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당연히 플랫폼을 공유하는 아반떼와 큰 차이가 없을거라 예상했다. 불과 2년 터울이라 큰 차이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승하고 나니 K3는 완전히 다른 모델이었다. 여러면에서 아반떼를 비롯한 수입차와 상위 모델들까지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현대기아차의 기술력이 갑자기 이상하리만치 우수해졌다. 이래서는 시승한 느낌을 그대로 적어도 글을 읽는 독자들이 믿지 않을 것 같아 좀 두렵기도 하다.

◆ 핸들을 잡는 순간 놀랄 수 밖에

현대차나 기아차를 타고 이런 표현을 하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지 못했는데, 솔직히 말할 수 밖에 없겠다. 기아 K3는 핸들 조작감이 정말 예민하고 매우 민첩하다. 핸들을 조작하는 대로 유격없이 그대로 움직여준다. 플렉스 스티어를 장착해 핸들의 조작감을 3단계로 바꿀 수 있는데, 기존 플렉스 스티어와는 비교가 안된다. 가장 강한 스포트 모드에서는 지나치게 단단해 돌리는게 좀 힘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고, 컴포트 모드에서도 여전히 매우 예민하다. 

▲ 기아 K3가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시속 130km까지는 그런대로 안정감이 느껴지는데, 그 이상 속도를 올려 코너를 달리자면 언더스티어가 미세하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핸들 조작감이 여전히 예민해  오히려 불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언더스티어를 감안하고 조작하다보니 약간의 조작에도 코너를 벗어날 것 같은 느낌이다. 코너에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면 코너 안쪽으로 파고드는 현상(턱인)도 꽤 있어 이 또한 주의해야 한다.

서스펜션은 매우 우수하다. 잔충격은 흡수하는 편이면서도 코너에서의 기울어짐은 극도로 억제됐다. 차가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기 때문에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다.

어떻게 이런 발전을 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그런데 알고보면 디자인만 독일인 수장의 손에 맡긴게 아니라 주행성도 독일인의 손으로 빚어진다. 사실 알고보면 기아의 신차들은 대부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설계∙개발∙튜닝의 주요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K3에서 독일차 느낌이 나는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 기아 K3의 뒷좌석. 넉넉한 공간이 나올 뿐 아니라 몸을 잘 잡아주는 구조로 설계됐다. 가죽 품질 또한 매우 우수하다.

◆ 1.6리터 엔진으로 가속력 이 정도면 매우 우수

가속페달의 느낌도 달라졌다. 이전의 현대기아차는 약간 밟으면 튀어나가는 느낌이고 이후 가속페달을 더 밟아도 별다른 느낌이 없는 타입이었는데, 기아 K3는 꾸준한 가속이 이뤄지는 편이다.  

최고속은 5단에서 나오고 6단으로는 시속 150km를 넘기도 힘든데도 자동변속기는 자꾸 6단이 들어간다. 변속기를 메뉴얼모드로 놓거나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가속을 해야 가속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겠다. 준중형에 패들시프트라니, 지나친 오버스펙이라는 생각도 든다. 

저속에서는 독일차와 견줘도 손색이 없겠는데 고속으로 갈수록 불안해져  시속 190km를 넘으면 가속페달을 밟기가 두려워진다. 마침 속도 제한 장치도 시속 190km에 동작한다고 한다.

▲ 기아 K3의 하단부. 언더코팅이 꼼꼼하게 처리돼 있다.

이렇게 달리면서도 계기반 트립컴퓨터상 평균 연비가 9.5km/l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점이 희한하다. 단순히 트립컴퓨터 수치만 믿기는 어렵겠지만, 현대기아 1.6 G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 성능과 연비 면에서 매우 우수하다는 느낌은 든다. 변속기는 1단을 제외한 2단부터 6단까지 모두 락업이 동작하면서 미끄러짐 없이 직결된다. 연비가 극대화 될 뿐 아니라 가속 성능도 우수한 이유다. 

◆ 디자인…스포티 중형차로 변장한 준중형차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K3의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가 될 듯하다. 램프 안에 LED가 들어있는 스타일이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그야말로 대유행하고 있는데, 아반떼를 비롯한 준중형 차종은 대부분 LED를 장착하지 않고 있어서다.  

▲ 기아 K3의 뒷모습

특히 테일램프는 차체 바깥으로 상당히 튀어나와 있어 실제 차체보다 더 넓어보이는 효과를 노렸다. 후면 범퍼도 하단을 검정 플라스틱을 더해 긁힘을 최소화하고 더 날렵한 이미지를 낸다. 

중형차 느낌은 외관 뿐 아니다. 실내에 들어서 정숙성을 봐도 놀라운 수준. 다른 준중형 차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준중형이나 중형차들은 노면 노이즈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 차는 노면에서의 타이어 구르는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었다. 하체를 들여다보면 언더코팅이 꽤 넓은 영역에 칠해져 있는데 이또한 꼼꼼한 처리를 보여주는 듯 하다. 

◆ 첨단기능…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

신형 텔레메틱스시스템인 UVO를 이용하면 도난시 차를 세울 수 있는 기능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기능은 전혀 필요없다. 어딜가나 차가 막히고 CCTV로 찍히는데 어디로 도망간다고 그런 장치를 붙일까. 도둑도 그렇지, 수많은 고급차들 놔두고 설마 K3를 훔쳐갈까. 

원격에서 차 문을 열어주는 기능이나 시동을 미리 켜두는 기능 같은것도 농담에 가까운 기능이다. 차문을 원격에서 열어야 하는 일이 평생 한번은 생길까. 또, 원격 시동 기능도 차를 공회전 시키는 기능인데, 이거야 말로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비웃는 기능이라 하겠다. 

▲ 기아 K3의 운전석. 금속제 패달이 눈에 띈다.

그런 기능들 보다는 UVO 버튼을 누르면 전화 상담원이 응답하고 원격지에서 내비게이션 목적지까지 경로를 설정해주는 기능이 매력적이다. "시청까지 막히는 길 피해서 가도록 설정해주세요" 라는 식으로 요청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맛있는 중국집으로 안내해주세요" 같은 식도 가능하다. 상담원이 일일히 노동집약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 첨단의 느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편의성에선 음성인식시스템보다 낫겠다. 내비게이션에 50만원을 더하면 UVO가 따라오는데, 제 값을 하는 장치인지는 미지수다.

◆ 살만한 차인가

기아 K3는 가장 비싼 트림에 풀옵션을 더하면 가격이 2340만원으로 준중형 중 가장 비싼차가 된다.  르노삼성 SM3나 쉐보레 크루즈 같은 경쟁모델의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가책없이 마구 올려받는 듯 하다. 

그러나 이것은 일부 독특한 취향의 소비자를 위한 것이고, K3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트림은 1677만원짜리(럭셔리) 트림이다. K3의 주력트림은 아반떼의 같은 트림에 비해 15만원 가량 비싸지만 VSM(전자자세제어장치, 옵션값 40만원)를 비롯한 여러 우세 옵션이 기본으로 내장돼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 기아 K3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카오디오 시스템이 그리 좋지 못한 점이나 레인센서가 없는점, 선루프가 구식인 점 등은 아쉽다.  하지만 옵션에 따라 통풍시트나 텔레메틱스 같은 각종 첨단 장치를 모두 갖춘 점은 놀랍다. 호화스런 소형차가 인기를 끄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국내 시장을 K3 전체 판매의 30%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주로 미국이나 중국 등을 대상으로 만든 차고, 그러다보니 이같은 품질수준과 첨단 옵션을 장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