이밍을 설정하고 이에 맞춰 차량을 조작하는 등 일반 자동 변속기보다 더 재밌는 주행을 할 수 있다.  

◆ 튼튼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고…3박자 두루 갖춘 '능력자' 

MCP(또는 EGS) 변속기는 대형 수송차를 위해 개발된 만큼 기본적으로 내구성이 뛰어나다. 한불모터스에 따르면 이 변속기는 평균 100만km까지 별도의 점검 없이 운행이 가능하다.

또, ESP(차체자세제어장치)와 힐 스타트 어시스턴스, 스타터 인히비션, 자동 저속 기어 전환 등 다양한 안전성을 갖췄다.

ESP는 운전자가 수동 모드를 선택했을 때 필요에 따라 자동 모드르 전환해 주거나 주행시 부주의로 인한 기어 변경을 방지한다.

▲ 푸조·시트로엥 차량에 장착된 MCP(또는 EGS)

힐 스타트 어시스턴스는 차량이 경사진 언덕에 정차해 있을 때, 운전자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었을 경우 브레이크 제동압력이 2초 이상 유지되도록 해준다. 이 기능은 약 3% 정도의 경사각만 있어도 작동된다. 

스타터 인히비션은 시동을 걸 때 브레이크 페달을 눌렀는지, 기어 레버를 중립에 놓았는지를 확인해 주는 기능이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아이콘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자동 저속기어 전환 시스템은 기어가 자동 모드에 있든 수동 모드에 있든 운전자가 정차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 감속이 필요 할 때 자동으로 저속기어로 전환해 주는 기능이다.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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