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안전일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자전거 여행을 위한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고, 또한 자전거도 도로교통법에 따라 차로 취급을 받기 때문에, 우리는 여행 시작 전 3가지 원칙을 세웠다.

1.해진 후 자전거 주행 금지
2.빗속 주행 금지
3.터널 주행 금지

비상시를 대비해 라이트를 사긴 했지만 아무래도 해진 후 의 자전거 주행은 분명 위험할 것이라 판단하여 주행을 금지하기로 했다. 주간 일기예보에 따르면 대부분 맑은 날씨였으나 2~3일 정도는 비가 온다고 하여 빗속 주행은 금지하기로 하였다. 코스를 만들면서 터널에서는 사고의 위험이 너무 높아 터널은 가급적 가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2일차에 장성군을 빠져나갈 때의 못재터널은 돌아가는 게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통과하기로 했다. 1210m 터널 속의 자동차의 굉음은 공포 그 자체 였다. 자동차 소리가 울려 동료 간의 의사소통은 되지 않았고, 터널 안에서는 전후좌우를 살피기도 쉽지 않았다. 또한, 터널 안에서는 자전거 운행이 확보 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충분치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다행히 별 사고 없이 통과하였다.

2일차의 목적지는 백수읍 친구의 집이다. 그 곳을 가기 위해 장성을 지나 영광읍에 도착했다. 읍내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버스를 타고 친구의 집인 백수읍까지 가려했지만 자전거 승차 거부로 결국 우리의 원칙은 또다시 깨지고 말았다. 다리가 이미 내 다리가 아니고, 엉덩이는 없어진 것 같은데, 설상가상 비까지 쏟아 붓는다. 두 번째 날에. 세 가지 원칙이 동시에 무너졌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이 느낌. 첫 야간 주행. 빗속 주행. 위험을 감수하며 시도는 했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터널에서의 아찔함, 비오는 밤의 시야확보의 어려움은 때때로 목숨을 담보하는 일이었다.

2일차 하루에 우리가 출발 전 세웠던 3가지 원칙이 모두 무너졌다. 우리가 처음에 세운 원칙들이 하루 만에 무너지는 걸 보면서, 여행을 함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준비가 요구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변수가 있는 게 여행이고 또 그걸 극복하고 즐길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찔했던 순간을 되새겨 보면 안전한 게 제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 2일차에 아찔한 경험을 많이 하여 그날 밤부터 우린 다음 날 코스에 대해 신중히 의견을 나눴다.


이창환 객원기자 chaldemoong@daum.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이창환 객원기자 〈탑라이더 chaldemoo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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