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인다. 한국의 뉘르부르크링이라 할만하다"

인제스피디움서킷을 주행한 기자들은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고저차가 큰 헤어핀, 속도가 붙을 때 쯤엔 어김없이 나타나는 블라인드 코너들은 단 한 순간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 인제스피디움에 모인 SUV들

다음자동차는 지난 14일, 자동차 전문기자단 11명과 함께 인제스피디움서킷 북쪽 트랙에서 국내에 판매 중인 대표 SUV 11종을 평가하는 '다음 카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차량은 현대차 싼타페부터 지프 랭글러 루비콘, 메르세데스-벤츠 ML63 AMG, 렌드로버 신형 레인지로버까지 다양했다.

처음 경험하는 험난한 서킷을 커다란 SUV로 주행하려다 보니 세단이나 스포츠카를 탈 때와는 달리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어느 정도 서킷에 익숙해지고 나서야 과감하게 코스를 공략할 수 있었다.  

▲ 인제스피디움서킷 조감도

인제서킷의 전체 코스길이는 3.96km로, 2.58km의 북쪽 트랙(A코스)과 1.38km의 남쪽 트랙(B코스)으로 구분됐다. 강원도 산간지대에 만들어져 그동안 국내 서킷에서 볼 수 없던 급격한 고저차와 다양한 코너를 갖췄다. 이를 이용해 다이내믹한 레이싱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인제오토피아에 따르면 구간 별 오르막 경사가 가장 큰 곳은 11.77˚, 내리막 경사가 가장 큰 곳은 -8.00˚에 달한다.

▲ 인제스피디움을 달리는 메르세데스-벤츠 ML63 AMG

스타트 라인이 위치한 그랜드 스탠드 앞에는 인제서킷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직선 구간이 있다. 650m로 그리 길지는 않지만, 꽤 가파른 내리막에 이어져 있어 힘이 조금 부족한 차들도 대부분 최고 속도를 내 볼 수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직선구간이 끝나는 부분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굽은 내리막이 자리잡고 있어 혹시라도 빠른 속도감에 취해 제때 제동을 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코너를 벗어나게 돼 있다. 

▲ 인제스피디움을 달리는 SUV들

연속 코너를 빠져 나온 후 나타난 직선 구간. 속도를 올리자마자 어김없이 오르막 블라인드 코너가 나타난다. 급히 핸들을 돌려 오른쪽으로 꺾이는 헤어핀을 통과하면 다시 가파른 내리막 코너가 나오는데, 차량의 속도를 줄이면서도 곧바로 이어지는 다음 오르막 코너에 대비해야 한다. 경사가 높고, 코너도 길게 이어지므로 레코드 라인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속도와 rpm을 유지하며 통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오른쪽 코너를 돌면 인제서킷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오르게 된다. 이 구간은 호텔과 콘도에서 가장 가까운 약 200m 가량의 직선도로다. 차량의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곧바로 경사가 심한 내리막 코너가 등장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코너의 휘어진 각도가 완만한 편이고, 직선에 가까운 내리막 구간으로 이어져 기록 단축에는 도움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 인제스피디움을 달리는 SUV들

내리막 구간이 끝나고 왼쪽 코너를 돌면 곧바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대형 헤어핀이 나타난다. 이 헤어핀은 오르막에서 내리막으로 전환되는 난이도가 높은 구간으로, 충분히 속도를 줄이고 그립 주행으로 부드럽게 통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헤어핀이 끝나면 그랜드 스텐드쪽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직선구간이 시작되는데,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다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면 헤어핀을 빠져 나오는 속도가 느려져 직선구간에서 오히려 제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

만약 인제스피디움서킷을 모두 사용할 경우, 북쪽 트랙의 마지막 헤어핀에서 왼쪽으로 돌아 B코스에 진입하게 된다. 이 때는 1.38km 거리의 남쪽 트랙이 시작된다. 남쪽 트랙 역시 고저차가 큰 코너와 대형 헤어핀, 오르막 직선 구간 등 다양한 코스로 구성돼 북쪽 트랙 못지 않은 난이도를 자랑했다. 

인제서킷은 대부분 코너가 언덕이나 내리막, 혹은 블라인드(코너 너머가 보이지 않음)로 돼 있으니, 코너에 진입하기 전에는 충분히 속도를 줄여야만 한다. 시트포지션이 높은 SUV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같은 어려운 코스가 계속되는 만큼 차의 성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담력의 차이로 인한 추월이 빈번히 일어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국내서 가장 재미있는 서킷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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