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카렌스를 보면 좀 얄미울 정도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미니밴'이라는 차의 특성에 맞게 모조리 다 버무려 넣었기 때문이다. 세련되게 변한 실내외 디자인, 똑똑하게 활용한 공간, 다양한 편의사양, 세단 느낌의 주행 감각 등은 딱히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다.

가격도 많이 올랐다. 구형 카렌스 2.0 LPG 모델의 가격은 1752~2120만원이었는데, 신형으로 바뀌면서 1800~2595만원으로 올랐다. 최고급 모델의 경우는 이전에 비해 호사스런 옵션을 더하긴 했지만 차이가 475만원이나 난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옵션이 좋아졌으니 실질적인 가격인하'라고 줄곧 주장해 왔는데, 소비자들을 설득 시키는데 역부족이다. 

▲ 기아차 신형 카렌스

이번 카렌스는 가솔린 모델이 사라진 대신, 디젤 모델이 이 자리를 대체했다. 기아차는 LPG 모델보다 디젤 모델을 주력으로 삼으려는 듯 홍보, 마케팅 활동도 디젤 모델에 집중하고 있으며 디젤 7인승도 금세 추가했다. 이번 시승차는 신형 카렌스 1.7 디젤 5인승 프레스티지 모델이었다.

◆ 확 달라진 외모…성공적인 변신

신형 카렌스는 성형 수술 수준이 아니라, 변신술을 부린 듯 기존 모델의 흔적을 완벽히 지우는데 성공했다. 겉모습만 봐서는 같은 이름의 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 기아차 신형 카렌스

전체적인 실루엣은 기존의 껑충하고 각진 모양에서 날렵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으로 변했다. 차체 길이를 줄였음에도 높이를 낮추고 라인과 비율을 잘 조합했기 때문인데, 둥글둥글하다기 보다는 스포티하고 세련된 인상이 더 강하게 든다. 

전면에는 K9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둥근 호랑이코 그릴이 적용됐는데, 개인적으로 이 그릴은 K7·K9 보다는 K3·카렌스 등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중대형차의 카리스마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소형차와 만나면 다부진 느낌이다. 짜리몽땅했던 헤드램프는 A필러를 향해 길쭉하게 뻗어 스포티한 느낌을 주며, 안개등과 범퍼를 비롯한 하단 디자인도 깔끔하다.

▲ 기아차 신형 카렌스

테일램프는 세로 모양의 네모난 디자인 대신 시원시원하게 가로로 길게 뻗었으며, K3와 같이 면발광 스타일의 LED 램프를 사용해 강렬하게 포인트를 줬다. 전체적으로 램프와 창문, 크롬, 범퍼 등이 적절한 비율로 배치됐다.

◆ 알차게 꾸민 실내…더 넓고, 더 똑똑하게

신형 카렌스의 실내는 더욱 알차게 꾸며졌다. 차체 길이가 20mm 줄었는데도 휠베이스는 50mm 늘어나 앞·뒷좌석 모두 머리공간과 무릎공간이 부족하지 않았다. 2열 좌석은 등받이는 최대 16도까지 뒤로 기울어지며, 180mm까지 슬라이딩 이동이 가능해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트렁크 공간은 2열을 접지 않은 상태에서 495리터다. 여기에 천장에 대형 파노라마썬루프가 장착돼 심리적인 개방감도 우수하다.

▲ 기아차 신형 카렌스의 실내

실내 디자인 역시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리를 잘 썼다. 기본적으로 우레탄을 많이 사용하면서 플라스틱을 조합했는데, 그 비율과 배치가 매우 뛰어났다. '당연히 플라스틱이겠지?'라고 생각한 곳은 우레탄이 사용됐고, '이런 곳까지 우레탄을 썼어?'라고 생각한 곳은 플라스틱이었다. 또, 실내 곳곳에는 크롬을 사용해 포인트를 줘 깔끔하다. 

▲ 기아차 신형 카렌스의 실내

센터페시아는 현대차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차분한 느낌이어서 안정감을 준다. 전체적인 레이아웃과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조작 버튼들은 K3와 K5를 적절히 조합한 듯한 모습이다. 스티어링휠은 버튼의 배치가 달라진 신규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계기판은 4.3인치 컬러 TFT-LCD 패널과 통합정보표시창을 갖춘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사용됐다.

▲ 기아차 신형 카렌스의 A필러

다만, A필러가 너무 기울어져 전면부 윈드실드 아래 부분에 손실되는 공간이 많았는데, 일부에서는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달기로 어렵고 딱히 다른 용도로 이용하기에도 애매하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 공간을 제외해도 충분히 넓은 공간이 있어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와이퍼 작동 방식이 달라진 것도 인상적인데, 기존에 서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던 것에서 'X자'를 그리듯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변했다. 시승하는 도중에 비가 내려 사용해 봤는데, 기존 방식보다 더 깔끔하게 닦이는 것 같았다.

◆ 전형적인 도심형 미니밴…소음·진동은 아쉬워

신형 카렌스의 주행성능은 전형적인 도심형 미니밴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파워트레인은 현대차 i40에 사용되는 1.7리터급 직력 4기통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는데,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3.0kg·m로 일상적인 주행에는 무난한 편이다. 특히, 동급 배기량에 비해 토크가 우수한 편이라 저속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유리했다.

▲ 기아차 신형 카렌스의 1열에는 버킷 시트가 적용됐다

차체 무게중심이 미니밴 치고는 낮은 편이고 전제척인 배분도 뛰어나 주행 시 승차감도 만족스러웠다. 서스펜션 세팅도 적당해 요철이나 과속방지척을 지날 때도 울컥거린다거나 탕탕 튄다는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핸들은 가벼운 편이었지만 차체의 반응과 안정성이 우수했으며, 버킷 시트가 적용돼 코너에서 몸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반면, 고속 주행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속도를 올릴 때는 꽤 안정적인 가속력을 보이다가도 잠시 멈췄다 재가속을 하면 멈칫거리며 한 박자씩 느리게 가속됐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 기아차 신형 카렌스

또, 소음과 진동이 예상보다 크게 느껴졌는데, 회전수(RPM)가 높아지면 어김없이 카랑카랑한 엔진음이 귀를 때린다. 디자인 변화로 풍절음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정차 시 공회전 상태에서 차의 떨림이 몸으로 전해져 진동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i40를 시승하면서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신형 카렌스 디젤 모델의 표시 연비는 복합 13.2km/l다. 같은 배기량의 i40(15.1km/l), 비슷한 배기량의 현대차 엑센트(16.5km/l)와 비교하면 그리 우수한 연비는 아니다. 그러나 도심과 고속도로를 약 200km가량 주행해본 결과 표시연비와 비슷한 수준인 12.9km/l가 나왔다. 연비가 그리 뛰어나진 않지만, 주행연비가 표시연비와 큰 차이 없이 나왔다는 것은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 '영악한' 카렌스…가격 상승은 아쉬워

기아차는 신형 카렌스를 출시하며 가솔린 모델을 제외한 대신 디젤 모델을 추가했다. LPG 모델을 점차 줄이며 디젤 모델을 주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분석되는데, 지난 3월 출시 이후 실적을 살펴보면, 디젤 모델은 전체 판매량의 25% 수준으로 아직은 LPG 모델에 비해 부족한 형편이다. 그러나 기존 카렌스의 경우, LPG 모델이 전체 판매량에 97%를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며,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기아차 신형 카렌스의 트렁크

다만 신형 모델로 바뀌면서 가격이 크게 올라간 점은 아쉽다. '영악했다'란 표현을 쓸 정도로 신형 카렌스는 차 자체의 상품성이 우수했고 세그먼트에 맞게 똑똑했지만, 이를 너무나 잘 알고 당당히 가격을 올린 모습은 조금 얄밉다.

▲ 기아차 신형 카렌스

신형 카렌스(디젤, 5인승)의 가격은 2085~2715만원이다. 기아차는 판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본 모델에는 내비게이션 등을 장착하지 않았는데, 이런 옵션들은 디럭스(2085만원)와 럭셔리(2235만원) 등 하위 트림에는  장착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대부분 편의사양들이 상위 트림에만 옵션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원치않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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