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보여주기식 단속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멀쩡한 새차를 불법 튜닝차로 몰아 차를 압류하고 방송사를 통해 이를 보도하게 한 일도 벌어졌다.

11일 퇴계로5가 인근에서 이태리산 스포츠카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몰고 가던 운전자 이모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경찰이 갑자기 차를 막아 세우더니 이내 십여명의 기자와 경찰들이 몰려들어 차를 에워싼 것이다.

차를 세운 이유는 '불법튜닝 집중단속' 때문이라고 했다. 경찰은 다짜고짜 소음측정기를 차량 뒷부분에 갖다대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소음을 측정했다. 이어 "110dB이 넘으면 차를 불법 튜닝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씨가 신차 출고 당시 그대로라고 여러차례 말했지만 경찰은 막무가내였다.

▲ 마세라티 차량을 에워싼 방송사 기자들.

심지어 차량을 판매한 공식 수입업체 FMK의 엔지니어가 현장까지 달려와 순정상태 차량이라고 밝혀줬지만 경찰은 기어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조사를 하고 돌려주겠다"면서 차까지 압류했다.

현장에 나와있던 FMK측은 이 운전자에게 다른 마세라티 대차를 대여해줬다.

- 대대적인 오보, 어리숙한 실수

다음날인 12일 SBS,KBS,MBC 등 방송 3사는 일제히 뉴스를 통해 이 마세라티 승용차가 불법튜닝된 폭주차량이라고 보도했다.

경찰이 단속에 앞서 방송3사 기자들을 불러 모아 단속과정을 취재하도록 요청했기 때문에 가능한 보도였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토바이만 15대 가량이 단속됐으며, 단속된 승용차는 한대도 없었던 상황에서 철수하려던 상황"이었다면서 "철수 직전 갑자기 마세라티 승용차가 우연히 서서히 다가왔고 기자들이 '저 차는 뭔데 이렇게 시끄럽냐'고 말해 단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 MBC에 보도된 해당 차량의 압수 현장 /사진=MBC 방송 다시보기 캡춰

하지만 당당했던 것도 잠시. 13일 경찰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지도계 담당자는 "압류한 차량의 소음을 공식적으로 측정하려 했으나 이 차량은 정차시 가속페달을 밟아도 RPM이 3000RPM을 넘지 않도록 제한장치가 있어서 최고 소음 측정이 불가능했다"면서 "머플러가 개조된 흔적도 보이지 않고 설계도와 동일한 상태였기에 일단 주인에게 차를 돌려줬다"고 말했다. 또, "제조사를 통해 3000RPM 이상으로 엔진 회전수를 올릴 수 있도록 제한 기능을 해제한 후 다시 측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튜닝된 차가 아닌데 압류한 것은 잘못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간첩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체포할 수 있는 것처럼, 차도 불법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고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다면 압류하는게 아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경찰과 수입업체간 진실공방, 통상마찰 우려도

서울지방경찰청 측은 이 차량이 순정 상태에서 110dB을 넘었던 만큼, 국내 수입된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국토부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추후 일정을 잡아 이 차량의 소음을 다시 측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차량의 공식 수입업체 FMK 관계자는 "차를 수입할 당시 국내서 적법한 테스트를 모두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항간에는 차를 수입할 때만 저소음 머플러로 교체 장착해 인증을 통과하는 경우가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이에 대해 FMK 관계자는 "2년 전에 할리데이비슨이 불법으로 머플러를 교체한 사례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것 같은데, FMK는 그런식으로 불법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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