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100년전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선택해 고를 줄도 알았다. 이를테면 어떤 사과, 혹은 수박이 더 맛있는지 색을 보고 두드려보면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점차 급속도로 변화했고, 이제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졌다. 대다수는 친환경과 유기농이 뭐가 다른지, 왜 더 비싼지 알 수 없지만 유기질 비료니 토양이니 하는 복잡한 광고를 보고 막연히 구입하게 된다.

자동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생겼다. 과거 자동차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쓰레기 같은 차와 멀쩡한 차로 나눌 수 있었다. 우리나라 30년전만 해도 대부분 자동차는 너무 자주 고장이 나거나 제대로 달리지 못하는게 태반이었다. 얼마나 차들이 형편 없었는지, 언덕에서 에어컨을 켜면 오버히트(과열)가 난다거나, 팬벨트가 끊어지면 스타킹을 벗어서 팬벨트 대용으로 사용하라는 식의 운전 지침이 있을 정도였다. 당시 차량 설계는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었는데, 심지어 황당하게 바퀴를 3개만 달아 주행 중 툭하면 넘어져버리는 차도 있었다.

반면 현대사회에서 자동차는 좋은차와 독특한 차로 나눌 수 있다. 어떤차도 쓰레기 취급을 받을 정도는 아니고, 어떤차도 월등히 우수하지는 않다. 다만 개성이 있을 뿐이다.

예를들어 2.0리터(NA) 가솔린 세단 자동차의 공인 연비는 낮아봐야 10km/l 정도고 높아봐야 13km/l 정도로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운전 습관에 따른 연비 차이가 차량의 공인연비 차이보다 훨씬 크다.

최대출력도 마찬가지. 현대 쏘나타는 172마력이 나온다고 하지만 이 출력은 상징적인 것으로 일반인은 사용할 수가 없다. 자동변속기에서는 올라가지 않는 영역인 6800RPM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경쟁모델들은 140마력~160마력대를 내지만 주로 6000RPM이나 그 이하에서 최대 출력이 나오니 경우에 따라서 가속력이 더 우수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쏘나타와 경쟁모델의 최대토크 차이는 소숫점 아래의 차이일 정도로 적은 경우가 태반이다.  더구나 쏘나타의 엔진은 떨림과 소음을 방지하는 부품을 없애 출력을 더 올린 것이 특징이다.

아무래도 출력만 따지는건 이상하다. 생각해보자. 올 한해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서 차의 최대 출력을 이용한 적이 몇번이나 있던가. 

혹시 가족을 태우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조용하고 안락하게 운전하는게 훨씬 중요한 일이 아니었나. 남들과 다른 개성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 않은가. 핸들이 쏠리지 않고 원하는대로 예리하게 움직여주고, 서스펜션이 부드럽지만 코너에서는 기울어지지 않고 매끈하게 돌아나가는건 자동차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소비자들이 막연히 최대마력과 연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제조사들 마케팅 힘이 크다. 하지만 자동차라는건 최대 출력에 따라, 혹은 판매량에 따라 등수를 매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식으로 차를 운전하는가에 따라 최대 출력이 높고 스포티한 차를 선택할지 혹은 부드럽고 편안한 차를 선택할지 고려해야 할 일이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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