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에 1.6리터급 엔진이 장착됐다니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겠다. 커다란 덩치와 육중한 무게를 움직이기에는 배기량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업계에 ‘다운사이징’은 가장 중요한 화두인 만큼 앞으로 2.0리터 이하의 저배기량 SUV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포드 올-뉴 이스케이프

포드는 이 ‘다운사이징’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업체다. 포드는 에코부스트 엔진을 다양한 모델에 적용해 배기량은 낮으면서도 동력 성능과 친환경성이 뛰어난 모델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에코부스트는 이코노믹(economic 경제)과 부스트(boost 힘)를 합친 것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엔진 파워를 향상시킨 포드의 독자적인 엔진 기술이다.

포드코리아가 지난달 19일 출시한 2013년형 올-뉴 이스케이프 1.6 에코부스트 모델을 시승해봤다.

◆ 1.6 엔진 단 SUV, 얼마나 잘 달리나

신형 이스케이프를 시승하며 가장 궁금했던 점은 ‘얼마나 잘 달릴까?’였다. 이미 제원표를 통해 동력 성능에 대한 수치는 알고 있었지만 과연 실제 주행에서 어떻게 반영될 지는 의문이었다.

▲ 포드 올-뉴 이스케이프

초반 가속감은 예상보다 가벼웠다. 가솔린 엔진이다 보니 초기 반응이 굼뜨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25.4kgm의 최대토크가 2500rpm에서 발휘 돼 경쾌하게 치고 나갔다. 공회전 상태를 비롯해 저속에서의 정숙성도 뛰어나 일상적인 주행에서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겠다.

▲ 포드 올-뉴 이스케이프의 기어노브

설악 IC에서 47번 국도를 지나며 짧은 커브와 오르막 구간을 반복 주행할 때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지능형 4WD 시스템이 32km/h 이하의 속도와 급가속 시 뒷바퀴에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하도록 설정돼 차체 쏠림이나 미끄러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 아쉬운 고속 주행, 연비 하락의 지름길

고속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최고출력은 180마력으로 5700rpm에서 발휘돼 경쟁 모델에 비해 부족함 없는 동력 성능이지만 120km/h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는 1740kg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차선 변경이나 급가속 시 소음도 큰 편이다. 토글 시프트가 지원되는 6단 자동변속기의 반응 속도와 변속감은 아쉬운 부분이다.

▲ 포드 올-뉴 이스케이프의 1.6 에코부스트 엔진

고속에서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연비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신형 이스케이프 1.6 에코부스트의 공인 연비는 도심 8.9km/l와 고속 12.3km/l를 포함해 복합 10.1km/l지만 이날 시승에서 나온 연비는 7.9~8.1km/l 수준이었다.  

▲ 포드 올-뉴 이스케이프의 지능형 4WD 시스템

그러나 핸들링과 고속 커브에서의 차체 안정성은 발군이다. 핸들의 조향각에 따른 차체의 움직임에 직결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지능형 4WD 시스템과 토크 벡터링, 커브 컨트롤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돼 고속으로 코너에 진입 했을 때 안정적인 접지력을 발휘한다. 제동력도 뛰어나 급정거나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 가능하다. 볼보와 함께 개발했다는 'C1 플랫폼'을 적용해 차체 강성도 만족스럽다.

◆ 젊어진 외관, '원 포드(One Ford)' 전략의 결과

'원 포드' 전략에 맞춰선지 이스케이프의 외관과 실내도 대대적으로 변했다. 원포드 전략이란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전략형 모델을 세부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통일하고 단일 제품으로 생산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외관은 기존의 투박한 느낌에서 벗어나 스포티함이 느껴진다.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라인을 과감히 사용한 탓에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인상을 준다. 헤드램프는 작지만 더욱 날렵해졌고, 벨트라인은 올라갔다. 랠리카 느낌을 주는 전면부의 대형 에어 인테이크는 엔진의 열을 식혀야 하는 상황인지 공기 저항을 줄여야 하는 상황인지를 인식해 전동으로 닫히거나 열린다.

▲ 포드 올-뉴 이스케이프의 에어 인테이크

후면부도 다양한 선과 도형을 이용해 디테일을 살렸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사이드미러와 테일램프 상단에 풍절음을 줄이기 위한 윈드윙을 장착하는 등 외관 디자인에 공기 역학적 요소를 세심하게 적용한 점은 인상적이다.

◆ 화려해진 실내, 마감은 아쉬워

실내 디자인은 한 눈에 보기에도 화려하기 그지 없다.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은 콕핏 형상이며 중앙에는 내비게이션과 마이포드 터치 조작 버튼이 위치해 있다. 계기판은 최신 디지털 방식으로, 4개의 영역에 속도계, 회전계, 수온·연료계, 주행정보창이 위치해 있다.

▲ 포드 올-뉴 이스케이프의 실내

전체적인 품질에서는 이전 모델에 비해 많이 향상됐다. 원가 절감을 위해 플라스틱 사용 범위가 많기는 하지만 에어벤트나 각종 조작버튼 등에 스포티한 디자인 요소를 많이 사용해 젊어진 느낌이 든다. 다만 저렴해 보이는 기어 플레이트, 각종 플라스틱의 마감 품질은 아쉽다.

▲ 포드 올-뉴 이스케이프의 실내

이스케이프의 휠베이스는 2690mm로, 현대차 싼타페(2700mm)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3열을 완전히 배재한 탓에 공간 활용이 더 자유롭다. 2열 무릎공간과 머리공간도 여유롭고 시트의 질도 우수한 편이다. 또, 2열 좌석이 완전 폴딩되기 때문에 트렁크 활용도도 높다.

포드 신형 이스케이프의 1.6 에코부스트 모델의 가격은 3230~3470만원으로, 손을 쓰지 않고도 트렁크를 열 수 있는 핸즈프리 리프트게이트와 평행주차를 돕는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등 일상 주행에서 편리하게 사용 가능한 기능들이 대거 장착됐다.

▲ 포드 올-뉴 이스케이프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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