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은 어느덧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현대차 브랜드만 해도 지난해 세계에서 441만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세계에서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하는 브랜드고 다양한 차종을 내놓는 브랜드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아쉬운 구석도 있다. 지나치게 대중성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스포츠카나 역동적인 스포츠세단 분야 라인업이 경쟁 브랜드에 비해 취약하기 때문이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스포츠카를 만드는 회사들은 배를 곪는게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선 이런 차종은 판매대수가 적더라도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가는 모델이기에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 현대차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

문닫기 일보직전이던 포르쉐가 폭스바겐과 공동으로 카이엔을 만들어 기사회생했지만, 이제는 반대로 폭스바겐그룹을 끌어가는 막강한 시너지를 내고 있는 스토리가 바로 그런 예다. 무난한 차의 극치였던 일본 도요타도 이제는 저가 스포츠카 '86'이나 'LF-A' 같은 괴물 슈퍼카를 내놓기도 한다. 

현대차 또한 이같은 움직임에 동참한 듯 하다. 이번에는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제네시스를 앞장 세웠다. 그간 지적받던 하체와 서스펜션을 새롭게 튜닝했고 브레이크 시스템도 개선했다. 이미 미국시장에선 5.0 엔진이 장착된 ‘R스펙’을 출시하며 노하우도 충분히 쌓았다.

▲ 고급스러우면서도 잘 달리는 것.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현대차 스포츠세단의 시발점이 될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을 시승했다. 시승한 모델은 3.3리터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모델로 가격은 5126만원이다.

◆ 감출 수 없는 힘, 더욱 단단해진 주행성능

스포트 모드 버튼을 누르고 변속기는 수동모드로 변경했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끼리릭’ 휠스핀이 발생하더니 이내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수동모드에서도 고회전 영역에 도달하면 저절로 변속되는 것은 아쉽지만 최대한 높은 엔진 회전수를 사용하는 것은 흥미진진하다.

▲ 출발! 현대차에 따르면 스포트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이 더욱 단단해지고 스티어링휠 감각도 바뀐다. 또 엔진회전수도 높아져 스포츠 주행이 가능해진다.

엔진음도 꽤나 매력적이다. 우렁찬 배기음이 더해지진 않았지만 날카로운 엔진소리는 운전자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30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엔진도 내달리기 좋아하는 운전자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출력은 부족함이 없고 반응도 즉각적이다. 이 정도의 성능은 기존 제네시스도 갖고 있던 것. 다이나믹 에디션의 장점은 고속 안전성과 핸들링에 있다.

기존 국내 대형 세단은 물렁한 서스펜션으로 고속주행이나 코너링에서 맥을 못 췄다. 물렁한 서스펜션은 조금의 틈만 보이면 벌떼처럼 모여들어 공격하는 네티즌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현대차는 이를 적극 대처했다. 제네시스의 스테빌라이져 바, 쇽업쇼버를 교체 및 튜닝해 장착했다.

▲ 3.3리터 V6 GDi 엔진은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5.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마치 2000년대 유럽 프리미엄 세단의 느낌과 비슷하게 단단하다.(오히려 요즘 유럽 세단은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단단해진 서스펜션은 바운스를 최소화해 잔진동은 그냥 흘려보낸다. 단단해진 서스펜션은 고속주행 안정감도 높였다. 불필요한 진동이 없으니 노면에 착 달라붙어 나간다.

▲ 새롭게 적용된 브레이크 시스템. 제네시스 로고가 잘 안보이는 점은 아쉽다.

와인딩에서도 놀라운 실력을 발휘한다. 차체가 큰 것은 타고난 운명이지만 민첩함은 수준급이다. 후륜구동 특유의 감각이 살아있다. 힘도 넘치니 오로지 재미를 위한 드라이빙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이나믹 에디션에만 적용된 대형 브레이크 디스크와 모노블럭 4피스톤 캘리퍼도 안정적인 핸들링을 가능하게 한다.

▲ 스포트 모드를 비롯해 주행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버튼이 모여있다.

당연해야 할 것들이 이제서라도 개선됐으나 어쨌든 두손 들고 반길 일이다. 기존 제네시스의 완성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는데 다이나믹 에디션의 완성도는 더욱 견고해졌고 충분히 유럽이나 일본 프리미엄 세단을 이겨낼 상품성을 갖췄다.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은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아도 될 국가대표 세단으로 손색이 없다.

◆ 무난함 속에 풍기는 고급스러움과 품격

제네시스의 디자인은 높은 완성도와 인기를 갖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다양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대형 세단이 갖춰야할 고급스러움과 품격, 당당함이 풍겨 나온다. 그러면서도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제네시스 특유의 엠블럼 적용 등 세련됨이 강조되기도 했다.

▲ 제네시스의 부드럽고 고급스런 디자인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후륜구동의 특성을 살린 짧은 오버행과 듀얼 머플러 등에서는 스포티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이나믹 에디션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19인치 알로이휠이 적용됐다. 단 1인치가 커졌을 뿐인데 체감은 그 이상이다. 또 앞바퀴 브레이크 캘리퍼에는 ‘Genesis’ 영어 로고가 삽입됐다. 하지만 휠 디자인 때문인지 잘 보이지 않아 아쉽다. 더욱 튀는 색상을 적용했으면 좋았을 듯하다.

실내는 기존 모델과 별반 차이가 없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페달 정도 눈에 띈다. 현대차는 의외로 알루미늄 페달을 잘 만든다. 마치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페달을 소형차에도 적용해왔다.

▲ 기존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실내. 고성능 모델임에도 패들시프트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레이아웃을 가진 실내 디자인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부분이다. 제네시스의 디자인 특징은 튈만한 요소를 배제하고 상투적이지 않은 무난함을 추구해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는데 있다. 그러면서 고급차가 갖춰야할 고급스런 소재 등을 사용하고 마감도 독일차 부끄럽지 않은 수준으로 처리했다.

▲ 뒷좌석 공간이나 트렁크 공간은 독일 브랜드의 대형세단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넓은 실내 공간이나 거주성은 애초부터 제네시스의 큰 장점이었고 7시리즈나 S클래스에 버금가는 트렁크 공간은 편의성이 높다.

◆ “독일차를 막아라”, 현대차의 패기

애초부터 제네시스는 후륜구동, 8단 자동변속기 등 현대차의 첨단 기술이 적극적으로 장착되는 현대차의 간판 모델이다. 또 처음부터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차와 경쟁하기 위해 태어난 만큼 궂은일을 도맡는 운명을 타고 났다.

최근 들어 독일 프리미엄 세단의 판매대수가 눈에 띄게 현대차는 다시 한번 방어전에 성공하기 위해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을 내놓았다. 이번 추가 트림은 독일 스타일이 좋다면 그에 맞춰 만들어주겠다는 현대차의 자신만만한 패기마저 느껴진다.

▲ 스포츠성이 부각된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 부드러움과 동시에 강렬함까지 갖췄다.

같은 가격 유럽차들에 비해 훨씬 넓고 편안하고 강력하다. 주행감각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가끔 제네시스로 스포츠 주행을 즐기겠다는 젊은 소비자들라면 반드시 이 '다이내믹 에디션' 트림을 선택해야겠다. 하지만 제네시스 소비자들 연령대는 역시 조금 높은 편이다. 비록 이 차로 스포츠주행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단단해진 주행성능이 오히려 좋은 승차감이나 안정감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소비자들의 눈 높이가 상당 수준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수입차들이 감히 시도 할 수 없는 다양한 트림과 개성 있는 시도가 돋보인다. 매번 완성도를 높여가며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국산차를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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