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자 김씨는 고속도로 주행중 휴게소 가기가 불안하다. 들어가는건 몰라도, 다시 고속도로에 합류할 때 본선 주행차가 비켜줄까 두려워서다. 어렵게 합류하더라도 경적과 하이빔 세례를 받는건 다반사다. 이런 운전자가 합류지점에서 겪는 사고만해도 한해 수백건에 달한다. 

선진국에선 어떨까. 미국이나 유럽에서 운전해보면 합류도로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극히 적고, 심지어불안한 일조차 거의 없다. 고속도로 속도가 무제한인 독일 아우토반에서도 물론이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우리 도로교통법 중에는 대형 사고를 유발하게끔 만들어진 독소 조항이 몇군데 있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속도로 및 간선도로에서 본선차와 우측 합류차(끼어드는차)의 우선권 문제다. 

도로교통법 제65조 '고속도로 진입시의 우선순위'를 살펴보면 '자동차 운전자는 고속도로에 들어가고자 할 때 다른 차의 통행을 방해해선 안된다'고 적혀 있다. 다시 말해 본선 주행차에 우선권이 있다는 것이다.

▲ 우리 도로교통법에는 B의 과실을 높게 보고 있다. 반면 선진국은 A의 과실을 높게 본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와 완전히 정 반대로 돼 있다. 이들 국가는 합류차가 우선권을 갖기 때문에, 합류차와 본선차 간에 사고가 발생하면 본선차의 잘못이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방식이 합리적이다. 

고속도로에 들어오는 합류차는 램프구간에서 꾸준히 가속해 고속도로 본선 주행차와 비슷한 속도로 합류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도로에선 끼어드는 차가 주행 차들 빈틈에 들어갈 타이밍을 노리며 가감속을 한다. 이래선 진입 속도를 충분히 낼 수 없어 사고가 일어나기 쉽고 전체 도로 흐름에도 큰 방해가 된다.

또 끼어드는 차는 핸들이 꺾인 상태로 작은 백밀러에 의지해 후방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뒤에서 빠른 속도로 오는 차를 보는게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반면, 직진 주행차량은 전면을 통해 끼어드는 차를 멀리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직진 주행차량이 상위 차선으로 피해주거나 감속해 끼어드는 차에 공간을 내주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물론 합류하는 차 입장에서도 합류차선을 끝까지 활용해 충분한 속도로 가속한 후 합류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합류도로에서 고속도로 진행차량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우리 법규는 대형사고와 교통 정체를 유발하는 불합리한 규정이다. 언젠가 규정도 개선이 돼야겠지만, 그 전에 운전자들 스스로 이 점을 감안해 합류차에 양보하며 안전하게 운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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