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운전자의 편의를 증진한다는 이유에서 서울시 도로 파손으로 인해 벌어진 사고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이 통합적으로 처리하게 됐지만 정작 보상 받는건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심지어 파손된 노면으로 인해 차가 망가진 운전자에게 '증거를 가져오라'면서 고속도로 1차선서 사진을 찍도록 종용한 공무원마저 있어 주변을 아연케 했다.

지난 4월초 운전자 최하림(20)씨는 현대차 벨로스터를 타고 경부고속도로 양재IC부근 1차로를 시속 80km로 지나던 중  도로 한쪽이 움푹 패인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피할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그대로 밟고 지나갔는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핸들로 전해졌다. 혹시 차에 이상이 생겼을까 우려됐지만 고속도로 1차로에서 차를 세울수는 없었다. 고속도로 밖으로 빠져나와 차를 세워 확인하니 아니나 다를까 휠이 그대로 휘어있었다. 주행중 타이어가 터졌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텐데 그나마 이만한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사고로 휘어버린 벨로스터의 휠

◆ '공포의 증거 수집', 보상은 먼 얘기

최씨는 도로가 패여 발생한 사고니 당연히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에선 자신들 관할이 아니라는 답변만 들었다. 공사 직원이 관할 구역이라고 알려준 구로구청에 전화하자 직원은 “사고가 난 지점을 촬영한 사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1차선에서 차량을 세우고, 도로 사진을 촬영하라는 것이었다.

어린 최씨는 황당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차를 1차로에 정차 후, 뒤로 멀리까지 걸어가 비상삼각대를 세우고 사진을 촬영했다. 큰 버스나 트럭이 굉음을 내고 지날때면 아찔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최씨는 "차들이 너무 빨리 달렸는데, 몇번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뻔 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구로구청 직원의 요구에 따라, 운전자 최하림씨가 직접 찍은 고속도로 사고 현장 사진

최씨는 서울시시설관리공단 도로관리처에 현장 사진 등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했지만, 2달 넘는 기간이 지난 후에야 보상이 안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공단은 '조정위원회에서 배상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고만 했다. 공단에 따르면 이 '조정위원회'는 약 8주에 한번 정도의 정기적인 모임으로 자동차정비기능장, 자동차보험사관계자 등이 참가해 의견을 묻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참석한 참가자들의 의견에 따라 보상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또 한번 '보상 불가' 판정이 나오면 다시는 재심의가 불가능하다는 규정도 있어 운전자들의 속을 태운다. 

보상 불가 판정이 나온 이유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차 묻자 담당자는 "2차 사고도 없었고, 보험사에서도 출동하지 않았으니 사고가 난 것을 확인 할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도로공사와 구청, 보험사와 모두 통화 했고, 관련 사진도 제출했지만 모두 허사라는 것이었다.

최씨는 "구청 말로는 보험사 견인서비스를 출동시켜 확인서를 받았어야 한다는데, 밤 11시에 고속도로 1차선에서 보험사 견인 서비스를 기다리라는건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면서 "고속도로 관리 소홀로 사고를 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보상을 해주지 않으려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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