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냉정하다. 기업의 어려움이나 기사회생의 노력은 중요치 않다. 상품성이 떨어지면 바로 외면하는게 소비자다.  국산 제품을 사는게 국가 발전과 이어진다는 애국심 마케팅도 이제 안통한다.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는 법은 오로지 상품성뿐이다.

부분 변경 비용 치고는 꽤 큰 돈인 무려 1800여억원의 개발비가 투자 돼 코란도 투리스모가 탄생됐다. 막대한 돈을 대체 어디에 썼는지 몰라도 코란도 투리스모는 기존 로디우스와 동일한 플랫폼에 파워트레인도 그대로다. 바뀐 것은 거창한 이름과 외형 꾸밈 뿐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신차임에도 불구하고 실패작으로 평가받는 이전 세대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점 또한 아무래도 찜찜하다. 

▲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

그럼에도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것은 이 차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특징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물론 새로운 디자인도 한몫하겠다. 국내 유일의 사륜구동 11인승 RV차량인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를 시승했다. 시승차량은 가장 비싼 4WD RT 트림으로 판매가격은 3564만원이다.

◆ “로디우스는 잊어라”…대대적인 외관 디자인 개선

사실상 신차 디자인 완성도가 뛰어나고 센세이셔널한 것은 아니지만 로디우스를 생각하면 가히 혁명적이다. 코란도스포츠와 비슷한 앞모습은 코란도 투리스모의 디자인을 한층 젊고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 로디우스의 흔적은 모조리 지웠다. 코란도스포츠의 디자인이 일부 적용돼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앞모습에서는 당당함이 느껴진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귀여운 이미지도 조금 풍긴다. 그리 확고한 정체성이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이전처럼 멍청해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뒷모습은 꽤나 세련됐다. 이 차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날렵한 느낌도 드니 이젠 못생겼다는 손가락질을 당하진 않을 것 같다.

▲ 옆모습에서는 렉스턴W의 느낌도 살며시 든다. 역시 기존 로디우스보다는 훨씬 낫다.

옆모습도 잘 가다듬었다. 로디우스는 해석하기 힘든 추임이 많았는데 코란도 투리스모는 깔끔하게 정돈됐다. SUV의 인상을 주는 것도 좋다.

로디우스에 비해 디자인이 한층 개선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비정삭적으로 보이는 옆모습의 비율과 높은 차체에 비해 너비가 상대적으로 좁아 몹시 껑충해 보인다. 불균형한 밸런스가 바뀌지 않은 점은 아쉽다.

▲ 코란도 투리스모에서 가장 돋보이는 뒷모습.

◆ “공간은 넓지만 인테리어 변화는 적어”

실내는 크게 바뀐 점이 없다. 일부 디자인 요소만 변경됐을 뿐이다. 또 그것마저 쌍용차 다른 차종의 것과 동일하니 새로운 점은 거의 없다. 원가절감의 흔적 또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 코란도 투리스모의 실내. 기본적인 실내 레이아웃은 로디우스와 동일하다. 일부 부품만 바뀐 수준이다.

실내의 구성은 독특하다. 특히 대시보드 중앙 상단에 마련된 대형 계기반이 눈길을 끈다. 뒷좌석에 앉은 탑승객들에게도 훤히 보일 정도다. 하지만 정작 운전자의 시야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운전석 앞쪽에는 단출한 디지털 계기반이 따로 설치돼있고 간략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굳이 계기판이 2개여야 하는 이유는 모르겠다.

▲ 대시보드 상단에 마련된 계기반. 로디우스부터 이어져온 특징. 몇몇 소형차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긴 한다.

계기반은 로디우스의 흔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분인데, 나머지 실내 디자인 레이아웃도 로디우스와 거의 똑같다. 소재나 마감 개선의 노력은 보이지만 경쟁 차종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로디우스는 11인승으로 2+3+3+3의 4열 시트로 구성됐다. 2열은 슬라이딩 기능을 통해 넓은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공간적인 측면에서는 동급 최고 수준이지만 독립형 좌석이 아니고 팔걸이도 없다. 점차 뒤로 갈수록 공간의 여유는 크게 줄어든다. 특히 4열은 있으나마나한 공간이다.

▲ 2열은 슬라이딩을 통해 자유롭게 공간 활용이 가능하고 등받이도 조절된다.

그럼에도 11인승이라는 구조는 연간 세금 6만5000원의 큰 이점을 갖는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위시리스트에 코란도 투리스모가 들어가기 충분해 보인다.

▲ 4열을 접지 않으면 화물적재 공간으로 쓰일 곳이 부족하다.

◆ 도심에선 무난, 고속에선 다소 부족함도 느껴져

코란도 투리스모에는 쌍용차의 대표적인 2.0 e-XDi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155마력, 최대토크는 36.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 코란도 투리스모에 탑재된 2.0리터 e-XDi200 LET 엔진.

이 엔진의 장점은 최대토크가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발휘되는 것. 엔진의 성능은 경쟁 차종에 비해 다소 부족하지만 도심이나 국내 도로 제한 속도에서는 충분히 제몫을 해낸다. 그래서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낮은 속도에서는 상당히 부드럽게 가속된다. 도심이나 자동차 전용도로의 규정 속도까지는 경쾌한 느낌마저 든다. 정숙성이나 진동도 잘 정제됐다.

속도를 조금 높이면 안타까움이 생기기 시작한다. 엔진의 반응이나 토크감은 눈에 띄게 준다. 민첩함이 줄다보니 앞차를 유연하게 추월해나가기 쉽지 않다. 풍절음이나 노면소음도 몰라보게 커진다.

▲ 도심에서는 큰 스트레스 없이 몰 수 있다. 하지만 고속에서는 엔진의 힘이 부족함을 느낀다.

스티어링휠과 방향전환의 일체감이 적어 고속주행에서는 각별한 주의도 필요하다. 그래도 몇일간 차를 모니 꽤나 익숙해졌다. 차체 길이가 길다보니 코너에선 뒷부분이 뒤늦게 쫓아오는 기분도 든다. 여러 가지로 익숙해질 것들이 많고 여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서스펜션은 다소 물렁하다. 스포티한 주행보다는 편안한 승차감을 위한 셋업이다. 체어맨W와 동일한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한 결과다.

▲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사륜구동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국내에서 유일한 사륜구동 미니밴이다. 쌍용차 특유의 남성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등에 업었다. 간단한 버튼으로 조작하는 파트타임 방식이다. 눈길이나 빗길에서의 안전운전에 도움을 주는 정도지 정통 오프로더의 역할을 수행할 정돈 아니다.

◆ 독보적인 영역 구축은 최고의 장점

상품성 개선을 위한 갖가지 노력의 흔적은 보이지만 겉모습 변경에 비중이 집중된 것은 아쉽다. 몇몇 단점이 쉽게 눈에 띄지만 미니밴이 갖춰야할 기본적인 특징은 극대화됐다.

▲ 시트를 접어도 평평하지 않다. 작은 짐은 바닥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또 시트의 부피가 차지하는 공간도 많다.

실질적으로 11명이 탑승할 경우가 드물다고 생각하면, 더욱 다양한 시트 조정이 가능하고 넉넉한 실내 공간에 편안한 승차감 등 여러 장점을 가진다. 세금 혜택이나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 계속되는 발전이 기대되는 코란도 투리스모.

코란도 투리스모는 국내에선 드문 11인승 구조, 여기에 사륜구동도 적용돼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현대차 스타렉스, 기아차 카니발 등 쟁쟁한 경쟁차가 가지지 못한 장점을 더욱 견고히 하고 단점을 조금만 더 보완한다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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