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모터쇼는 끝났지만 샹제리제 거리에서의 모터쇼는 계속되고 있다. 샹제리제 거리는 명품 브랜드들 뿐 아니라, 자동차 브랜드들도 회사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장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샹제리제 거리가 시작하는 부근, 피아트 그룹이 운영하는 모터빌리지(Motor Village)가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 전시장에는 란시아, 피아트, 알파로메오, 아바르트, 짚, 마세라티 등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들의 역사적인 레이스카들이 전시돼 있다. 

▲ 피아트그룹이 운영하는 모터빌리지.

마침 지난달에는 2012 파리모터쇼를 기념해 '그랑프리 100년간 승리의 자동차들'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F1 경주차다. 이 차는 1990년 F1 페라리 머신으로 프랑스인 알랭 프로스트가 타던 차다. 이 차는 전설적인 레이서 아일톤 세나(맥라렌 팀)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차로, 지난해 우승자이자 세나의 호적수 알랭 프로스트가 몰아 5차례 우승을 빼앗은 역사적인 차다. 하지만 90년도는 세나의 역주로 챔피온 자리를 빼앗기면서 비운의 차가 됐다. 

▲ 란시아 델타 HF 4WD. 90년대 초 WRC(월드랠리챔피온십)의 그룹A를 휩쓴 최고의 차로 손꼽힌다.

란시아 델타 HF 4WD도 눈길을 끌었다. 이 차는 90년대초 WRC(월드랠리챔피온십)의 그룹B가 지나친 개조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해 폐지되면서 그룹A 우승을 휩쓴 당대 최고의 차로 손꼽히는 차다. 

당시 워낙 인기가 많아서 이 차는 세가랠리라는 이름의 일본 게임의 주인공격으로도 등장한다. 랠리카 뿐니라, 란시아 델타 HF의 도로용 양산 모델도 2.0리터 엔진으로 200마력을 내는 수준이어서, 당시 최고의 차로 불릴만 했다. 

▲ 1972 란시아 풀비아(Fulvia) HF. 70년대초 세계를 놀라게 했던 랠리카.

이에 앞서 1970년대 초 시대를 풍미했던 풀비아 HF도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차는 당시 기술로는 놀라운 알루미늄 합금 바디를 적용해 무게가 825kg에 불과하며 1.3리터 엔진으로 101마력을 냈다.

커다란 트렁크가 달린 차량으로, 마치 세단처럼 보이지만 문은 2개가 달려있다. 이같이 각진 스타일 랠리카는 당시 그렇게 드물지 않았다. 이 차로 시작된 란시아의 랠리 주도권은 이후 스트라토스와 랠리 037 같은 명차로 이어지기도 했다. 

▲ 1975 알파로메오 33TT12. 당시 12기통 3.0리터 엔진으로 이미 500마력을 낸 괴물 같은 차다.

알파로메오 33 TT 12도 등장했다. 이 차는 데이토나 등 오벌서킷과 뉘르부르크링 등 고저차가 심한 유럽 서킷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전설적 모델이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도 도달하기 힘든 500마력을 70년대에 이미 달성했다는 점에서 알파로메오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이곳 전시장에는 이같이 전설적인 올드카만 전시된 것은 아니다. 

아바르트의 최신 랠리카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최근 맹 활약 하고 있는 피아트 아바르트 500 랠리카(R3T)도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고, 피아트 아바르트 푼토 또한 랠리카 답지 않게 귀여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 피아트 500 WRC 랠리카

최근의 본격적인 레이스카는 마세라티 MC12 레이스카였다. 이 차는 일반 양산형 모델이 우리돈 17억원이나 할 정도로  값비싼 차다. 

▲ 마세라티 MC12 레이스카.

▲ 새로 나온 피아트 500L도 전시 돼 있다.

이곳에는 새로 나온 피아트 500L도 전시돼 있었다. 이 차는 미니 브랜드에서 비슷한 디자인에 차체 크기를 키우고 4륜구동을 장착해 컨트리맨이라는 실용적인 SUV를 내놨듯이, 500(친퀘첸토)의 귀여운 디자인을 유지한 상태에서 실용성을 더한 차다. 이 차는 출시하자마자 없어서 팔 수 없을 정도로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점이 아니었다. 브랜드에 대한 역사와 철학에 빠져든 상태에서 새로운 차종을 선보임으로써 과거와 현재 판매되는 모델간의 연결고리를 맺어주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차와 역사를 함게 경험하게 되면 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저절로 높아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차도 내년부터 WRC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 이곳 같이 소비자들이 모터스포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만 WRC에서의 성과가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