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울림모터스 뱅가리

17일 어울림모터스는 새로운 4인승 스포츠카 '뱅가리'를 내놨다. 그 독특한 이름을 두고도 여러가지 의견이 엇갈린다. 

회사 측은 "창경원에 있던 호랑이 이름을 딴 것으로, 뱅가리는 국내서 발견된 가장 큰 호랑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창경원에 있던 호랑이 이름은 '뱅가리'가 아닌 '벵가리'다. 심지어 국내서 발견된 것도 아니다. 

60년대 창경원(현재 창경궁)에 근무했고, 당시 벵가리를 국내 들여온 인물로 알려진 오창영씨의 글에 따르면 '벵가리'는 태국의 한 서커스단 공연때 전시되던 호랑이다. 오씨는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추정하고 있었지만 독일 라이프찌히의 동물원은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시베리아 호랑이 혈통 등록부'에 기록해주지 않았다. 

오씨는 글에서 '당초 창경원에 있던 태국산 호랑이 금강호를 교미 시키기 위해 숫호랑이를 수소문 했다'고 밝혔다. 이어 '벵가리를 중국인이 운영하는 태국 서커스단으로부터 구입 해왔으나, 성격이 포악해 교미 도중 암컷(금강호)의 목을 물어 죽이고 말았다'고 했다. 오씨는 또 이상 행동을 보인 벵가리가 아마 이전에도 동족 살해의 경력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했다. 

▲ 창경원에 있던 대형 호랑이 '벵가리'가 교미 도중 암컷 금강호를 물어죽인 모습.

애초에 태국 서커스단이 왜 이 호랑이의 이름을 '벵가리'로 지었는지도 미스터리다. 일반적으로 벵가리(Bengali)는 '인도 벵갈 지역의 것'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벵가리가 시베리아산 호랑이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사실은  훨씬 흔한 벵갈 호랑이가 아니었을까 의구심도 드는 대목이다. 태국의 서커스단이 굳이 부근에 흔한 벵갈 호랑이를 놔두고 굳이 귀한 시베리아 호랑이를 구해서 데리고 다녔다는 것도 언뜻 이해가 어렵다. 

어쨌건 당시 오씨의 기록에 따르면 교미 시도의 처절한 실패 후 창경원의 회의에서는 동족을 물어죽인 벵가리를 없애 버리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벵가리는 사건 이후도 동물원에 살았다. 벵가리가 창경원에 있던 기간은 1963년부터 노령으로 자연사한 1974년까지다.  

교미하다 암컷을 물어죽인 호랑이 이름을 최신 패밀리 스포츠카 이름으로 정하다니 묘한 시도다. 물론 람보르기니는 투우사를 죽인 소의 이름 '레벤톤'을 차 이름으로 삼기도 했으니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어울림모터스가 이같은 과거사를 알고서 차 이름을 정한 것인지는 사뭇 궁금해진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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