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산차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하했다. 수입차 점유율 증가와 내수 침체, 환율 상승, FTA로 인한 관세 철폐 등이 가격 인하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가장 먼저 가격을 내린 국산차 업체는 현대차다. 현대차는 지난 3일, 쏘나타를 비롯해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 싼타페, 베라크루즈 등의 고급 트림 가격을 인하했다. 인하되는 차량은 5개 차종 10개 트림, 인하 폭은 22~100만원이다. 

기아차도 9일, K5를 비롯해 뉴 쏘렌토R과 K9의 가격을 인하했다. K5는 2.0 가솔린 프레스티지 트림의 가격을 29만원 낮췄고, 쏘렌토R은 R2.0 모델 60만원, 2.2 모델은 63만원 인하했다. K9도 전 모델의 기본 사양을 늘리면서 이그제큐티브 트림의 가격을 291만원 내렸다. 

▲ 기아차 K9
 
한국GM은 11일, 스파크와 크루즈, 말리부, 캡티바와 알페온 등 5개 차종 11개 트림의 가격을 5~50만원 인하했다. 차종별로 인하 폭은 스파크 5만원, 크루즈와 말리부 20만원, 알페온 30만원, 캡티바 50만원이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도 직접적인 가격 인하 대신, 저금리 할부와 현금 지원 확대를 통한 간접적인 가격 할인을 시행했다.
 
◆ 수입차, 10년 동안 판매·점유율 8배 증가
 
국내 제조사들이 가격을 낮추는 이유는 무엇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작년 수입차 점유율은 10.1%로, 전년(7.98%) 대비 2.03% 증가하며 사상 최초로 10%대를 넘어섰다. 반면 국산차 판매량은 2011년 121만1284대에서 2012년 117만5891대로 2.92% 감소했다(상용차 제외). 
 
내수 시장은 점점 침체되고 있지만 수입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했다. 지난 2002년 1.3%에 불과했던 수입차 점유율은 10년 사이에 10.1%로 8배 가까이 늘었다. 판매 대수도 1만6119대에서 13만858대로 8배나 늘었다. 2002년 국산차 판매량(122만5210대)이 작년보다 많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 환율 하락은 수입차에 더 유리 
 
최근 경제 위기로 인한 외환 환율 급락도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일본차 업체들은 수년간 엔고 현상을 겪으며 비싸게 만들어 싸게 판매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그러나 지난 3개월 사이에 엔화 환율은 1426.28원에서 1185.98원으로 무려 240.30원이나 떨어졌으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업체들이 그동안 발생했던 적자폭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고로 인해 그동안 수입하지 못했던 경·소형차 출시는 기대되는 대목이다. 
 
달러 역시 1113.50원에서 1056.50원으로 57원, 유로는 1438.31원에서 1383.27원으로 55.04원 하락해 독일·미국산 수입차 업체의 재정도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수입차 업체들은 이미 한-미·한-EU FTA로 인한 관세 인하분을 반영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라며 "장기적인 환율 하락의 이익은 수입차 업체에게는 가격 인하, 마케팅 확대, 프로모션 강화 등으로 전환돼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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