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괴물을 만났다. 이 괴물은 그리스신화에서 지옥의 문을 지키는 머리가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를 닮았다. 사나운 맹수처럼 사냥감을 살필 때는 발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먹이를 낚아챌 때는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또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까지 겸비했다.

괴물 같은 차인 BMW X6 M50d를 시승했다. BMW의 디젤 차량 최초로 이름에 ‘M’이 붙었다. 디젤 차량임에도 M배지가 붙을 수 있던 것은 엔진에 터보차저 3개가 장착돼 성능과 효율성 모두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BMW는 이를 ‘트라이터보(Tri-Turbo)’라 부른다.

▲ BMW X6 M50d(사진:BMW코리아 제공)

◆ 3개의 터보차저…“원활한 산소공급이 핵심”

터보차저란 엔진의 배기 압력을 이용해 터빈을 돌리고, 이를 이용해 보다 많은 공기를 강제로 주입, 엔진 성능을 향상 시키는 장치를 말한다. 이로 인해 출력은 높이고 배기량은 낮출 수 있다. 최근 다운사이징이 유행이 되면서 터보차저가 다시금 각광을 받고 있다.

BMW는 535d에 장착되는 3.0리터 6기통 트윈파워터보 디젤에 더블터보차저를 더 얹어서 트라이터보 엔진을 만들었다. 병렬형 터보차저와 직렬형 터보차저를 결합해 총 3개의 터빈을 엔진에 장착했다. 또 알루미늄 크랭크 케이스, 커먼레일 인라인 피에조 인젝터, 가변 터빈의 고압축 터보차저 등 첨단 엔진 기술도 함께 적용했다.

▲ BMW X6 M50d에 적용된 3.0리터 트라이터보 엔진

3.0리터 6기통 트라이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381마력, 최대토크 75.5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디젤 엔진임에도 리터당 약 130마력에 가까운 출력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연비는 유럽기준으로 리터당 13.3km에 달한다.

일반적인 주행 시에는 트윈파워터보 엔진과 동일한 방식으로 터빈이 작동하지만 엔진회전수가 2600rpm이 넘어서면 가변식 터빈이 함께 작동하면서 폭발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 BMW코리아 장성택 기술이사가 트라이터보 엔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BMW코리아 장성택 기술이사는 “엔진의 핵심은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양의 공기를 들이 마시는 것”이라며 “트라이터보 기술은 트윈파워터보에 산소 호흡기를 얹은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강력하지만 부드럽다”…가솔린차량 같은 느낌

강력함을 상징하는 ‘터보’가 3개나 장착됐지만 의외로 얌전하다. 기존 X6 40d와는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강력해졌고 난폭해졌지만 4.4리터 V8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X6 50i보다는 심심하다. BWM의 고성능 차량을 상징하는 M배지가 붙었지만 배기량의 한계도 다소 느껴진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는 상당한 부드러움도 간직하고 있다. 토크가 상당히 억제됐다. 이로 인해 일반적인 주행이나 도심에서는 스트레스 없이 조용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이 차가 그냥 평범한 SUV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 X6 M50d는 순한 양에서 순식간에 야수로 돌변한다

하지만 기어노브를 왼쪽으로 당겨 S모드로 전환하고 스포츠모드 버튼을 누르면 진정한 트라이터보의 성능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이 차가 평범하다는 생각은 사라져 버린다.

디젤 차량임에도 배기음은 기대 이상으로 매력적이게 다듬어졌고 엔진 소음은 잘 차단됐다. 차체가 큰 만큼 진동도 잘 차단돼서 ‘매우 빠른 용달’을 모는 느낌은 아니다. 승차감은 부드럽지만 속도는 쉽사리 최고속도에 이른다. 디젤 엔진임에도 최고출력이 높은 까닭에 높은 속도에서도 토크감이 유지된다. 차체가 크고 무게도 상당하지만 경쾌함이 살아있다. 마치 배기량이 높은 가솔린차량을 탄 기분이다.

2톤을 훌쩍 넘는 X6 M50d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5.3초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나 M5처럼 세밀한 변속 세팅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점은 아쉽다.

▲ 2톤이 넘는 거구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3초에 불과하다

8단 자동변속기는 칼 같은 변속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답답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핸들링이나 제동성능도 수준급이다. BMW 특유의 xDrive는 주행 및 도로상황에 따라 앞뒤바퀴의 구동력을 0~100%까지 자유롭게 전달한다. 작은 스티어링휠 조작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의외로 가볍게 움직인다. 급격한 조작에도 신속하게 차체가 잘 따라오고 폭이 315mm나 되는 후륜타이어는 안정감을 더한다.

◆ 매력적인 외관, “실내 디자인은 개선돼야”

BMW X6는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X5의 세부적인 디자인을 날카롭게 다듬었고 쿠페를 떠올리는 루프라인을 적용해 일반적인 SUV와 차별화했다. BMW 측은 X6를 SUV가 아닌 SAC(Sports Activity Coup)라 설명한다. 마치 메르세데스-벤츠 CLS가 처음 출시돼 4도어 쿠페의 장르를 개척한 것과 같다.

X6가 처음 출시되고 얼마 전 한 번의 페이스리프트가 있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고 신선하다. 아직은 쿠페형 SUV가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존재감이 크다.

X6 M50d는 M 스포츠 퍼포먼스 패키지가 적용돼 외관 곳곳에 M엠블럼이 달렸고 대형 공기흡입구가 마련된 앞범퍼, 20인치 M스포츠 휠, 카본 리어스포일러, 리어 디퓨저 등이 적용됐다.

▲ X6 M50d의 실내. 최근 출시되는 BMW 세단에 비해서는 다소 뒤떨어진다.

세련된 외관에 비해 실내는 다소 투박하다. X시리즈는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출시되는 BMW 세단의 실내 디자인에 비하면 X6 M50d는 단출하고 촌스럽다. 계기판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짙고 중앙에 배치된 정보창은 아주 간략한 정보만을 제공한다. BMW 특유의 센터페시아 디자인도 BMW 세단에 비해서는 고급감이 다소 떨어진다. 세부적인 디자인 및 소재 개선이 필요한 시기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편의성은 높다.

▲ 1억원이 훌쩍 넘는 차량의 계기판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단출하다

◆ 이상적인 엔진 다운사이징…“더 강력해졌다”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규제로 자동차 엔진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극소수의 슈퍼카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배기량 자연흡기엔진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와 반대로 슈퍼차저나 터보차저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 결국 머지않아 터보차저는 엔진 제작에 필연적인 부품이 될 것이다. 

▲ BMW X6 M50d(사진:BMW코리아)

이와 관련해 BMW는 분명 다른 업체보다 한 발짝 앞서고 있다. 업계 최초로 트라이터보를 선보이며 획기적인 성능 향상과 효율성을 확보했다. 성능과 연료효율성,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접점을 찾는 기술력은 놀랍기만 하다.

X6 M50d는 다운사이징 홍수 속에서도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BMW의 브랜드 철학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차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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