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모터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반인 대상 연비대회 '푸조 에쓰오일 연비 마라톤'을 개최했다. 이번에도 시트로엥 차량이 1등을 차지하고 기네스북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53km/l)을 냈다고 떠들썩하게 홍보했다.

하지만 이건 속임수다. 더구나 작년 연비대회에서 지적됐던 얼토당토 않은 측정방법을 그대로 반복한 점을 보면 이번은 고의적이라고 봐도 좋겠다.

한불모터스는 대회 직후 시트로엥 DS3로 무려 53km/l의 연비가 나왔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일부 매체는 검증없이 이를 그대로 받아적어 마치 시트로엥 DS3의 연비가 엄청나게 우수한 것처럼 호도했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초래했다. 

하지만 사실 이날 1등 연비는 하이브리드차인 렉서스 CT200h로, 불과 0.726리터로 무려 164.6km를 주행했다. 이 차의 연비를 환산해보면 무려 226.7km/l에 달했다.

▲ 렉서스 CT200h 운전자의 주행 기록

대회 당일 상황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예상과 달리 렉서스가 1위를 차지하자 한불모터스 측은 현장에서 "극심한 정체로 인해 하이브리드차에 유리했다"면서 당초 있던 종합 1등상을 취소하고 각 세그먼트별 상만 시상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꿔버렸다. 

없던 하이브리드 부문 상도 부랴부랴 추가됐다. 당초 종합 1위, 해치백, 세단, SUV부문으로 나뉘어져 있었으나 해치백 차량인 CT200h가 1등을 차지하게 되면 시트로엥이 어떤 부문에서도 1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연비 50km/l 넘는 차만 10대?

규정을 갑자기 바꾼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째서 매년 한불모터스 연비대회에는 이렇게 어마어마한 연비가 나오는 걸까.  연비 측정 방식이 말 그대로 한심하기 때문이다.

이 대회의 연비 측정은 주행 전 각자 기름을 채우고 와서 주행이 끝난 후 기름을 다시 채워 기름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주행 후 기름을 채우는 것만 통제하고, 주행 전 기름을 채우는 것은 아무 제재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상위권 운전자는 차에 정해진 용량보다 훨씬 더 많은 기름을 채우고 주행을 시작했다. 주유기에서 '딸깍'하는 소리가 날때까지 주유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이 대회에 상위권에 오른 차들은 모두 주유구 주둥이 근처까지 기름을 채웠다. 

▲ 작년에 이어 올해도 파행으로 운영된 푸조 시트로엥 에코 연비 마라톤

대회 당일 주유소 근무자에 따르면 "'딸깍' 소리가 난 후에도 기름을 계속 넣어 주둥이까지 채우면 보통 5~10리터가 더 들어가는 차도 있다"고 했다. 결국 CT200h는 0.7리터로 달린게 아니라 최소한 5.7리터로 달린 셈이다. 이렇게 보면 이 차 연비는 28.7km/l~22.7km/l가 된다. '극심한 정체'였음을 감안하면 매우 우수한 연비다. 

53km/l를 냈다고 홍보하는 DS3의 연비를 같은 방법으로 환산해보면, 연비는 약 20km/l~12km/l 정도에 불과하다. 디젤 차량은 고속에서 연비가 우수하지만, 정체구간에선 연비가 그리 좋지 못하단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연비를 부풀려 홍보하고 있다. 심지어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홍보를 위해 이를 악용하고 있다. 국토부는 공인연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이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단속을 해야만 한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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