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입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리스구입이 보편화 되고 있다. 지난달 수입차 판매 중 리스 비중 또한 40%를 넘어섰다. 리스 이용에는 장점도 여러가지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이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연봉이 3500만원인 회사원 김모씨(32)는 지난해 유예 리스로 수입차를 구입했다. 4천만원대 차를 구입했는데 한달에 40만원만 내면 된다하니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3월, 기존에 갖고 있던  은행 대출의 만기가 도래했고 이를 연장 하는 과정에서 2등급으로 우수한 편이던 자신의 신용 등급이 6등급으로 하락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은행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아진 만큼, 기존 대출 이자율보다 훨씬 높은 9%대 이자율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율을 높였고, 대출 한도도 기존에 비해 훨씬 낮춰버렸다. 김씨는 무리하게 차를 구입한 것을 뒤늦게 후회했지만, 리스를 해약하려니 300만원 넘는 위약 수수료가 있어 마음대로 해지할 수도 없었다.

◆ '빈틈'타고 늘어나는 자동차 리스

이같은 문제는 리스업계에서 이 순간에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업체 및 리스사, 그리고 금융당국이 리스에 대한 어두운 면을 제대로 공지하고 있지 않아서다. 

리스 이용이 큰 폭으로 늘어가는 이유는 우선 국내 세법 때문이다. 국내 법률에서는 자동차 구입을 사치에 준하는 '특별소비'로 보기 때문에 '자동차 구입'은 기업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동차 일시불 구입이나 할부구입은 세무상 기업의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는 반면, '리스'는 유독 기업의 비용으로 잡힌다는 허점이 있어 절세의 목적으로 자영업자나 법인들이 선호하고 있다. 

또 최근 리스사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를 판매할 때는 리스사 마진일부를 구입자에게 현금으로 되돌려 주기 때문에 법인의 구입 담당자들이 개인 비자금을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리스 구입시 현금을 돌려주는 금액은 대략 리스 이용금액의 3~5% 정도가 관행처럼 돼 있어 1억원짜리 차를 사면 500만원 정도의 수입이 구매담당자 개인에게 떨어지는 셈이다.

수입차를 구입할 여력이 부족한 개인도 차 가격의 절반 가량을 3년 뒤에 갚는 '유예리스'라는 형식의 리스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같은 리스 구입은 월 납입금을 낮출 수 있어 편리한 반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신용 등급도 크게 하락하는 원인이 되는 점은 큰 문제다. 

◆ 개인 리스의 '덫', 심각한 사회 문제로 도래

자동차 유예 리스 구입을 하면 5000만원대 수입차라해도 월 비용은 19만원~50만원 정도로 일반 회사원들에게도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3년 뒤엔 차 가격의 절반이나 되는 큰 돈을 일시불로 내야 한다는게 문제다. 차를 팔아서 갚으면 된다고 하지만, 신차 가격의 절반으로 판매된다는 보장도 없고, 리스가 만료되기 전에 리스를 승계해서 팔아야 한다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상당수 소비자는 자연히 '재리스'를 하게 된다.

리스회사는 자동차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초기 리스는 연 이율 5~9% 정도로 비교적 낮은 이율을 제공하지만 3년이 지난 후 '재 리스'하는 시점에서 리스 금액은 많게는 13.99%를 적용해 개인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 

비싼 이율에도 불구하고 리스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은행권에서 더 이상 신용 대출을 거부하게 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광화문 지점의 한 대출 담당자는 "국내 모든 리스사들은 제2금융권이어서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는 사채와 같은 것으로 보고 신용 등급을 낮출 수 밖에 없다"면서 "은행에선 카드 회사 대출인 '카드론'과 비슷한 서비스로 본다"고 말했다. 또 "리스 금액은 담보대출임에도 불구하고 총 신용 대출 금액에 합산되므로 리스사에서 승인한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만 신용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리스회사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BMW 파이낸셜의 담당자는 "리스가 제2금융권이어서 은행권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신용 등급이 4등급 이상 하락하는 것이 자동차 리스를 이용했기 때문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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