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복판에서의 갑작스런 자전거 고장에 대비해 나와 친구는 처음 기사에 나왔듯이 휴대용공기주입기와 리패어키트 세트를 준비했다. 바람을 즉석에서 넣을 수 있고 타이어가 펑크 났을 때 고칠 수 있는 세트다. 하지만 사용을 해보지도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준비만 한 우리에게 결국 일이 터졌다.

4일차 우리는 무안에서 초당대학교와 주변 마을을 돌며 잘 곳을 알아보고 있었다. 한창 돌며 알아보고 있는데 친구 자전거 바퀴에서 바람이 조금씩 빠짐을 알아챘다. 서둘러 리패어키트를 꺼내어 수리에 들어갔다. 어스름이 찾아오고 날이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우리의 마음은 조급해져만 갔다. 바퀴를 빼내고 튜브를 꺼내어 구멍 난 곳을 찾아봤지만 너무 조그만 철사가 박힌 거라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격이었다. 한참을 헤매다 일단 임시방편으로 다시 바람을 넣고 다시 무안읍내로 돌아가 자전거 가게를 찾아 수리를 받기로 했다.

자전거 가게 사장님은 물을 부어만 봐도 구멍이 뚫린 곳을 알 수 있다고 하셨다. 조금만 진정하고 머리를 썼다면 괜한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친구가 가지고 있던 리패어키트가 빛을 발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은 곱절이 됐다.

자동차 VS 자전거 - 자전거는 차다!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자전거 후진국이다. 자전거 인구가 800만 인구에 달하고 주변에서 하나둘씩 자전거로 통근하는 인구가 늘고 있지만 인프라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미비하고 사람들의 인식 역시 자전거를 차로 보지 않는다.

법적으로 자전거는 차로 분류된다. 그러니까 자동차와 자전거가 사고가 나면 차 대 사람이 아닌 차 대 차의 사고로 법적 책임은 확연히 달라진다. 고로 자전거를 탄 사람은 도로에서 자동차만큼이나 대우받고 보호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과 일반사람들은 그 점을 모른다. 한번이라도 자전거를 타고 도로에 나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자전거는 자동차와 사람 중간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외로운 존재가 된다. 자동차는 경적을 울리며 위협하고 인도에서 주행하면 사람들에게 위험한 사람으로 눈총받기 일쑤다.

▲ 도로에서 너무 힘들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나가는 차들을 유심히 지켜보면 우리를 신경 쓰며 운전하는 운전자는 거의 없었다.

우리는 7일간의 여행으로 자전거의 현재 위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인도든 차도든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자전거 도로가 분명 인도 옆에 위치해 있지만 많은 시민들은 인도와 자전거 도로의 구분 없이 다니기에 자전거 도로상이라도 사람이 많은 곳에선 우리는 내려서 이동 할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 보관대가 조금씩 늘고 서울시 이곳저곳에 자전거 주차장과 대여소가 생겼다고는 하지만 사정이 나아지는 것은 일부 수도권에 국한된 채 지방의 자전거 인프라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움푹 파인 채 수리가 되지 않아 위험한 곳이 무척 많았고 길이 너무 좁아 자전거 도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곳도 무척 많았다. 자전거 인구를 늘리려는 정부의 의지는 이제 확인되었으니 인프라 확충과 시민 의식 제고로 더 이상의 탁상공론은 없었으면 한다.

이창환 객원기자 chaldemoong@daum.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이창환 객원기자 〈탑라이더 chaldemoong@daum.net〉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