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86 시승기…차를 타는게 아니라 입는 느낌

도요타 86 시승기…차를 타는게 아니라 입는 느낌

발행일 2012-06-22 15:53:19 김한용 기자

600마력을 넘나드는 초고성능 스포츠카들이 즐비한 시대상황을 조롱하는 듯 월등히 가볍고 컨트롤이 자유로운 스포츠카가 나왔다.

운전자가 차에 끌려가는게 아니라, 자유롭게 차를 조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게 기존 스포츠카들과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조금 과장한다면 운전자가 '입어서' 자신의 능력을 확장 시키는 느낌이다. 차와 사람이 일체가 되는, 인마일체(人馬一體)가 현실화 돼 있다.

▲ 도요타 86

기존 도요타는 지나치게 성실한 느낌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도요타를 기꺼이 구입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선택이지 도요타를 '드림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요즘 같이 세계 선진 자동차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는 무난한 자동차들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진다. 그 대신 스포츠카나 오프로더 같이 세컨카로 구입할 만한 브랜드들이 득세를 하고 있다. 그래선지 최근 도요타의 분위기는 크게 바뀌고 있다.

도요타의 아키오 도요다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돌발적인 행동을 해왔다. "매력있는 차를 내놓지 못하는 것은 메이커의 책임"이라면서 도요타의 매력을 높이도록 지시하는가 하면, 직접 도요타의 슈퍼카 LFA를 몰고 '뉘르부르크링 24시간' 경기를 우승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미국 나스카 시범주행에서는 원래 주행하려던 선수를 옆자리에 태우고 스톡카를 직접 운전하는 놀라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 도요타자동차의 아키오 토요다 사장이 86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요다 사장이 보여준 것은 최근 도요타가 '정열적인 스포츠' 성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나온 렉서스 GS도 고급세단과 스포티함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던 차를 확고하게 스포츠세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놀랍다. 앞으로 등장하는 대부분 도요타 차들도 이전보다 훨씬 정열적인 차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도요타의 지향점이 완전히 바뀌고 있는 과정이다. 그 전환점의 중심에 있는, 보수적인 이미지를 타파하려는 도요타의 야심작 '도요타 86'을 서킷과 공도에서 시승했다.

◆ 스포츠카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요즘 200마력이면 강력하다고까지는 하기 어렵다. 하지만 차는 숫자만으로 얘기하는게 아닌듯 하다. 이 차는 고성능 스포츠카라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정작 차에 타려고 보니 천장이 무척 낮다. 실내에 들어 앉아보니 시트도 평소 타는 BMW 3시리즈보다 더 낮다. 간만에 이렇게 낮은 차를 만나니 무척 기쁘다. 요즘은 스포츠카 메이커를 비롯해 대다수 브랜드가 지나치게 대중적인 차를 내놓고 있어서 스포츠카 다운 면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힙 포지션을 보면 지상으로부터 불과 한뼘 정도라 운전석에 앉아 바닥을 짚을 수 있다. 차가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휠베이스도 짧게 설계돼 있어 운전자가 시트에 앉은 채 뒷바퀴를 손으로 만질 수도 있다. 마치 2인승 초경량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로터스 엘리스에 앉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 도요타 86의 실내

실내는 지나치리만큼 단촐하다. 저렴해 보이는 대시보드를 비롯, 어디를 봐도 화려한 꾸밈이라고는 찾을 수 없다. 반면 운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의 사이드서포트(측면 지지대), 페달들의 답력과 풋레스트. 이같이 운전에 직접적으로필요한 부분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 정도면 거의 완벽하다고 할 만하다.

과거 로터스 창업자 콜린 채프먼은 "세월이 흘러도 물리 법칙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포츠카는 가벼워야 한다는 그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최근 호사스런 장치를 더해 비싸지고 비대해지는 스포츠카 시장에 경종을 울릴만한 스포츠카. 그것이 바로 도요타 86이다.

◆ 영암 F1 서킷, 태백 서킷을 달려보니

오토매틱 변속기 모델과 수동모델이 모두 왼발을 올려놓는 스탭패드가 단단하고 넓직하게 만들어져 있다. 고속 주행시 몸이 쏠릴때도 안정적이다. 운전석 시트 등받이도 몸을 붙잡고 다리 좌우로 공간도 일부러 좁게 만들어 코너에서 지지가 확실하다. 핸들의 직경도 양산차 중 가장 작은 크기다.

가속을 해보면 조금 황당하다. 포르쉐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1억짜리 카이맨에서 들리던 사운드가 여기서 난다. 포르쉐 수평대향엔진에서 나오는 엔진회전수에 따라 명확한 고음과 저음의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다. 86 노트(note)라 해도 좋을 정도로 너무나 듣기 좋은 사운드다. 수평대향 4기통을 사용한 탓도 있겠지만, 분명 포르쉐를 염두에 둔 사운드 튜닝이다.
▲ 도요타 86이 영암 서킷을 달리고 있다

가만 보면 운전석에 앉아서 보는 느낌도 포르쉐 같다. 보닛 가운데가 움푹 파이고 양옆이 볼록 올라와 보이는 점이나 백밀러를 통해 뒷팬더의 부풀림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한 점도 영락없는 포르쉐 느낌이다.

영암 서킷의 직선로가 길어서 200마력의 출력이 부족할까 우려했는데 가속감은 300마력 스포츠카 이상의 느낌이다. 직선로에서 시속 200km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이 크고 낮은 시트포지션 덕분에 가속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면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보다 엔진 출력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자동 변속기가 놀라운 수준이다. 0.2초 이내에 변속되며 변속감이 확실하게 느껴져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 강원도 태백 서킷에서 도요타 86을 주행해 보이고 있다.

일본에선 이 차를 '직감 핸들링 FR'이라고 한다는데, 결코 과장이 아니다. 4인승 차량인데도 전체길이가 4240mm 밖에 되지 않는데다,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을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낮춰 엔진 중심은 땅에서 불과 47cm 위에 있는 정도다.

가속페달을 밟고 떼는 정도로 코너에서 슬라이드를 자유롭게 일으킬 수 있다. 사이드 브레이크 손잡이가 운전대에서 불과 한뼘 정도 떨어져 있어 주행하는 동안 언제고 사이드를 당기고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자유자재로 차를 움직이다 보니, 자동차를 운전하는  기쁨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그간 잊고 있던 열정에 다시금 불을 붙여주는 느낌이다.

16인치 휠을 장착한 수동변속기 모델도 서킷에서 기울어짐을 느낄 수 없다. 비록 스포츠 주행을 추구하는 운전자도 어지간해선 17인치까지는 필요하지도 않겠다.

◆ 딱 기분이 좋은 수준까지 달려주는 차

코너를 몇차례 달리다보니 모든 코너를 드리프트로 통과 할 수 있었다. 핸들을 조금 과격하게 꺾으면 차가 옆으로 미끄러져 준다. 노면을 잘 잡지만, 움켜 쥐듯 잡는게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잡기 때문이다.

200마력의 엔진의 출력은 서킷 주행시간을 그리 빠르게 기록하지는 못하고, 딱 기분이 짜릿해질 정도까지의 가속력만 내준다.

▲ 전문 드라이버가 도요타 86을 타고 영암 서킷에서 드리프트를 시범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이 차의 콘셉트는 이처럼 기본을 제공하고, 모든 것을 운전자 취향에 따라 튜닝하도록 만들어진 것인 듯 하다. 예를 들면 이 차는 스포츠카인데도 일반 승용차용 저소음 타이어가 끼워져 나온다. 여기 스포츠 타이어를 기워 그립력을 향상시킬 것인지, 반대로 더 얇은 타이어를 끼워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는 차로 만들 것인지는 전적으로 운전자의 선택에 달렸다. 엔진 출력 면에서도 트윈터보를 장착해 320마력으로 튜닝할 수 있는 키트가 이미 공개돼 있으니 레이싱을 위한 차로 꾸미는 것도 간단하다.

물론 86은 그 자체로도 이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경량 스포츠카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차 자체를 몇년이고 튜닝하면서 나만의 애마(愛馬)로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 속 뜻이다. 근래 보기 드물게 운전자가 기분 좋고, 가슴 뛰게 만드는 차. 이런게 바로 스포츠카의 기본 정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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