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돼. 중국이 만들었다기엔 품질이 너무 우수한데요?", "속이지 않아요. 이 차는 중국에서 만든게 맞습니다"

5일 제네바모터쇼 최초로 등장한 중국차 쿠오로스 부스. 너무 잘 만들어진게 셈이 나서였을까. 막연한 경계 심리가 생겨서였을까. 기자는 차량 곁에 서 있는 쿠오로스 직원에게 괜히 퉁명스레 질문을 던져 옥신각신했다. 유태인으로 보이는 이 직원은 차를 설명하기에 나이가 좀 많아보여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시종일관 웃는 낯으로 10분 이상 대화가 계속됐다. 

잠시 후 깜짝 놀랄일이 벌어졌다.  중국 자동차 회사인 쿠오로스(QOROS) 부스를 르노닛산 카를로스곤 회장 등 유명인사가 줄을 이어 관람한 것이다. 카를로스곤 회장은 곁에서 얘기하던 바로 그 중년의 직원을 불러 세우더니 "중국에서 이같은 차를 만들어내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훌륭한 일"이라면서 "이 차는 장차 잘 팔릴 수 밖에 없겠다"고 추켜 세웠다. 이 중년의 직원도 "당신은 지구상에서 가장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니 자신감이 생긴다"며 화답했다.

▲ 르노닛산 카를로스곤 회장(왼편)이 쿠오로스 이단오퍼 대표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곤 회장이 떠난 후 "당신이 누군데 곤 회장이 와서 인사를 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자신이 '이단오퍼'라고 했다. 이름을 듣는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 들었다. 이단오퍼가 누군가, 바로 '베터플레이스(Project Better Place)'의 자본을 대는 오퍼 가문의 아들이다.

오퍼는 미국 포브스가 세계 70위의 부호로 뽑은 인물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비슷한 수조대 자산가다. 그가 기자의 딴죽을 참아내며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으로 차를 설명하고 있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쿠오로스는 중국 자동차 회사 치루이와 이스라엘인 이단오퍼(Idan ofer)가 50:50으로 투자한 회사로, 중국차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품질에 대한 열세를 단숨에 만회하고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회사다. 

회사의 면면을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설계와 기계적인 부분은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와 MINI 컨트리맨 등을 만드는 오스트리아 회사  마그나 슈타이어가 맡았다. 디자인은 뮌헨 디자인 연구소에서 하고 있으며, 디자인 책임자로 BMW에서 MINI브랜드 디자인의 총 책임을 맡은 게트 힐데반트(Gert Hildebrand)를 영입해 앉혔다. 

외관과 실내를 볼 때, 품질은 도저히 중국차라고 믿을 수 없고, 상당부분 품질에서 이미 한국산이나 일본산 자동차를 뛰어넘는 부분이 있었다. 

여기 나온 차들은 시험생산 차량으로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연말까지 중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심지어 경쟁 브랜드는 일본차와 한국차들이 될 거라고 내세우고 있다. 이 정도 품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놓을 수만 있다면 세계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판매를 상당부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쿠오로스는 기아차 K9의 유럽 수출명인 쿠오리스(Quoris)의 이름이 자사의 이름과 유사하다며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독일 만하임 법인이 쿠오로스 측의 손을 들어 기아 K9의 유럽판매가 지연되기도 했다.

스위스 제네바=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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