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자동차 회사들의 이름 짓기 유행이 점차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과거에는 엔진에 이름을 붙이며 호들갑이더니 이제는 변속기, 자동차 장르, 플랫폼까지 모두 생소한 이름을 붙이고 있다. 뭔가 색다른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마다 처음부터 새로운 개발을 하는 일이 빈번했지만, 최근 자동차 회사들은 '플랫폼'을 모듈화하고 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설계 방향을 바꾸고 있다. '플랫폼'이란 차량을 만드는 '기본 뼈대'를 말하는 것으로 섀시나 엔진, 변속기의 배치, 구동계, 서스펜션, 심지어 실내 내장 부품 일부까지를 통틀어 말한다.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 10여개 차종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차를 개발하면 비용은 적게 쓰면서도 차가 나올때마다 소비자들이 '신차'로 인식해 차를 구입해 줄 것이라는 발상이다.

따라서 각 차종의 이름만 홍보할게 아니라 플랫폼 자체를 홍보하면 관련 차종들 모두가 수혜를 입게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고,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를 늘려갈 수록 비용이 극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면에서 최근 자동차 회사들은 플랫폼의 공유를 공공연히 자랑하고 있다.

과거 같은 플랫폼의 자동차는 비슷한 형태를 띄기 마련이었다. 쏘나타와 마르샤가 그랬고, SM5와 SM7이 유사한 느낌이었다. 이래서는 같은 플랫폼으로 신차효과를 누리기도 어렵고, 플랫폼을 다양하게 적용하는데 제약도 많다.

▲ 폭스바겐 MQB

때문에 제조사들은 같은 플랫폼을 쓰면서도 다른차로 보이게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이같은 플랫폼의 제약을 깨뜨렸다며 일찌감치 홍보에 나선 업체다. MQB라는 이름의 전륜구동 플랫폼은 앞부분의 형식을 일관되게 만들고 높이나 길이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일 플랫폼의 적용 범위를 크게 넓혔다고 홍보됐다. 실제로 MQB 플랫폼으로는 이번 7세대 골프를 비롯, 세단과 SUV를 포함한 20여개 차종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어 르노닛산은 V플랫폼(V-Platform)을, 메르세데스-벤츠는 MFA와 MRA플랫폼을, 볼보는 SPA플랫폼을, GM은 'D2XX 아키텍처'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홍보하고 있다.

여기 합세해 최근 도요타는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공개했다. 도요타 또한 이와 함께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20여개 신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사실 이처럼 크기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플랫폼 공용화 전략은 도요타가 이전부터 해오던 것이다. 렉서스 ES350을 비롯해 캠리, 코롤라 등 16개 도요타 차종이 모두 MC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도요타에 따르면 여태까지 신차가 나왔을때는 기존 차량과 20~30%의 부품만 공유해왔지만, TNGA 플랫폼이 적용된다면 70~80%의 부품이 공유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요타는 이로 인해 절감되는 20~30%의 개발비를 통해 차를 더 우수하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도요타 신형 플랫폼 소개

한 업계 전문가는 "자동차 업체가 플랫폼 공유화를 적용하면 엔지니어링, 디자인, 부품수급, AS, 정비 등이 훨신 수월해 질 것"이라며 "구매·판매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고 연구 개발비나 생산비 등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어 차량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 급부도 있다. 현대차와 같은 대중 브랜드에서 플랫폼에 관련한 리콜을 실시하면 한번에 100만대가 넘는 규모의 리콜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국에서 190만대의 리콜을 실시한 브레이크 스위치 불량도 플랫폼 공유화 때문에 규모가 커진 셈이다. 또 각 자동차의 개성과 다양성이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자동차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는 경우도 우려할 만하다. 일본이나 유럽에서의 자동차 구입이 점차 줄어드는데는 이런 이유도 한몫 하고 있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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