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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벤츠 SLK 55 AMG…기대에 부응하는 차
2012년 11월 07일 (수) 07:00:13 김상영 기자 young@top-rider.com

3세대로 진화한 SLK 55 AMG는 두려울 정도로 성장했다. 

무려 2억짜리 메르세데스-벤츠 SL을 쏙 빼닮은 외관에 V8 엔진은 더욱 과격하고 똑똑해졌다. 말하자면 스포츠카 본연의 성질은 더 극대화 하면서 훨씬 친환경적이 됐다. 역시 AMG다운 접근법이다. 환경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서 달려보라 부추기는 것 같다.

   
▲ 메르세데스-벤츠 SLK 55 AMG

◆ 시선을 사로잡는 소형 로드스터…AMG의 개성도 더해져

메르세데스-벤츠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적용됐지만 기본 디자인 콘셉트는 변하지 않았다. 롱노즈숏데크(보닛이 길고 트렁크가 짧음)의 클래식 로드스터 비율이다. 사실 레트로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작은 차체에 커다란 엔진을 실어야 하는 만큼 보닛이 유별나게 길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고보면 전통적으로 SLK는 1.8리터 엔진을 얹고도 성능이 강조되고 차가 스포티해 보이는 특징이 있다. 

   
▲ 전형적인 롱노즈-숏테크 디자인이다

무광으로 처리된 검정색 휠과 트윈 듀얼 머플러가 이 차의 과격함을 대변한다. 멈춰선 모습만 봐도 이 차는 잘 달릴수 밖에 없을 것 같이 보인다. 첫눈에 보면 일반 SLK 200에 비해 월등히 강력하고 값도 비싸 보이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정작 디자인은 별반 차이가 없고 주로 에어로파트 등 액센트가 추가 됐을 뿐이다. 작은 변화로도 큰 차이를 나타내는 능력이 놀랍다. 

   
▲ 차체 폭은 상당히 넓고, 뒷모습은 풍만하기까지 하다

SLK클래스는 접이식 하드톱을 사용한다. 소프트톱에 비해 외부에서 이질감이 적다. 하드톱을 닫으면 이음새가 꽉 들어맞아 오픈카임을 눈치 채기 힘들 정도다. 하드톱은 완성도가 높아 요철을 지날 때에도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 SLK클래스 특유의 접이식 하드톱

하드톱은 트렁크가 열리고 뒷유리, 천장이 차곡차곡 쌓아지는 방식이다. 트렁크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점이나,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있을때 여닫을 수 없는 점은 하드톱 컨버터블의 아쉬운 점이다. 

◆ 사치스러울 정도로 고급스런 실내…스티어링휠 탁월

2인승 로드스터답게 실내는 운전석과 동승석을 제외하면 별다른 공간이 없다. 조그만 배낭 하나 내려 놓기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런 것을 재미로 느낄 수 있어야 로드스터 오너가 될 자격이 있겠다.  

6670만원짜리 SLK200의 실내도 부족한 구석은 없었는데, SLK 55 AMG, 그것도 시승차 에디션1(Edition 1) 모델은 사치스러울 정도로 고급스럽다. 실내는 온통 흰색과 검정색의 고급 가죽으로 뒤덮였고 AMG 특유의 카본장식으로 수놓아졌다.

   
▲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실내 디자인에 AMG가 더 해졌다

스티어링휠도 잡는 순간 감탄할만큼 독특하고 스포티하다. 두께도 상당히 두껍고, 3시와 9시 부분은 엄지가 착 감기도록 디자인 됐을 뿐 아니라 알칸타라 소재로 덮여 땀이 나도 미끄러지지 않게 만들어졌다. 또 스티어링휠을 자세히 보면 완벽한 원형이 아니다. 위와 아래를 평평하게 만든 것은 물론이고 부분부분 각을 살려 어느 부위든 손에 쥐기 편안하다.

   
▲ 특히 스티어링휠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세밀하게 조절이 가능한 AMG 전용 시트는 단단하면서도 편안하게 몸을 감싼다. 허리, 허벅지 등을 효과적으로 지지해 급격한 코너에서도 운전자 몸이 흔들리지 않는다. 시트의 헤드레스트 아래에는 따뜻한 바람으로 천장을 열고 달려도 승객의 목 주변 온도를 유지 시켜주는 에어스카프 송풍구가 위치했다.

   
▲ 소형 로드스터지만 거주성이 높은 이유는 시트가 주는 편안함에 있다

◆ 연비 우수, 기대 이상의 성능…사운드는 더 자극적

새로운 SLK 55 AMG에는 ECO4라는 친환경 기능이 추가됐다. 이 똑똑한 8기통 엔진은 힘이 필요하면 8기통 실린더가 모두 움직이지만, 평소는 4개의 실린더만 움직인다. 공회전 제한장치도 더해 연비 또한 극대화 됐다. 버스도 스포츠카처럼 달리게 할 만한 5.5리터 421마력 엔진이 무려 9.1km/l 라는 출중한 연비를 낸다. 

이게 무슨 소리, 드림카 AMG에 친환경이라니... 처음엔 발끈 했지만 달려보니 주행성능은 더 만족스럽다. 

알다시피 AMG 엔진은 무척 유별나다. 단순히 공장에서 찍어낸 것이 아니라 담당자가 손수 엔진을 조립하고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하나뿐인 엔진이라는게 AMG 엔진의 특징이다. 

이 개성 넘치는 엔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차가 바로 SLK 55 AMG라는 생각이 든다. 

배기량은 5.5리터나 되고 최고출력은 421마력에 달한다. 이제 터보차저를 장착하게 된 63 AMG와 달리 여전히 자연흡기를 고수하고 있다. 가속페달의 미묘한 조작에 헐떡이는 신음을 토해내는 자연흡기 엔진의 민감하고 자연스런 반응이 반갑다. 고조되는 신음소리에 가속페달을 더 밟고마는 마초적 본능마저 느끼게 된다. 

   
▲ SLK 55 AMG에는 5.5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이 장착됐다

평소는 봉인돼 있어 가속페달을 깊숙히 밟아도 그저 강력한 가속이 될 뿐이지만, ESP를 눌러 스포트모드를 해지하면 미친듯 과격한 본색을 드러낸다. 너무 강력한 토크가 후륜을 밀어붙여 쉽게 직진이 안되고 지그재그로 전진하게 된다. 가속을 하고나면 도로에는 뱀이 꿈틀대는 것 같은 검은 타이어 자욱이 남는다. 

실제 가속능력도 예상을 훨씬 웃돈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운전자를 잡아먹을 기세다. 숨 쉴틈 없이 변속되고 계기바늘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오르내린다. 반응은 매우 정직해서 미세한 페달 조작에도 끊임없이 반응한다. SLK 55 AMG는 이처럼 대배기량 자연흡기엔진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차다.

주행모드를 스포트 모드로 변경하고 ESP 버튼을 한번 누르면 스포트 핸들링 모드가 발동한다. 전자장비의 개입을 최대한 늦춘 것인데, 고속으로 코너에 진입하면 차량 뒷부분이 살짝 미끄러지게 만들어져 있다. 동승자는 사선으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것에 기겁하겠지만 의외로 운전자는 담담하게 몰 수 있을 정도로 컨트롤이 쉬운 편이다. 그만큼 차체 강성이나 밸런스가 탁월하다. SLK 55 AMG의 안정적인(?) 오버스티어는 꽤나 중독성이 강하다. 물론 이 차의 미끄러짐은 재미를 위한 것이지, 레이스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둘만한 차는 아니다. 

   
▲ AMG가 손을 대면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량은 180도 달라진다

온동네를 들썩이게 하는 배기음은 가속페달을 더 세게 밟게 만든다. 머플러를 교체해서 만드는 사운드와  근본이 다르다. 흉포한 배기음은 굶주린 육식동물의 성난 울음소리 같다. 조금이라도 이 소리를 가깝게 듣기 위해 하드톱을 열어젖힐 수 밖에 없었다.

   
▲ AMG는 운전자가 바라는 모든 것에 부응한다

◆ SLK 55 AMG…꿈★은 이루어진다

스포츠카를 구입하는 이유는 뭘까. 그저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어서는 아니다. 스포츠카를 구입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남들과 똑같은 차가 아닌,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개성을 여럿 갖고 있어야 좋은 스포츠카라 할 수 있다. 

그런점에서 SLK 55 AMG는 꽤 괜찮은 선택이다. AMG를 타는 것은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려니와 우수한 디자인과 거친 배기음으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 수 있게도 해준다. 또 도로에서 누구도 나보다 빨리 달릴 수 없을 것이라는 호기 넘치는 자신감을 품게 된다. 코너에서의 고의적인(?) 미끄러짐 세팅도 동승자들에게 내 운전솜씨를 자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다. SLK 55 AMG에는 접이식 하드톱이 적용돼 원하면 언제고 파란 하늘이나 검은밤 하늘을 바라보며 오픈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로 꿈꿔온 대부분을 실현 할 수 있다.

2인승에 불과한 좁은 공간에 짐을 실을 트렁크도 비좁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고 우렁찬 배기음을 들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SLK 55 AMG는 바로 그런 차다.

김상영 기자 young@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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