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독특한 차량을 국내에 선보였다. 그동안 국내에 진출한 일본 업체는 보수적인 성격이 강했기에 새로 출시한 크로스투어(Crosstour)는 더욱 색다르게 느껴진다.

이 차는 세단, 왜건, SUV의 특징이 한데 섞여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캠핑을 비롯한 레저 활동이 큰 인기를 얻고 있으니 크로스투어의 출시는 시기적절해 보인다. 어찌보면 어색한 스타일이지만, BMW가 일찌감치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를 출시하고 도요타도 벤자를 출시해 소비자들도 이같은 ‘변종’차에 익숙해졌다.

▲ 혼다 크로스투어.

‘멀티플레이어’를 꿈꾸는 혼다 크로스투어를 시승했다. 혼다 크로스투어는 국내에 단일 트림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4690만원이다.

◆ 독특한 외관…모든 것을 담았다

크로스투어는 상당히 큰 차다. 어코드를 기반해 만들었지만 길이나 휠베이스는 훨씬 길다. BMW 그란투리스모나 도요타 벤자보다 길고 너비나 높이도 대형차 수준이다. 가장 근접한 크기의 차를 꼽자면 현대차 베라크루즈를 들 수 있을 정도. 사진으로 보면 감이 오지 않겠지만 공영주차장 웬만한 주차칸 하나론 부족할 정도다.

▲ 크로스투어는 길이만 5m가 넘는 대형차다. 실제로 마주하면 사진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요즘 비슷한 부류의 차들이 여럿 등장해선지 어색함이 크지 않다. 또 어코드에 비해 차체가 꽤 높아졌지만 껑충한 느낌이 많이 들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 앞과 옆, 뒷모습이 따로 노는 경향이 있지만 이 정도면 선방했다.

지난해 연식 변경으로 약간의 디자인 변경이 있었는데, 2010년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보다 SUV 느낌이 강조됐다. 범퍼를 비롯한 차체 아래쪽은 검정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험로를 염두에 둔 듯한 디자인이다. 지붕과 트렁크는 쿠페처럼 부드럽게 이어져 일반적인 왜건에 비해 날렵하고 스포티해 보인다. 또 구형 어코드에서 볼 수 있었던 사이드 캐릭터라인이 적용된 점도 인상적이다.

▲ 뒷부분이 싹뚝 잘리니 더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

실내는 신형 어코드와 큰 차이가 없다. 기본적인 레이아웃은 동일하고 버튼 배열, 송풍구의 위치, 계기반 등의 세부적인 디자인만 다르다. 운전편의를 위해 스티어링휠에 패들시프트가 장착된 것도 다른 점이다. 미묘한 차이지만 어코드는 세련됨이 더 강조됐고 크로스투어에서는 중후함과 차분함이 느껴진다.

▲ 혼다 크로스투어의 실내. 어코드와 큰 차이는 없다.

아이나비가 적용된 8인치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과 터치스크린 오디오시스템 등 두 개의 모니터가 센터페시아에 위치했다. 2개의 모니터의 역할이 확실하게 나뉘니 편의성이 높다.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위치는 만족스럽고 대시보드 속으로 깊게 자리해서 난반사도 적다. 다만 본래 설계시 터치를 고려하지 않은 듯, 운전 중 조작하기엔 꽤 멀다.

▲ 얌전하다. 실용성을 높이다보니 단순해졌고 차분해졌다.

이밖에 스티어링휠, 시트, 도어 패널 등에 적용된 가죽이나 우드그레인, 알루미늄 패널 등의 마감은 만족스럽다. 소재는 비교적 저렴하지만 허술해 보이진 않는다.

◆ 부드럽고 여유로운 주행성능, 정숙성도 뛰어나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크로스투어는 어코드에도 장착된 3.5리터 V6 i-VETC 엔진이 적용됐다.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며 전륜구동 방식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AWD 모델도 판매된다. 차량의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선 AWD 모델이 더 나을 것 같다.

주행 감각은 SUV보다 세단에 더 가깝다. 시트포지션이 크게 높아지지 않아서다. 일반적인 세단과 시야가 비슷하고 코너를 돌땐 SUV가 가지기 힘든 날렵함을 보이기도 한다.

▲ 3.5리터 V6 i-VTEC 엔진은 최고출력 282마력을 발휘한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출발할 땐 어김없이 휠스핀이 나고 전자장비가 개입한다. 전자장비를 해제하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휠스핀이 멈출 줄 모른다. 급출발 시 차량 앞부분이 들리는 느낌도 든다. 282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을 앞바퀴만으로 감당하기엔 벅차 보인다.

어쨌든 배기량과 최고출력이 높으니 속도는 빠르게 올라간다. 큰 차체를 쉽사리 끌고 나가는데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여유롭고 부드럽다. 6단 자동변속기도 부드러움이 강조됐다. 패들시프트를 시용해 시프트다운을 해도 좀처럼 격한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 또 고회전영역에서도 엔진소리는 아득히 멀게만 들리니 스포츠주행을 즐기는 소비자라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 힘은 넉넉하지만 과격한 주행에 적합하지는 않다. 승객을 가득 채우고 짐을 많이 실어도 부족함 없는 성능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소비자들에겐 정숙성은 큰 강점으로 다가온다. 신형 어코드에서도 경험했던 혼다의 액티브노이즈컨트롤(ANC)과 액티브사운드컨트롤(ASC)의 효과는 확실하다. 고속에서도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거나 버튼 조작으로 오른쪽 시야를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차의 힘이 좋은 탓인지 와인딩에서 빠른 속도를 낼 순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승했던 혼다 차량 중에서 가장 언더스티어가 심한 편이고 부드러운 서스펜션 탓에 쏠림도 크다.

◆ 넓은 실내와 다양한 수납공간은 큰 장점

크로스투어의 가장 큰 미덕은 넓은 실내 공간이다. 시트포지션은 세단과 비슷한데 차의 높이는 SUV 정도니 머리공간이 무척이나 여유롭다. 상쾌한 느낌마저 든다. 지붕이 트렁크까지 완만하게 이어져 있지만 뒷좌석 머리공간도 여유롭긴 마찬가지다. 다리공간도 부족함이 없고 시트포지션도 편안하다.

▲ 트렁크에 마련된 간단한 레버 조작만으로 뒷좌석을 쉽게 접을 수 있다.

실내 곳곳에 마련된 수납공간이나 넓은 트렁크 공간은 이 차의 활용성을 더욱 높여준다. 트렁크 안쪽에 마련된 레버를 당기기만 하면 뒷좌석을 쉽게 접을 수 있고 트렁크 카펫 밑에도 몇 개의 수납공간이 마련돼 편의성을 높였다.

▲ 사실 멀티플레이어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혼다 크로스투어는 다양한 장르의 특징을 한데 모았다. 마치 히딩크가 강조하던 ‘멀티플레이어’같다. 하지만 멀티플레이어는 자칫하면 이도저도 아닌 위치로 내몰릴 수 있다. 혼다 크로스투어가 여러 장르의 특징만 모은 게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까지 끌어 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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