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가 일반에 판매되기 시작한지 벌써 15년이다. 당시도 하이브리드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고, 콘셉트카를 1977년 도쿄모터쇼에 내놓았으니 기술력과 노하우를 충분히 쌓은 후 시판한 셈이다. 

그러나 국내에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소개된 것은 2007년부터였고 국내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판매한지도 고작 4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하이브리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이해도가 낮은 편이다. 어떤 소비자들은 특별한 차량 조작이나 운전이 필요할 것 같고, 전기모터나 배터리의 안전성도 걱정된다고도 한다. 이래저래 다양한 오해와 편견이 쌓여가고 있다.

▲ 렉서스 ES300h와 렉서스 GS450h

때문에 한국도요타는 기자단을 초청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여러 장점을 설명하는 ‘하이브리드 세미나’를 열었다. 또 이론 교육과 함께 약 476km에 달하는 장거리 시승도 진행했다. 시승코스는 장거리면서도 고속도로와 국도, 산을 휘감는 와인딩 구간이 적절하게 배분됐다. 참가한 기자들은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렉서스 GS450h와 ES300h를 시승했다.

◆ 연비 좋지만 힘은 약하다? 

도요타를 비롯한 대부분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차체에 비해 비교적 낮은 배기량의 엔진이 적용됐고 전기모터의 도움으로 우수한 연비를 얻는다. 퍼포먼스보다는 연비 향상을 위한 접근법이다.

이에 반해 렉서스 하이브리드는 연비 향상과 성능의 밸런스를 균형 있게 맞췄다. GS450h에는 ‘앳킨슨 사이클’ 방식의 3.5리터 V6 엔진이 장착됐다. 엔진 성능만 해도 최고출력 290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전기모터가 더해지면 시스템 출력은 345마력에 달한다고 렉서스 측은 밝혔다.

▲ 하이브리드가 힘이 약하다는 것은 분명 오해다.

특히 전기모터는 엔진과 다르게 출발과 동시에 최대토크가 발휘된다. GS450h의 주행모드를 스포트+로 변경하고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강렬한 휠스핀과 함께 목이 젖혀질 정도의 초반 가속을 맛볼 수 있다. 주행성능이 강조된 GS F 스포트 모델에 비해 약 190kg 무겁지만 오히려 초반 가속은 더 뛰어나다.

렉서스에 따르면 저속 시 토크가 높은 전기모터를 주로 이용하고 중속 이상에서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병행해 성능을 높인다.

▲ 렉서스 GS450h의 실내. 일반 GS와 다른 점은 없다.

실제로 GS450h는 막힘없이 초고속 영역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전기모터의 토크가 낮아지는 부분부터 가속이 더디긴 하지만 스포츠 주행을 즐기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다.

▲ 하이브리드 차량이지만 스포트+ 모드까지 지원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출발 가속성능은 더 좋아졌지만 핸들링은 다소 아쉬웠다. 무거워진 차체로 인해 와인딩 구간에서 민첩함은 좀 수그러들었다. 때문에 언더스티어가 느껴지고, 출력에 비하면 재가속이 그리 호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렉서스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무게를 줄이는 면이나 고속에서 재가속의 감성 부분은 끊임없이 풀어야할 과제다.

▲ 에너지 모니터 시스템. 실시간으로 엔진과 전기모터의 쓰임을 살펴볼 수 있다.

◆ 하이브리드, 고속에서 연비 ‘취약?’

이번 시승 행사는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았다. 가장 좋은 연비를 기록하고 싶었던 욕심으로 내달리고 싶은 욕망을 참고 참았다. 평소 연비 운전을 싫어하는 사람으로서는 추월해가는 차를 보고 길게 숨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 렉서스 ES300h. 4990만원에 판매되는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고속도로 구간에서 시승한 차는 ES300h. 이 차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16.4km. 도심에서는 리터당 16.1km, 고속도로에서는 리터당 16.7km로 도심에서의 우수한 연비가 큰 특징이다. 시속 80km까지는 전기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하니 도심에서의 활용성은 매우 높다.

프리우스가 연비, GS450h가 성능에 중점을 뒀다면 ES300h는 그 밸런스를 교묘하게 맞췄다.

▲ 렉서스 ES300h의 실내.

연비 1등이 탐나 되도록 천천히 달리려는데 콘보이는 속도를 올리라며 애처로운 무전을 날렸다. 행사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빠듯한 일정은 그들에게도 부담이었을 터. 

‘그래, 밟자’

고속도로 1차선으로 튀어나와 속도를 높였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며 재촉하던 콘보이까지 앞질렀다. 속 시원하다. 차는 달려야 제맛이다. 슬쩍 트립컴퓨터를 살폈다. 평균연비는 리터당 19.7km. 그래도 공인 연비를 훌쩍 넘어섰다.

▲ 고속도로에서 ES300h는 뛰어난 연비를 기록했다. 트립컴퓨터론 리터당 19.7km가 찍혔다.

참가한 12명의 평균 연비는 ES300h가 리터당 17.9km, GS450h가 리터당 16km였다. 참가자 모두 공인 연비를 넘어서 스스로를 놀라게했다. 어디까지나 트립컴퓨터 기록이니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긴 하다. 

◆ 배터리가 방전되면 멈추나? 물에 빠지면 감전될까?

가끔 기자들은 이런 예상 밖의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막상 생각해보면 아리송한 부분도 있다. 실제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처음 출시됐을 때 물에 빠지면 감전된다는 괴담이 돌기도 했다.

▲ 도요타 하이브리드 아카데미 현장.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관한 세미나가 진행됐다.

분명 이론상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각 제조사는 충분한 침수테스트를 거친다. 또 침수에 의해 누전이 감지되는 순간 고전압 차단모드가 적용돼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다. 렉서스 측에서도 침수로 인해 감전된 사고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충돌사고 시 혹시 감전되지 않을까 걱정 되기도 한다. 침수와 마찬가지로 제작 과정에서부터 많은 테스트를 거친다. 누전이 감지되면 차단모드가 적용되는 것은 기본이며 애초에 차량에서 가장 안전한 부위에 배터리가 장착된다.

▲ 뒷좌석 시트와 트렁크 사이에 위치한 니켈-메탈 하이드라이드 배터리.

많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배터리 교환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인 충전지처럼 점차 수명이 줄어들어 결국 교체해야 하고 그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오해다. 이론적으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적용되는 배터리도 점차 수명이 줄어든다. 결국 언젠가 교체해야 되는 것이 맞지만 그 수명이 자동차보다 길다. 그러니 배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 미래 자동차가 곧 도래한다. 많은 제조사들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궁극의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 도요타, BMW 등의 브랜드는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를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친환경 자동차의 최종 단계로 보고 있다. 말하자면 지금 만들어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최종 단계로 향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기술력과 완성도는 미래 자동차와 직결된다. 도요타·렉서스의 한발짝 앞선 하이브리드 기술이 미래에는 어떤 격차를 가져올지 두렵기도 하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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