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날씨가 맑은가 싶다가도 한라산 중턱에 조금만 올라가면 비가 오고 바람도 거세진다. 밥 먹기 전과 밥 먹은 후의 날씨가 다른 것이 제주도의 날씨다. 제주도 날씨만큼이나 변덕이 심한 것이 자동차 업계다. 물론 소비자들의 취향이 빠르게 바뀌는 것도 있지만 최근 들어 자동차 업계의 변화는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볼보는 그 중심에 있다. 안전이란 기본적인 볼보의 강점 위에 유려한 디자인, 강력한 성능과 효율성, 첨단기술 등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이러한 볼보의 변화 물결 핵심에 있는 V40이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다.

▲ 볼보 V40

이른 봄비가 내리던 제주도에서 볼보의 신차 V40을 시승했다. 시승한 모델은 V40 D4와 V40 T5며 판매가격은 각각 3980만원, 4190만원이다.

◆ 유독 돋보이는 해치백…매력적인 뒤태의 소유자

볼보는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디자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고집스럽게 각진 외모를 고집했던 볼보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강인하고 부드러운 디자인을 추구한다. 또 상당히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도 엿보인다.

▲ 부드럽고 유연해진 디자인. 앞모습에서는 강인함도 엿보인다.

볼보 V40는 볼보 S60의 디자인을 상당 부분 물려받았지만 더 육감적이고 강인해 보인다. 볼륨감이 넘쳐 화려하다. 돌출된 보닛과 라디에이터 그릴, 입체적인 범퍼, 세련된 LED 주간주행등 등 이제껏 볼보 디자인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라 느껴진다.

▲ 너무나 섹시한 뒷모습. 곡선과 굴곡, 너무나 매력적이다.

옆모습도 역동성이 강조됐다. A필러가 비스듬하게 누웠다. 또 차체 높이를 최대한 낮췄고 벨트라인은 뒤로 갈수록 높아져 날렵함이 강조됐다.

뒷모습은 V40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 꽉 차 보인다. 세부적인 디자인도 뛰어나다. LED 테일램프의 디자인, 독특한 곡선과 굴곡, 듀얼 머플러 등 잔뜩 멋을 부렸지만 과하다는 느낌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 최근 볼보는 디자인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각진 볼보를 생각한다면 이젠 큰 오산이다.

디자인은 볼보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디자인은 가장 쉽게 차량과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로이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S60부터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볼보의 디자인이 V40에 와서 완성 궤도에 오른 것 같다.

◆ 볼보의 독창적인 실내, 디테일은 더욱 발전

V40은 기존 볼보의 실내 디자인 레이아웃을 따르고 있다. 다만 세부적인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이고 보다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됐다.

▲ 볼보 V40의 실내. 다른 볼보 차량과 큰 차이는 없다. 볼보 특유의 레이아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시인성, 미적 완성도가 높은 계기반이다. 이 액티브 TFT 크리스탈 디스플레이는 무척이나 화려하다. 또 단순한 디지털 계기반에 비해 섬세함이 무척이나 뛰어나고 다양한 정보를 멋진 그래픽으로 표현한다. 퍼포먼스, 엘레강스, 에코 등 총 3가지 모드로 변경이 가능하고 각각의 차이도 확실하다.

▲ 너무나 아름다운 V40의 계기반. 그래픽의 섬세함이나 시인성도 수준이 높다.

이밖에 프레임이 없는 룸미러와 볼보가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LED 일루미네이션 기어 셀렉트 레버, 파노라믹 선루프 등 세련됨이 극대화됐다. 프리미엄 해치백을 표방하는 만큼 실내 소재나 마감도 부족함이 없다.

실내공간은 적당하다. 부족함은 없는 편이지만 BMW 1시리즈나 현대차 i30 등 실내공간을 기적적으로 넓힌 차량에 비해서는 다소 좁게 느껴진다.

▲ 뒷좌석 공간은 크게 넓진 않다. 하지만 공간에 대한 부족함은 없고 소재나 마감은 우수하다.

시트포지션은 꽤 낮다. 스포티함이 강조된 것. 또 천장이 낮기 때문에 그에 따른 설계인 듯하다. 앞좌석은 메모리 기능을 지원하는 전동시트가 마련됐다.

◆ 동급 최고의 주행성능 지닌 가솔린 모델

먼저 시승한 모델은 2.0리터 5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 T5. 최고출력은 213마력, 최대토크는 30.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직접적인 경쟁차종은 아니지만 2.0리터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BMW 3시리즈보다 성능이 훨씬 좋다. 경쟁차종인 BMW 1시리즈나 폭스바겐 골프는 디젤 모델이 주력인 만큼 경쟁력도 높다.

▲ V40에 탑재된 가솔린 엔진. 최고출력은 213마력에 달한다.

힘의 부족함은 없다. 해치백이라고 무시했다가는 뒤꽁무니만 바라보기 십상이다. 작지만 강단이 느껴진다. 차량의 최고 안전속도까지는 쉽게 올라간다. 변속기의 신속함은 부족하지만 엔진의 힘이 좋으니 높은 속도에서도 반응은 꾸준하다.

▲ 최근 출시된 유럽 해치백 중에서는 주행성능이 뛰어난 차량이 많다.

한라산을 휘감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렸는데 각도가 깊은 코너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이다. 일부러 가속페달을 세게 밟아 차체 중심을 잃게 하려 했지만 쉽게 않았다. 기본적인 차체의 한계가 높다. 또 무게중심이 낮다. 하체는 강성이 높고 서스펜션도 스포티한 주행을 잘 견딘다. 충격을 흡수하고 지탱하는 유기적인 움직임이 뛰어나다.

▲ 가솔린 모델의 장점은 크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하고 소음이나 진동도 없어 스트레스가 덜하다.

또 전자장비인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트랙션 컨트롤(DSTC)은 차량이 한계점을 넘어서면 출력을 감소시키고 앞바퀴의 좌우 구동력을 통제하는 코너 트랙션 컨트롤(CTC)은 코너를 매끄럽게 빠져나가도록 돕는다. 가솔린 특유의 반응과 부드러운 감각은 인상적이다. 연비를 빼면 디젤 엔진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

◆ 우수한 연비와 상품성을 가진 디젤 모델

가솔린 모델을 시승한 후 디젤 모델인 D4를 타니 엔진 소음이 조금 거슬린다. 공회전이나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는 5기통 디젤 엔진 특유의 소리가 들리지만 막상 속도가 높아지면 오히려 회전질감이 부드러워지고 소음도 잦아드는 특성이 있다. 소음이 거슬린다면 공회전 시 엔진을 정지시키는 스타트/스탑을 활성화시키자.

▲ 뒷모습은 역시 명품이다.

볼보 V40의 연비는 경쟁차종에 비해 다소 낮지만 대신 성능은 더 뛰어나다. 변속기는 부드러움이 강조되다보니 조금 답답함 느낌도 든다. BMW의 8단 변속기나 폭스바겐의 DSG에 비하면 아쉬움은 크다.

2.0리터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가솔린 엔진에 비해 폭발적이진 않지만 힘은 넉넉하다. 도심에서는 높은 토크로 인해 가볍게 가속페달을 밟아도 경쾌하게 가속된다.

▲ 볼보를 아직도 안전의 대명사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반적인 주행성능은 상상 이상이다.

가솔린 엔진에 비해 다소 무게가 나가 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느낌도 든다. 스포티한 주행은 가솔린 모델이 더 우위에 있다.

디젤 모델의 강점은 연비다. 가솔린 모델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10.4km지만 디젤 모델은 리터당 15.4km에 달한다. 또 특성상 공인연비나 그 이상을 기록하기도 어렵지 않다.

◆ 다양한 안전 및 편의사양은 볼보의 미덕

볼보 차량의 안전 및 편의사양은 수입차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 중에서 볼보와 견줄 브랜드는 찾기 힘들다. 볼보 V40도 마찬가지다. 단, 최고급 모델인 D4 프리미엄에만 적용되는 옵션도 상당수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

파노라믹 선루프, 프레임리스 룸미러, 글로브 박스 쿨링, 통합 엔터테인먼트인 ‘센서스 시스템’, 1열 전동 및 메모리시트, 평행 주차 보조 시스템, 앞유리에 장착된 디지털 카메라가 도로 표지 정보를 인식해 이를 계기반에 표시하는 ‘도로 표지 정보 시스템’, 마주 오는 차량에 따라 상향등과 하향등을 자동 조정하는 ‘액티브 하이빔’, 스티어링휠 각도에 따라 헤드라이트가 방향을 전환하는 ‘액티브 밴딩 라이트’ 등이 편의사양으로 적용됐다.

▲ 보행자 에어백은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유럽에서는 보행자의 상해 정도도 차량의 안전도를 말하는 한 기준이다.

안전 사양으로는 세계 최초로 장착된 보행자 에어백, 운전석 무릎 에어백, 지속적인 차선 위반시 스티어링휠에 저항을 가하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후측면 접근 차량 경고 시스템과 사각 지대 정보 시스템, 시속 50km 이하에서 추돌 위험 발생 시 저절로 차량을 멈추는 시티 세이프티, 경추 보호 시스템, 측면 보호 시스템 등 기본적인 차체 안전과 동시에 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 최근 유럽산 정총 해치백이 쏟아지고 있지만 V40은 유독 빛이 난다.

자동차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무수한 신차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 시장만 해도 일주일에 2대꼴로 신차가 출시된다. 볼보 V40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낯선 신차지만 빠른 흐름 속에서도 유독 빛이 난다. 숱한 경쟁 차종이 있지만 디자인과 성능은 물론 패키징까지 훌륭하니 제대로 붙기만 한다면 BMW든 폭스바겐이든 문제될게 아니다.

제주=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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