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저연비 차세대 변속기를 내놓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독일 ZF 등의 변속기 전문업체들은 9단 이상의 다단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일본 닛산 계열인 자트코 등은 CVT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대차는 주력 변속기를 CVT보다는  DCT(듀얼클러치 변속기)로 채택하겠다고 밝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 전시회인 세마쇼(SEMA)에서 현대차미국법인 마이크오브라이언 부회장은 “CVT변속기는 설계 구조상 듀얼클러치에 비해 손해 보는 부분이 많다”며 “자동변속기 다단화와 함께 듀얼클러치 변속기 연구개발에 더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현대차는 CVT의 사용을 확대하는 대신, 듀얼클러치 변속기 개발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도 현대차그룹은 CVT변속기 사용에 인색한 편이다. 우선 현대차 브랜드로는 아반떼 하이브리드 외에 어떤 차량에도 CVT변속기를 장착하고 있지 않다. 기아차 브랜드로는 경차인 모닝과 레이에 새로 개발한 CVT 변속기를 장착하고 있지만, 아직 허용 토크의 한계가 있어 소형차에는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최근 국내 판매되는 자동차들의 상당수는 CVT를 채택하고 있다. 독일 아우디의 전륜구동 모델들을  비롯해 알티마 등의 일본차들, 도요타 하이브리드 등 상당수 저연비 모델이 CVT를 채택하고 있다. 국산 중형차에서 가장 우수한 연비를 자랑하는 르노삼성 SM5도 CVT를 통해 이같은 우수한 연비를 기록할 수 있었다.

▲ 현대차가 듀얼클러치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듀얼클러치(DCT)가 뭐기에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최근 국내서 유행하는 CVT 변속기에 비해 연비면에서는 약간 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현대차가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무게 중심을 두는 이유는 바로 스포티한 변속감 때문이다.

수동변속기는 기어를 바꿀 때 직결감과 연비가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기어를 바꿔 끼울때 발생하는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선 운전자가 왼발을 이용해 클러치를 살며시 붙여줘야 한다는 불편이 있다. 기존 자동변속기는 이 과정을 재현하기 위해 구동축이 어느 정도 미끄러지다가 붙도록 하는 장치인 '토크컨버터'라는 부품을 갖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변속 충격은 줄지만, 변속 충격을 낮출 수록 동력 손실이 발생하고 변속기의 직결감도 떨어지게 된다.

반면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변속 충격을 없애기 위해 변속기 내부의 축을 홀수단용 짝수단용의 2개로 마련해두고 사용하지 않는 축의 기어를 미리 갈아끼워두는 방식이다. 변속할 때마다 구동 동력을 떼고 갈아끼우는 방식이 아니고,두 축이 함께 돌고 있는 가운데 클러치를 이용해 각기 출력 축에 붙게 하기 때문에 변속시간이 아예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느껴진다. 이같은 방법으로 직결감과 연비가 우수해지고 일반 자동변속기보다 훨씬 스포티한 주행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토크컨버터가 아예 없거나 혹은 아주 작은 역할만 하기 때문에 일반 자동변속기에 비해선 변속 충격이 느껴지는 점이 단점이다. 현대차 파워트레인 개발 관계자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일반 자동변속기에 비해 시내 저속 주행에서 변속충격이 있어 모든 차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스포티한 차량인 벨로스터를 시작으로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 또 유럽 전략형 소형차인 기아차 씨드, 유럽형 i30 등에 적용했다.

◆ 벤치마킹 대상은 독일 폭스바겐?

▲ 현대차 최초로 듀얼클러치 변속기 DCT가 장착된 벨로스터

현대차 파워트레인 프로젝트팀장 이희석 이사는 지난달 개최된 ‘현대기아차 파워트레인 컨퍼런스’에서 “완성차 업체가 파워트레인을 자체 개발·생산하는 것은 큰 경쟁력”이라며 “우리의 기술 수준이 폭스바겐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굳이 폭스바겐을 언급한 것은 폭스바겐이 듀얼클러치 변속기 기술력이 가장 뛰어나고 이를 대중화시켰기 때문이다. 또 현대차가 일본이나 미국 브랜드를 넘어서 유럽 최대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을 견제하고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 폭스바겐은 전차종에 DSG변속기를 지원한다

폭스바겐은 현재 6단·7단 DSG를 주력으로 하고 있고 독일에선 전차종에 옵션으로 선택이 가능하다. 폭스바겐 DSG는 성능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폭스바겐에 비해 듀얼클러치 장착 실적이 한참 뒤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또한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완성해 내년 연식 변경되는 벨로스터부터 순차적으로 다양한 모델에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DCT도 독자기술로 개발하고 확대 장착해 현대차 파워트레인 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김한용·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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