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못지않게 매력적인 디자인의 신차를 내놓고 있는가 하면 볼보 브랜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고성능차도 선보이고 있다.

꾸준하게 세계적인 모터스포츠에도 참가하고 있고 운전자 조작 없이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시스템 연구도 세계 정상급이다. 볼보가 내세울 것은 안전 외에도 수두룩 하다.

▲ 볼보 S80 D4

최근 볼보의 신차에 이런 볼보의 기술력이 녹아들고 있다. 더욱이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인 S80은 말할 것도 없다.

세부적인 디자인 변경과 편의사양이 보강된 2013년형 볼보 S80 D4를 시승했다.

◆ 중후함이 속에서 돋보이는 세련미

볼보 S80은 볼보 세단 중에서 가장 크지만 대형차 범주에 들어가기엔 조금 부족해 보인다. S80의 길이는 4850mm, 휠베이스는 2835mm다. 국산 준대형차인 그랜저가 길이 4910mm, 휠베이스 2845mm인 것을 보면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 플래그십 모델이 갖는 중후함은 갖췄지만 실제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

수치상 외부 크기는 그리 크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차가 커 보이고 실내 공간이나 트렁크 공간에서도 부족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페이스리프트, 풀체인지에도 외관의 변화 폭이 적어 보수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S80도 마찬가지. 지난 1999년 처음 세상에 등장한 이후 한 번의 풀체인지와 부분적인 변경이 계속적으로 이뤄졌지만 큰 차이를 느끼긴 힘들다. 조금 세련돼 졌다는 정도다.

▲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이 세련되게 가다듬어졌다. 작은 부분이 큰 차이를 만들어 낸 것.

중후함이 S80의 핵심포인트지만 그 속에서 C필라 디자인은 빛을 발한다. C필라를 부드럽게 트렁크까지 길게 늘어트린 점이 매력이다. 유연하게 쭉 뻗은 옆모습에서 도시적인 세련미가 돋보인다.

▲ 뒷모습은 세대가 바뀌어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 고풍스런 실내 디자인, “새로운 기어노브는 아쉬워”

2013년형의 가장 큰 변화는 실내 디자인의 고급화다. 상위 트림에만 적용되던 ‘모던 우드 데코 인레이’와 ‘클래식 우드 데코 인레이’가 각각 적용됐다. 또 대시보드, 도어 패널 등에 우드그레인이 적용돼 원목 특유의 고풍스러운 느낌을 전달한다. 원목 느낌을 살리는 최근 추세를 잘 따랐다.

▲ 상위 트림에 적용되던 ‘모던 우드 데코 인레이’와 ‘클래식 우드 데코 인레이’가 적용됐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변화는 기어노브의 디자인 변화다. 이 부분은 상당히 의외여서 낯설기까지 하다. 그동안 볼보가 보여준 보수, 보편, 중후 등의 느낌과 크게 다르다.

▲ 무광 처리된 우드그레인은 원목이 주는 따뜻함과 고급스러움을 잘 살렸다

마치 BMW나 기아차 K9 등에서 볼 수 있는 전자식 기어노브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LED 일루미네이션 기어 셀렉트 레버’는 전자식이 아니다. 기존 기어노브의 디자인만을 바꾼 것인데, 플라스틱 질감이나 세부 디자인은 좀 엉성하다. 하지만 볼보가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는 점수를 줄 만 하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이다.

▲ 새롭게 적용된 LED 일루미네이션 기어 셀렉트 레버. 어딘지 낯설기만 하다
▲ S80의 뒷좌석 공간

◆ 부드러운 승차감…국내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

2.0리터 디젤 엔진은 유럽 브랜드를 중심으로 국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토크가 높아 중저속에서 치고 나가는 느낌이 우수하고 경제성도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음이나 진동도 가솔린 엔진 못지않게 정숙해졌다. 이에 볼보도 배기량을 낮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시승한 S80 D4에는 2.0리터 직렬 5기통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163마력, 최대토크는 40.8kg·m다. 다른 유럽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최고출력은 조금 낮지만 최대토크는 가장 우수하다. 실연비는 공인연비의 수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3.8km다.

▲ 2.0리터 직렬 5기통 디젤 엔진

엔진 소음은 느끼기 힘든 반면 5기통의 독특한 엔진 진동이 느껴진다. 특히 막히는 도심 구간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할 때 기묘한 진동이 스티어링휠, 시트 등을 통해 몸으로 전달된다. 오히려 속도를 높여 엔진회전수가 2000rpm을 넘어서면 엔진회전이 매끄러워짐을 느낄 수 있다.

최대토크가 높아 낮은 속도에서 치고 나가는 맛은 있지만 결국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변속기도 변속충격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시속 140km를 넘어서면 눈에 띄게 가속성능이 줄고 풍절음이나 노면소음도 크게 느껴진다. 또 차체 크기에 비해 회전반경이 넓고 스티어링휠의 반응도 즉각적인 편은 아니다.

▲ 서킷에서 달리고 있는 볼보 S80

하지만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감이 높다. 또 서스펜션은 국내 소비자들이 상당히 선호할만하다. 과하지 않은 부드러움이다. 단단함만을 고집하던 독일 브랜드도 요즘은 부드러운 세팅으로 바뀌어가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앞서간 세팅이라 할 만 하다.

◆ 상품성 높아졌지만 가격은 오히려 낮아졌다

스포티함보다는 편안함이 극대화된 차량인 만큼 첨단 편의사양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 단순히 속도를 정해놓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도심에서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스티어링휠에 마련된 버튼으로 간단히 최고속도를 설정하고 스티어링휠만 돌리면 끝이다. 가고서는 것은 차가 스스로 한다.

▲ 연식이 변경될수록 더욱 상품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시속 35km 이하로 주행할 때 차량 전방에 보행자가 근접해 사고가 예측되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주고 운전자가 미처 제동하지 못할 때 스스로 제동을 걸어 자동 정지시키는 ‘보행자 충돌 방지 시스템’도 기본으로 적용됐다.

볼보 S80 D4는 화려하지 않아도 은은한 멋을 풍기는 차다. 더욱이 2013년형 모델은 볼보가 자랑하는 첨단 안전·편의사양도 기본으로 적용돼 상품성이 더욱 높아졌다. 그러면서 기존 모델에 비해 가격도 60만원 저렴해졌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기쁜 소식이다.

 

단점 : ▲ 평범한 성능 ▲넓은 회전 반경 ▲ 여전히 보수적인 외관

장점 : ▲ 편안한 승차감 ▲ 고급스러워진 실내 ▲ 다양한 편의·안전시스템

가격 :  5400만원 (부가세 포함)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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