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산 자동차의 리모컨키의 수신거리가 짧아 이용이 불편하다는 불만이 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차와 불과 1m 떨어진 곳에서도 작동이 되지 않는다며 동영상을 촬영해 공개하기도 했다. 

폭스바겐 골프 운전자 최모씨는 며칠전 백화점 주차장에 주차한 차를 찾으려고 리모컨키를 이리저리 눌러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마침내 차를 찾은 후 3m도 안되는 거리에 오니 그제서야 문이 열렸다.  차를 찾기 위해 리모컨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최씨는 말했다. 

BMW 3시리즈의 오너 김모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발렛파킹을 맡겼더니 관리인이 리모컨키가 고장났다며 들고 온 것이다. 김씨에게는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간혹 수입차가 뭐 그러냐는 핀잔을 들으면 낯 뜨거워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 독일 폭스바겐 광고의 한장면. 한국에선 다스베이더의 초능력을 써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 등 수입차 운전자들의 경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신거리가 1m도 채 안된다는 불만도 많다. 문제는 대부분 독일차에서만 발생한다. 독일 제조사들이 국내 전파법에 맞게 차를 고쳐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독일 및 유럽에서 사용하는 리모컨키 주파수는 313Mhz와 433Mhz 대역이다. 그러나 국내 전파법상 이 영역은 이미 다른 용도로 할당 돼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313Mhz는 특정소출력(데이터전송용)으로, 433Mhz는 아마추어 무선기지국용으로 배정된 주파수다. 

▲ 국산차와 독일차의 리모컨키 사용 주파수

국내서 자동차 문 개폐와 시동장치용 주파수로 할당된 주파수는 447Mhz, 173Mhz, 311Mhz 등 3영역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나 일본 제조사들은 이 규정에 맞춰 차를 만들고 있으며, 약 100미터 가량의 거리에서도 리모컨으로 차를 여닫을 수 있다. 

그러나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차를 국내 전파법에 맞도록 만드는 대신, 리모컨키의 전파 출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인증을 통과했다. 극히 낮은 출력의 전파는 어린이용 장난감 등을 위해 '미약전파법'으로 허용되고 있는데,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 빈틈을 이용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자동차 이모빌라이저(도난방지장치)의 전파 영역을 바꾸는 것에 비해 월등히 낮은 비용으로 전파인증을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편이 크게 증가했다. 너무 불편한 나머지 일부 소비자들은 전파법 위반임을 알면서도 리모컨키를 불법 개조해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리모컨키의 출력을 높여 수신거리를 연장했다는 글이 빈번하게 게재돼 있다. 일부는 출력이 높은 독일 키를 전파인증 없이 불법 구입해 개조했다고 적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리모컨키는 방송통신기기에 속하므로, 불법개조하거나 판매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독일차 업계 관계자는 “본사에서 한국용 차량만 다른 주파수로 바꿔 생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규제가 완화되기 전까지는 달리 뾰족한 개선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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