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분야에 출입하면 매일 누군가로부터 "어떤 차를 사는게 가장 좋은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남녀노소랄것도 없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다. 각자 사정이 있고 취향도 모두 다를진데 이렇게 뭉뚱그려진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기가 막막해진다. 그러나 예산이 6000만원 이내 정도, 독일차를 선호한다면 답은 명확하다. 누구에게나 가장 좋은 선택은 뉴아우디 A6다. 
 
 
◆ 최첨단의 자동차…감탄이 이어진다
 
최근 아우디의 가장 큰 특징은 시대를 조금씩 앞서나간다는 점이다. 같은 그룹에 폭스바겐이라는 프리미엄의 바탕이 되는 브랜드가 있고, 그보다 더 고급스럽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내놔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디자인의 면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어찌나 화려한지, 신형 BMW 5시리즈와 나란히 세워보면 BMW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여겨질 정도다. 
 
2002년 아우디 A8(코드명 D3)가 나온 이후 아우디는 믿어지지 않는 속도의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외관부터가 전혀 달라졌다. 헤드램프안에 LED 주간주행등을 채용한 것도 아우디가 처음. 당시 R8의 콘셉트카를 보고 무당집 같은 디자인이라며 비난했던 소비자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앞뒤로 LED를 달지 않은 차는 구닥다리같이 느껴질 정도다. 
 
▲ 아우디 A6의 전면부
 
이젠 일반화 된 LED와 모노프레임(그릴과 범퍼를 잇는 크롬테두리)을 최첨단 이미지로 다시 고쳐나가는 것도 아우디가 주도하고 있다. 워낙 강인한 이미지로 인해 뉴 아우디 A6는 지나치게 미래형 자동차라는 느낌이 들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적어도 몇년은 타야하기 때문에 약간 미래적인 디자인을 선택하는게 바람직하겠다.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날렵해진 외관은 뒤로하고, 일단 실내에 들어서면 누구라도 후우 심호흡을 하게 된다. 강렬한 붉은색과 검은색, 은색이 진하고 절묘하게 어울어져 있어 절로 감탄이 나기 때문이다. 단순한 고급스러움을 조금 더 넘어 혁신적이고 진보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실내다. 
 
착좌감이 매우 좋은 시트에 고급 가죽이 덮였고,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MMI와 터치패드를 이용한 문자인식 내비게이션이 첨단 이미지를 더한다. 내비게이션은 계기반 한가운데도 나타나고 앞유리에도 나타나니 가고자하는 곳을 놓치는 일은 좀체 없겠다.
 
 
계기반 한가운데의 선명하고 화려한 그래픽을 보고있자면 어쩌면 마치 미래의 차를 운전하는 느낌이 들겠다. 핸들에 붙은 리모컨 버튼을 조작하며 그래픽을 이리저리 움직이는게 직관적이고 재미있다. 하지만 운전중에 화면을 보지 않고 리모컨 버튼을 조작할 수 없어 기술의 과잉이라는 느낌도 든다. 
 
◆ 주행감각? 원하시는 대로
 
차량의 주행감각은 다이내믹, 컴포트 등 5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다이내믹을 선택하면 언제나 원하는 만큼만 움직여주는 전형적인 고성능 독일세단으로 변하고, 컴포트 모드를 선택하면 부드러운 일본산 고급차처럼 변화된다. 
 
디젤엔진의 회전 감각이 무디게 느껴진다는 것은 이제 과거의 얘기다. BMW와 폭스바겐을 시작으로 디젤엔진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 시키는가 싶더니 지금의 디젤엔진은 어지간한 휘발유 엔진을 훌쩍 넘는 정도의 발랄한 회전감을 보여준다. 
 
▲ 아우디 A6 2.0 TDI 계기반
 
물론 BMW 2.0리터 디젤처럼 휘발유 엔진의 회전수를 넘보며 184마력을 내는 타입은 아니다.  A6 2.0 TDI는 177마력을 내는데 그친다. 하지만 좀 더 살펴봐야 할 점이 있다. 
 
이 두 엔진은 최대 토크가 38.8kg∙m로 동일한데,  아우디는 1750rpm이라는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이 토크가 나오고, BMW 엔진은 1900rpm으로 조금 더 높은 엔진회전수에서 나온다. BMW는 조금 더 높은 RPM까지 돌 수 있도록 만들어졌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220km가 넘는 영역에서의 최고속도는 BMW가 앞서겠지만, 실용영역에서의 가속감은 미세하게나마 A6 쪽이  앞선다. 최대 토크가 조금 먼저 나오고 전륜구동 특성상 초반에 즉각적인 반응이 오기 때문이다.
 
연비도 거의 구별하기 힘든 정도. 520d의 연비는 구연비 기준으로 19.9km/l였는데 아우디 A6 2.0 TDI는 구연비로 약 19km/l인 것으로 나타났다. 5%도 안되는 차이라면 시험 조건과 차량 컨디션에 따라 충분히 뒤집힐 수도 있는 차이다. 과연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라이벌 답다.
 
▲ 야간에 본 아우디 A6 2.0 TDI의 실내
 
진동과 소음이 상대적으로 적어 승차감이 정숙하다는 것도 이 차의 장점이다. 경쟁사의 8단 변속기를 능가하는 직결감을 주는 무단변속기(멀티트로닉) 또한 이 차에 여유를 더한다.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면서 8단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데, 사실 이차와 A4 2.0 TDI에 장착된 것처럼 완벽한 수준의 무단변속기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 정도 수준이면 다단 DSG가 굳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다. 정숙성과 여유로움을 희생하고 얻는 주행감이 아니라 주행의 편안함을 극대화한 가운데 스포티한 세팅을 한 점. 그게 바로 이 차의 진가다. 
 
실제 스포츠드라이빙을 시도해보면 A6의 민첩한 움직임은 BMW와 대적해도 손색이 없다. 전륜구동이긴 하지만 전륜구동으로는 드물게 엔진을 세로배치해 무게 중심을 최대한 실내쪽으로 끌어왔고, 좌우 구동축의 길이가 동일해 토크스티어가 발생하지 않는 점도 독특하다. 후륜구동과 마찬가지로 회전 반경이 좁아 유턴을 쉽게 할 수 있는건 당연하다.
 
▲ 아우디 A6 2.0 TDI / 사진 제공=아우디코리아
 
 어떤 차를 선택할까…크기, 성능, 편의성 따지면
 
후륜구동(520d)과 전륜구동(A6)의 사이에서 스포츠 드라이빙에 유리한 후륜구동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눈길 빗길에 유리한 전륜구동을 선택하고자 하는 소비자도 많을 것이다. 
 
A6는 520d에 비해 휠베이스는 조금 짧고, 높이는 낮으며 폭과 길이는 조금 길다. 메르세데스-벤츠 E220 CDI에 비하면 휠베이스를 포함해 모든 면이 다 크다. 높이만 조금 더 낮은데, 이는 외관상 훨씬 날렵해 보이는 면이 있어 오히려 장점으로 볼 수 있겠다. 
 
동급에서 가장 많은 편의장비를 갖추고도 가격은 5850만원.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626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400만원 낮은 가격이다. 200대 넘게 팔리던 벤츠 E220 CDI가 아우디 A6 TDI 출시 직후(161대 판매) 갑자기 월 25대로 급감한 것이 우연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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