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싼타페는 출시 하자마자 매달 7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SUV 중  국내 최고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쌍용 렉스턴W 또한 최근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매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두 차들 중 어떤 차가 우수한지 살펴보기로 했다. 

▲ 쌍용 렉스턴W(좌), 현대 신형 싼타페(우)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교를 하겠다고 마음먹은게 미안할 정도였다. 심지어 완전히 다른 시대의 차라는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5년 이상의 격차가 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렉스턴W은 11년전 처음 출시된 후로 실내외에 그리 큰 차이가 없었던 반면 현대 싼타페는 백지부터 완전히 새로운 차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렉스턴에도 장점이 없지는 않았다.

◆ 렉스턴W 실내 - 렉스턴의 가장 아쉬운 부분

렉스턴W에 들어서니 룸밀러 한가운데 스티커가 붙은게 눈에 거슬렸다. 떼내려고 했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고 진득한 흔적을 남기는 스티커다. 단순한 스티커가 아니라 렉스턴W에 대한 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런식으로 서툴게 처리한건 아쉽다.  

▲ 렉스턴W의 실내

플라스틱 부품들에서 주물 과정에서 생긴 날카로운 부분을 찾을 수 있었고, 일부 부품들의 재료가 잘못 선정 된 부분도 찾을 수 있었다. 이전 렉스턴2 일부 연식은 문 안쪽 접착제가 녹아내리는 결함도 있었는데 렉스턴W는 보다 완벽하기를 기대해본다. 

▲ 렉스턴W의 트렁크. 시트를 접었을때 풀플랫(완전히 평평함) 상태로 만들기 위해 단을 만들어 두었다. 짐을 실을 때 불편하다.

디자인에는 호 불호가 갈라질 수 있지만, 컵홀더를 비롯해 실내 편의장치가 부실한 편이다. 특히 시트의 착좌감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방석 부분이 조금 더 길면 좋았겠다. 

트렁크를 처음 보면 당황스럽다. 3열 시트를 앞으로 젖혔을 때 풀 플랫이 되기는 하는데, 시트가 안으로 납작하게 들어가는게 아니라 아예 시트 장착 높이를 높였다. 그러니 짐을 실을 때는 높아진 곳까지 들어 올려야하고, 트렁크 자체 공간도 좁아졌다.

◆ 현대차 싼타페 실내 - 수입차 넘어섰다

최근 일본차 실내를 보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 세대에 비해 인테리어의 품질 수준이 비약적으로 향상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싼타페를 보면 그보다 더 앞선 듯한 품질이다. 여러 부품이 결합돼 있는데, 단 하나도 까딱거리지 않고 한 덩어리처럼 확고하게 굳어진 마감이 놀라운 것이다.

현대차의 과격한 실내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감 품질은 세계 최고 그룹에 들어있다는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싼타페의 실내 품질의 단단한 느낌은 이전 세대는 물론 같은 시대에 나온 차들과 비교해도 가장 앞서는 수준이다. 

▲ 현대 신형 싼타페의 주행모습

기능적인 부분도 이제는 최고다. 시트의 배열도 자유롭고 2열이 전후 슬라이딩도 되는데다 버튼만 젖히면 2열이 앞으로 젖혀져 풀플랫으로 만들 수 있는 등 다양한 편의장치도 매력적이다. 3열도 풀플랫으로 사용할 수 있는건 당연하게 여겨진다. 

◆ 풀타임 4륜과 파트타임 4륜의 차이

일반적으로 4륜구동 승용차는 겨울 도로를 더 안전하게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4륜구동 승용차는 크게 두가지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 4륜으로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는 '풀타임 4륜구동' 승용차로, '파트타임 4륜구동'은 시속 60km 이상 주행할 때 4륜구동을 넣을 수 없다. 4륜 상태로 고속주행을 하면 내구성도 문제가 되지만 코너에서 전복 가능성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싼타페는 평상시 4륜을 이용하는 풀타임 4륜 구동. 렉스턴W는 오프로드에서 조작을 통해 4륜이 동작하는 파트타임 4륜구동이다.

▲ 렉스턴W로 물이 고인 도로를 지나고 있다.

물론 파트타임 4륜구동은 일단 4륜을 작동시키면 4바퀴가 모두 똑같이 동작하기 때문에 오프로드를 더 잘 달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싼타페는 풀타임 4륜구동이면서도 4륜 Lock버튼을 마련해 오프로드를 잘 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다른 차이는 로기어다. 싼타페에는 로기어가 없지만 렉스턴W에는 저속 기어가 있어 이를 세팅하면 더 큰 힘을 천천히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오프로드를 달리는데 특화돼 있는 셈이다. 

렉스턴W의 구동 장치는 2H, 4H, 4L 등 3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평상시는 후륜구동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4륜 특유의 주행 안정성을 추구하거나 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 승용 디자인 vs 오프로드 디자인

최근 도심형 SUV 디자인의 특징은 우선 차체 옆면에 프로텍터(사이드스커트)를 붙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승용차와 같이 깔끔한 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다. 싼타페는 일찌감치 이같은 추세를 따랐다. 하지만 렉스턴은 그동안 플라스틱을 덧대는 기존 스타일을 고수해 오프로드에서 돌이 튀거나 나뭇가지에 긁혀도 큰 손상을 입지 않을 듯 했다. 하지만 이번 렉스턴W는 프로텍트 부분이 튀어나와있긴 하지만, 싼타페와 마찬가지로 매끈한 차체색을 칠했다.   

▲ 쌍용 렉스턴W(좌), 현대 싼타페(우)의 문을 연 모습. 싼타페는 문짝이 차체 바닥까지 열린다.

최신 SUV의 또 다른 특징은 도어를 승용차처럼 만든다는 점이다. 차체의 바닥까지 열리기 때문에 차에 드나들기 쉽고 고속 주행시 기밀성이 높아진다. 반면 이렇게 열리는 문은 울퉁불퉁한 오프로드에서는 바위나 땅에 걸려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렉스턴W는 기존 스타일을 고수했다. 타고내리기 조금 불편하고 기밀성이 낮은 반면, 오프로드를 다니면서도 문을 열면 문이 바위에 닿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더구나 이 방식은 개울을 건널때 수밀성이 약간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착좌감이 전혀 달라

이 두차는 시트포지션도 정말 많이 달랐다. 높이는 싼타페 쪽이 굉장히 낮아서 승용차를 타는 느낌이고 렉스턴은 SUV라면 이 정도는 돼야한다는 느낌의 높은 높이다. 

그러다보니 고속으로 달리면 싼타페가 훨씬 안정감이 느껴지고, 막히는 길에서는 렉스턴이 먼곳까지 보여서 더 편안한 느낌이었다. 물론 싼타페는 서스펜션이나 타이어의 세팅 등이 고속주행에 맞춰져 있어 고속도로 주행 느낌은 렉스턴과 직접 비교할 수 없는 영역이다.

▲ 현대 싼타페(좌) 쌍용 렉스턴W(우)

앉는 자세도 달랐다. 싼타페는 엉덩이를 쑥 집어넣는 식으로 앉게 돼 있는데, 렉스턴은 시트 방석부분이 조금 짧고, 걸터 앉듯이 돼 있다. 장시간 여행에는 싼타페의 스타일이 편할 것 같지만 오프로드 주행에는 역시 렉스턴 쪽이 더 적극적으로 운전할 수 있겠다. 

◆ 주행감각- 렉스턴W는 '스르륵', 싼타페는 '부르릉'

주행감각도 렉스턴W와 싼타페가 전혀 달랐다. 렉스턴W는 가속페달에 발을 살짝 얹었다 떼면 스르륵 미끄러지듯 달렸다. 엔진브레이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세팅이다. 가속페달을 그리 많이 밟을 필요도 없었고, 그에 맞게 엔진 소음도 거의 억제돼 엔진 사운드라고 할만한게 없었다. 부드러운 주행감각이 이 차의 매력인 듯 했다.

싼타페는 엔진 사운드를 가다듬은 느낌이었다. 배기음이 "부르릉" 하고 나는 느낌이 차를 달리고 싶게 만들어주는 세팅이다. 하지만 고속에서는 오히려 렉스턴W에 비해 월등히 조용해졌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등이 극소화 돼 있기 때문이다. 가속감과 코너에서도 안정적이고 스포티한 느낌이 이 차의 장점이었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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