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길에 차를 세웠다.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을 올려보기 위해 천장을 열었다. 오늘 처음 만난 도도한 여인은 환호를 지른다. 달과 수많은 별들이 당장이라도 차안으로 쏟아질 것 같다. 우수에 찬 달빛은 여인의 경계심을 단번에 무너뜨리고 여자의 눈동자에서 반짝이는 별은 점점 커져만 간다.

오픈카는 많은 남성들의 로망과도 같은 것. 그러나 비싸다.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서야 선뜻 구입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다. 하지만 최근에 출시된 폭스바겐 골프 카브리올레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오픈카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 폭스바겐 골프 카브리올레

9초 만에 열고 닫을 수 있는 소프트톱이 장착된 4천만원대 오픈카, 폭스바겐 골프 카브리올레를 시승했다.

◆ "검은 모자를 눌러 쓴"…골프의 성공적인 변신

골프가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썼다. A필러가 급격하게 뒤로 누웠고 천장도 크게 낮아졌다. 덕분에 해치백보다는 쿠페 느낌이다. 그래선지 조금 어색한 느낌이 골프 카브리올레의 첫인상이다.

앞모습, 뒷모습의 세부적인 디자인은 골프 해치백 모델과 다르지 않다. 골프의 상급 모델에 적용되는 LED 주간주행등과 LED 테일램프도 적용됐다.

▲ 세부적인 디자인은 골프 상급 모델과 동일하다

옆모습은 조금 낯설다. 골프 해치백과 휠베이스는 동일하지만 길이는 45mm 길어졌고 높이는 55mm 낮아졌다. 스포티한 쿠페를 가장한 골프의 모습은 생소하기만 하다. 어색함이 감돌지만 막상 소프트톱을 열면 느낌은 확 바뀐다.

▲ 오픈카는 톱을 열었을 때가 더 보기 좋다

크게 기울어진 A필러에서 역동성을, 길어진 문에서는 쿠페의 세련됨을 느낄 수 있다. 앞좌석이 차의 중앙에 배치돼 안정감도 높아 보인다. 이 정도면 오픈카로 변신이 꽤 성공적이라고 느껴진다.

◆ 일반 골프에서 느끼지 못했던 실내의 고급스러움

실내 디자인은 골프 해치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고 마감이나 소재 등은 폭스바겐그룹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모델답게 보편적이면서 꼼꼼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쉽게 질리지 않고 누구나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이점이 골프 실내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이다.

▲ 잘 정돈된 실내는 완성도가 높고 누구나 조작하기 쉽다

실내에서 골프 카브리올레가 해치백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시트와 오디오 성능이다. 시트의 가죽은 질감이나 소재가 여태껏 골프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을 지녔다. 착좌감도 우수하고 손으로 만졌을 때의 느낌이나 바느질의 꼼꼼함도 우수한 편이다. 오디오 성능은 톱을 연 상태에서도 스피커에서 노래 소리가 또렷하게 들릴 만큼 우수하다. 특히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뒷좌석에서도 신명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 가죽시트는 소재나 질감이 우수하고 몸을 지탱해주는 효과도 뛰어나다

많은 소비자들이 골프의 실내에서 가장 생소하게 여기는 점은 등받이 조절 레버다. 골프는 국산차와 다르게 다이얼을 돌리듯 등받이를 조절한다.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잠깐의 시승동안 불편하다고 여기겠지만 사실 이 방식이 각도를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고 주행 중에도 안전하게 조절이 가능하다. 

◆ 여전히 튼튼한 기본기, 핸들링은 단연 발군

달리기 성능은 역시 골프다. 기본기에 충실하고 외모보다 민첩한 움직임을 지녔다. 140마력의 최고출력은 부족함이 없고 32.6kg·m의 최대토크는 경쾌하면서도 재빠른 몸놀림을 가능하게 한다.

▲ 골프 카브리올레 장착되는 2.0 TDI 엔진은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디젤 차량임에도 높은 엔진회전수에 기어가 변속되며 엔진 회전, 기어 변속은 매끈하게 이뤄진다. 속도계의 바늘이 매우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올라간다. 골프 GTD나 시로코 R라인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은 아니다.

그저 뚜껑이 열린다고 남자들의 로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 달려야 한다. 스포츠성이 없는 오픈카는 경운기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골프 카브리올레의 2.0 TDI 엔진은 연료효율성과 주행성능 모두를 어느 정도 만족시킨다. 하지만 이것은 어느 한 쪽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해 어정쩡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 달리기 실력은 역시 골프다

핸들링은 골프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 중 하나다. 골프 카브리올레는 차량 뒤쪽이 가벼운 해치백보다 차체가 더 안정적인 느낌이 든다. 탄탄한 하체 강성과 낮은 무게중심, 적당히 차체를 받쳐주는 서스펜션 세팅 등은 골프 카브리올레의 범상치 않은 핸들링을 가능하게 한다. 항상 골프를 시승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골프 엔지니어들의 개발 및 설계 노하우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 골프 카브리올레의 매력과 아쉬운 점

문짝은 2개지만 골프 카브리올레는 4인승이다. 타고 내릴 때는 불편하지만 막상 뒷좌석에 앉으면 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톱을 닫으면 머리가 천장에 닿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여유롭다. 하지만 좌우로 폭이 좁고 앞좌석 승객이 공간을 넉넉히 하고 앉는다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골프 카브리올레보다 덩치가 훨씬 큰 오픈카와 뒷좌석 공간이 비슷하다는 것은 장점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톱을 열고 닫는데 걸리는 시간이 9.5초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 시속 30km 이하에서는 주행 중에도 조작이 가능하다. 갑작스럽게 비가 오거나 터널을 지나갈 때 쓸 수 있지만, 조금 더 높은 속도에서 여닫을 수 있다면 좋겠다.

▲ 소프트톱은 버튼 하나로 9.5초만에 열리거나 닫힌다

아쉬운 점은 톱을 열고 달렸을 때 뒷좌석은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이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거세다는 점이다. 또 앞차나 마주 오는 차량에서 튕겨져 나오는 작은 돌이나 이물질에 속수무책이다. 앞좌석도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긴 마찬가지다. 아무리 시트포지션을 낮춰도 A필러가 너무 급격하게 누운 탓에 앞머리가 홀라당 벗겨진다.

◆ "누구나 오픈카를 즐길 수 있는 시대"

골프 카브리올레의 판매가격은 4390만원이다. 수입 오픈카 치고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또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오픈카가 아니라 실용적인 측면도 강조된 점은 눈여겨 봐야한다. 성인 4명이 무리 없이 탈 수 있으면서 트렁크 공간에 비교적 여유롭고 연비도 좋다. 실용적인 골프가 오픈카가 되니 다른 오픈카가 갖지 못하는 여러 장점이 생긴 셈이다.

▲ 이제는 누구나 오픈카를 즐기는 시대가 왔다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은 골프 GTI가 출시됐을 때 ‘4천만원대 슈퍼카’ 혹은 ‘서민들의 포르쉐’라며 열광했다. 골프 카브리올레 또한 이와 같은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고, 이미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이번에는 오픈카가 더 이상 '그림의 떡'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하다. 잘나가는 친구의 ‘돈자랑’도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마음먹으면 오픈에어링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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