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지프 랭글러 사하라, “고속도로에서 갯벌까지”

[시승기] 지프 랭글러 사하라, “고속도로에서 갯벌까지”

발행일 2012-06-26 17:59:35 김상영 기자

오랜 역사를 가진 자동차는 많다.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모습과 성격을 유지해 온 차는 드물다. 자동차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고 진화해가며 적응하기 마련인데 70여년의 세월동안 고집불통인 차도 있다. 바로 지프 랭글러가 그렇다.

다소 무식하게 보이는 각진 디자인, 탈탈거리는 디젤 엔진, 타고 내리기 불편할 정도로 높은 지상고, 불편한 뒷좌석 등. 요즘 유행하는 전륜구동 SUV으로선 이해가 안되겠지만, 지프 랭글러는 이런 점이 오히려 매력이다.

▲ 지프 랭글러 사하라 언리미티드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그 순수성과 정통성을 고수하고 있는 지프. 그 중에서 그나마 도심이나 고속도로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지프 랭글러 사하라 언리미티드’를 시승했다.

◆ 지프 특유의 디자인, 강한 남성의 상징

어린 아이에게 스케치북과 연필을 하나 쥐어주고 ‘짚차’를 그리라하면, 어렵지 않게 각진 지프를 그려낼 것이다. 또 지프 랭글러를 실제로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도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지프의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고 사람들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반듯한 직사각형 바디, 원형 헤드램프, 7개의 슬롯 그릴 등 랭글러의 특유의 디자인적 특징은 도심에 적합하도록 제작된 랭글러 사하라도 예외는 아니다.

▲ 지프 랭글러의 특유의 디자인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도시적인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해서 바디와 동일한 색상의 하드탑과 펜더를 적용했고 승하차가 용이하도록 사이드스텝을 달리 했지만 랭글러 루비콘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실내 디자인은 매우 단출하다. 멋 낸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소 투박해 보일 수도 있지만 단순하고 직관적인 것이 랭글러의 멋이다. 단순하지만 엉성하지는 않고 사용하기 편리하다.

◆ 바닷물이 빠진 갯벌은 랭글러 전용 놀이터

서해안의 한 해수욕장. 바닷물이 빠지자 질척한 갯벌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검은 갯벌 위로 관광객을 태운 트랙터가 유유히 움직이고 있다. 순간, 갯벌에 바퀴 자국을 남기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든다. 아무리 도심에 적합한 랭글러 사하라지만 태생을 감출 수는 없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천천히 모래사장으로 들어선 후 ESP를 끄고 사륜구동 모드로 변경했다. 힘차게 가속페달을 밟아 갯벌로 뛰어들었다. 산도 아니고 강도 아니다. 2톤이 넘는 거구가 갯벌 위에서 춤을 춘다. 일반 도로를 달릴 때와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거침없다. 갯벌을 질주하다 급하게 방향을 바꾸면 차체가 미끄러지는 드리프트도 가능하다.

▲ 랭글러에게 갯벌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불규칙한 웅덩이가 많은 갯벌이지만 거칠 것이 없다. 때론 유연하게 거친 노면을 타고 달리는가 하면 미끄러운 갯벌을 강하게 움켜쥐고 원하는 방향으로 손쉽게 움직였다. 이런 적응력은 지프가 왜 모든 SUV의 아버지인가를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지구가 멸망해도 바퀴벌레와 랭글러는 살아남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쨌든 확 트인 갯벌 위를 달리는 것은 기자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갯벌 위에서의 질주는 너무나 짜릿해서 잠시 냉정함을 잃게 했다.

해수욕장 주변 식당에서 도움을 받아 머드마사지한 랭글러 사하라를 서둘러 세차했다. 차체 밑바닥과 휠 주변에 묻어 있는 염분 가득한 진흙을 제거해야 했다.

▲ 불규칙적인 웅덩이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다

식당 주인은 “간혹 술 취하신 손님들이 멋을 부리기 위해 SUV로 갯벌에 들어가긴 하지만 제 힘으로 나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광객을 태운 트랙터를 가리키며 “저 트랙터가 단지 관광객을 태우고 돌아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 랭글러 사하라, 도심과 고속도로에서는 어떨까?

랭글러 사하라는 매우 크다. 차체의 높이나 시트포지션이 매우 높다. 마을버스 운전기사와 눈높이가 비슷하고 톨게이트에서는 여직원을 내려다보게 된다.

시트의 착좌 자세도 꼿꼿해서 자동차 시트라기 보다는 사무실 의자에 앉은 기분이었다. 간혹 스포츠카나 시트포지션이 낮은 차를 운전할 때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랭글러 사하라는 아주 반듯한 자세로 운전할 수 있다.

▲ 랭글러 사하라의 실내 디자인은 단출하다

또 제동페달과 가속페달은 바로 앉은 자세에서도 편안하게 밟을 수 있도록 위치했다. 마치 피아노 페달을 밟는 느낌이다.

시트포지션이 높기 때문에 전방 시야가 매우 탁월하기 때문이다. 도로의 흐름이나 연비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앞차보다 선행하는 차를 보고 운전하는 것이 좋다. 랭글러 사하라는 앞차의 서너 대 앞까지 훤히 내다볼 수 있다.

막히는 도심에서 랭글러 사하라가 불편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엔진소음이나 진동,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뒷좌석 승차감을 제외하면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편하다.

▲ 수동으로 구동방식을 전환할 수 있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이 신속하진 않지만 꾸준하게 힘을 전달해주고 수동모드로 시프트다운 했을 때 느껴지는 순간적인 가속능력도 괜찮은 수준이다. 도심에 적합하게 제작된 크로스오버에 비하면 고속주행에서 부족함이 많지만 국내 고속도로의 규정속도 안에서는 스트레스 없이 고속주행이 가능하다.

◆ 소소한 장단점 살펴보니

기자는 평소 연비운전과 거리가 먼 운전습관을 가지고 있다. 기름이 가득 찬 시승차를 받고 약 500km를 넘게 달렸다. 트립컴퓨터에는 아직도 100km를 더 갈 수 있다고 표시된다. 연료탱크가 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주유로 약 600km 넘게 갈 수 있을지는 상상조차 못했다. 도심, 고속도로, 오프로드 등을 내달린 시승차의 평균연비는 약 리터당 11km 정도였다.

▲ 지프 랭글러 사하라는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다
▲ 지프 랭글러가 가는 곳이 곧 길이다

아쉬운 점을 몇 가지 뽑자면 내비게이션을 가장 먼저 들 수 있다. 랭글러 사하라에는 지니의 내비게이션이 장착됐다. 내비게이션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라디오나 음악을 들을 때 멀티테스킹이 되지 않는다. 라디오나 노래를 듣기 위해서는 내비게이션의 안내 메시지만 들을 수 있고 지도는 볼 수 없다.

▲ 라디오나 음악을 들으며 지도를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시승을 하는 동안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은 두꺼운 하드탑을 열고 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드탑은 제거하는 방법도 복잡하고 하드탑을 보관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결국 시도하지 못했다. 또 하드탑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성인 남성 서너명은 필요해 보였다.

◆ 차를 타는 것이 곧 레저가 되는 랭글러

요즘 사람들은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 공간이 없다. 여행을 떠나도 꽉 막힌 고속도로를 지나야 하고 아스팔트 위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힘들게 여행지에 도착해도 술만 먹다 돌아오는 것이 태반일 것이다.

▲ 지프 랭글러와 떠날 준비가 됐는가?

하지만 지프 랭글러를 탄다면 조금은 특별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광활한 트렁크에 여행에 필요한 짐을 가득 싣고 한적한 국도를 달리면서 산과 강, 바다 어디든 갈 수 있다. 뜨거운 열기만 내뿜는 아스팔트를 벗어나 흙과 나무의 냄새를 가까이에서 맡아보자. 랭글러와 함께라면 아무도 가진 못했던 길을 가는, 오직 나와 랭글러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폴스타 CEO

폴스타 CEO "부산공장은 북미 수출을 위한 핵심 거점"

"폴스타는 부산에서 폴스타 4를 생산해 북미로 수출할 예정입니다" 마이클 로쉘러 폴스타 CEO는 최근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로쉘러 CEO는 지난 2024년 10월 폴스타 글로벌 CEO로 선임됐으며, 과거 오펠, 빈패스트, 니콜라 CEO를 역임했다. 폴스타 브랜드는 앞으로 유럽, 북미, 아시아를 3대 축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폴스타4를 르노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북미로 수출할 예정으로, 부산은 안정적인 공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신형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와 터보 파워트레인 제공

신형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와 터보 파워트레인 제공

기아 미국법인은 20일(현지시각) 신형 텔루라이드의 사양을 공개했다. 2세대 풀체인지 모델인 신형 텔루라이드는 팰리세이드와 동일한 터보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터보가 적용되며, 7인승과 8인승으로 판매된다. 기본형과 X-라인, X-프로 트림으로 구성되며, 출고는 2026년 1분기부터다. 2027년형 텔루라이드로 판매될 신형 텔루라이드의 외관 디자인은 면을 강조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우아한 보디패널과 공격적인 볼륨의 펜더는 역동적인 디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제네시스, 마그마 GT 콘셉트 공개..양산 가능성은?

제네시스, 마그마 GT 콘셉트 공개..양산 가능성은?

제네시스는 20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열린 '제네시스 마그마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헤일로카 '마그마 GT 콘셉트'를 공개했다. 향후 10년간 제네시스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장소에서 공개된 마그마 GT는 단순히 디자인 결과물을 넘어서, 브랜드 미래의 고성능 역량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마그마 GT 콘셉트는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현대차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발표한 성능 로드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네시스는 퍼포먼스 아이콘으로 헤일로카를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현대차, 크레이터 콘셉트 공개..미래 오프로더 예고

현대차, 크레이터 콘셉트 공개..미래 오프로더 예고

현대자동차는 20일(현지시각) LA오토쇼 2025에 앞서 크레이터(CRATER) 콘셉트를 공개했다. 크레이터는 미래형 오프로더 콘셉트로 컴팩트 SUV를 기반으로 한다. 현대차의 오프로더 트림인 XRT에서 영감을 받았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산타크루즈, 팰리세이드에 XRT 트림을 운영한다. 크레이터는 현대차가 선보일 미래 XRT 모델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현대차는 크레이터를 통해 끊임없이 탐험하려는 열정이 형성된 비전, 고객들이 깊이 탐험하고 모험의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제네시스, GV60 마그마 공개..650마력 럭셔리카

제네시스, GV60 마그마 공개..650마력 럭셔리카

제네시스는 20일(현지시각) 프랑스 폴 리카르 서킷에서 <마그마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개최하고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모델 ‘GV60 마그마(GV60 Magma)’를 공개했다. 낮고 넓은 차체를 기반으로 마그마 전용 컬러와 3홀 디자인 등 마그마만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GV60 마그마는 전고를 20mm 낮추고, 와이드 펜더와 275mm 광폭 타이어를 적용해 낮고 넓은 비례를 강조했다. 사이드 스커트와 에어브리더 라인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실차 살펴보니..압도적 존재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실차 살펴보니..압도적 존재감

캐딜락이 에스컬레이드 IQ(ESCALADE IQ)를 국내에 출시했다. 에스컬레이드 IQ는 풀사이즈 전기 SUV로, 가격은 2억7757만원이다. 205kWh 배터리팩을 통해 주행거리는 739km에 달하며, 에어 서스펜션, 사륜 조향 시스템, 어라이벌 모드, 그리고 핸즈프리 ADAS 슈퍼크루즈를 지원한다. 에스컬레이드 IQ는 캐딜락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미래지향적으로 재해석해 강렬하면서도 세련된 존재감을 완성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수직형 LED 헤드램프, 블랙 크리스탈 실드, 일루

차vs차 비교해보니이한승 기자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 공개..2026년 한국 출시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 공개..2026년 한국 출시

포르쉐는 19일(현지시각) 전기 SUV, 카이엔 일렉트릭(Cayenne Electric)을 공개했다. 카이엔 일렉트릭은 기본형 모델인 카이엔 일렉트릭(1억4230만원)과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1억8960만원)으로 구성되며, 사륜구동 모델만 출시된다. 한국 출시는 2026년 하반기로 예정됐다. 이번에 공개하는 카이엔 일렉트릭은 사륜구동 기반 전자식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 (ePTM)가 탑재된 카이엔과 카이엔 터보다. 카이엔 터보는 100km/h 가속 2.5초, 200km/h까지는 7.4초가 소요되며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스텔란티스, 테슬라 NACS 충전 적용..한국은 2027년부터

스텔란티스, 테슬라 NACS 충전 적용..한국은 2027년부터

스텔란티스가 자사 전기차 고객의 충전 접근성 및 편의성 강화를 위해 북미 충전 규격(North American Charging System, NACS)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스텔란티스 산하 일부 전기차 고객들은 북미, 일본, 한국 등 향후 5개 국가에서 총 2만8000기 이상의 슈퍼차저 이용이 가능해진다. 도입 시장 및 시점은 2026년 초 북미를 시작으로, 2027년 일본과 한국에 우선 적용된다. 세부 모델별로는 2026년 북미에서 우선적으로 지프 왜고니어 S와 닷지의 차저 데이토나 전기차 모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모범택시3 씬스틸러는 그랜저, 김도기 차바꿨다 

모범택시3 씬스틸러는 그랜저, 김도기 차바꿨다 

하반기 기대작 SBS 드라마 ‘모범택시 3’에 신형 그랜저가 등장한다. 오는 11월 21일 첫 방송되는 ‘모범택시 3’에서 주연 김도기(이제훈 분)가 활용하는 주요 차량으로 그랜저가 등장한다. 고객들은 드라마를 통해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그랜저를 주연급 소재인 모범택시로 만나게 된다. 극 중 주인공의 차량으로 그랜저가 선택된 배경을 담은 스핀오프 필름이 지난 11월 15일 SBS 공식 유튜브 채널 ‘스브스캐치’를 통해 공개됐다.

업계소식이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